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호텔 옆 철길.](https://img.zoomtrend.com/2017/11/10/c0119844_5a0462f5a5795.jpg)
단잠을 잤다. 씻고 외출복을 입고 짐을 싸고, 느긋하게 움직여도 시간이 넉넉했다. 유럽의 아침이 한국보다 늦는 건 꽤 좋은 일이었다. 매트리스를 뭉개고 뭉개다 일어나도 새벽 4시였다. 베란다로 나가 테이블에 카메라를 얹고 30분 가량을 앉아 있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지각색의 열차가 지나갔다. 급행으로 스쳐 가기도, 잠시 역에 들르기도, 조금 오래 서 있기도 했다. 승객이 들어찬 칸도 있고 텅텅 빈 칸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역에서 타고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색들만 점점 흩어지더니 곧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걷는 그림자 하나 없는 플랫폼과 끄트머리의 환한 개찰구와 짙은 구름이 좋았다. 가로등이 뿜는 녹색 광선, 검푸른 색의 하늘, 군데군데 들어찬 어둠과 그 어둠에 물든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