스텔러바다소 생존기

영화 네 편을 본 주말

By  | 2019년 7월 7일 | 
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 2017) 한마디로,지박령이 산 사람 스토킹하는 이야기다. 사이 좋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고, 그 남편이 유령이 되어 혼자 사는 아내에게 찾아간다. 아내가 상실의 고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다. 서서히 나아지는 모습을 지켜본다. 나이지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이사까지 가게 된다. 유령은 지박령이라 슬프다. 집을 떠날 수가 없으므로. 아내가 이사 가기 전 벽과 문틀 사이에 끼워둔 쪽지를 집어 낼 수가 없으므로. 빈집에 그다음 사람들이 이사 왔다가도 이 지박령의 행패로 오래 살지 못한다. 집은 결국 폐허가 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 삐까뻔쩍한 도시로 변할 때까지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의 이야기. 지금은 고층건물이 들어선 집터. 몇 층인지도 알

킬링 디어 凸

By  | 2019년 8월 29일 | 
더 랍스터(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 2015. 10)기상천외한 사회가 있다. 그곳은 커플을 이뤄 사는 사람만을 정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이혼, 사별 등으로 솔로가 된 사람들은 커플 메이킹 호텔로 직행하고 거기서 45일 안에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실패하면 무시무시한 대가가 기다린다. 바로 동물이 되는 것. 사슴이 될 수도 있고, 돼지가 될 수도 있다. 주인공은 배우자의 변심으로 인해 이 커플 메이킹 호텔에 오게 되고, 배우자 찾기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물론 어렵다. 그는 결국 호텔을 탈출하여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탈출자 집단에 소속된다. 그 집단은 ‘절대 솔로 유지’를 제1원칙으로 움직이는데... 아 인생이 어디 생각처럼 쉽게 되던가... 또 이것 아니면 저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로드 무비

By  | 2019년 9월 10일 | 
공교롭게도 주말에 본 영화 두 편이 모두 일종의 로드 무비였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에드워드 즈윅 감독, 2007)L과 나는 디카프리오가 나오면 좀 믿고 보는 편이다. 디카프리오가 영화마다 광기의 절정을 달리리라는 것도 믿는다. 역시 두 가지 믿음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무기 구입을 위해 밀수 거래를 일삼던 용병 아처는, 거래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 딱 걸려서 감옥에 갇힌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아니 기회를 만든다. 한 어부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단 소식을 접한 것. 그의 이름은 솔로몬. 시에라리온 공화국이라는, 내전이 심각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반정부군의 만행으로 아들은 소년병으로 끌려가고, 아내와 딸들은 난민 캠프에 갇힌다. 디카프리오는

죽여주는 여자, 2016, 이재용 감독

By  | 2020년 3월 21일 | 
+++스포 가득 주의+++ 이 영화 개봉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꼭 봐야지 했다. 관심 있는 이슈였으니까. 물론 알고는 있었다. 나의 게으름과 비겁함 때문에 극장엔 가지 않으리란 걸. 코앞이 롯데시네마인데도 좀체 가지 않는 인간이고, 사회 이슈나 역사적 사건을 직접적으로 다룬 이야기를 보기 힘들어하는 성향으로 이 영화의 성실한 관객이 되지 못하리란 건 정해진 바였다. 얼마 전 유플러스에 새로 들어온 콘텐츠 목록에 이 영화가 있는 줄 알면서도 나는 미루고 미루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엔 마침내 보았다. 믿음이 있었다. '윤여정이잖아.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야.' 아주 바람직한 믿음이었다. 예상한 만큼 슬프긴 했지만, 우려만큼 불편하지도 심란하지도 않았다. 그건 절대적으로 윤여정이란 배우 덕분이라고 생각한

영화 & 책

By  | 2019년 7월 20일 | 
프란츠 (프랑수아 오종 감독, 2016)복잡하고도 미묘한 영화였다. 말하고자 하는 게 너무 많다고 해야 하나. 많은 것치곤 정신없진 않은데, 대체 뭐지 싶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약혼자 프란츠를 잃은 안나. 부모도 다른 가족도 없는 안나는 시부모가 될 뻔했던 분들과 함께 살며 상실의 고통을 견디고 있다. 매일 같이 빈 무덤에 꽃을 꽂으며 약혼자를 추모하던 어느 날, 훤칠한 프랑스 남자 하나가 그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전반부는 이 남자가 주요 인물이다. 이 사람ㅇ른 누구인가, 안나와 이 남자, 이 남자와 프란츠의 부모는 어떤 관계는 발전 혹은 파멸할 것인가를 궁금하게 한다. 이 남자의 정체, 정말 프란츠의 친구일까? 연인일까? 아니면 뭐지? 안나와 이 남자는 서로에게 끌리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