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는 기억 보는 기억.](https://img.zoomtrend.com/2017/12/09/c0119844_59fa91fcc9ce5.jpg)
잔잔했던 하루도 그날 저녁 일기를 쓰다 보면 결코 잔잔하지 않았음을 깨닫는지라, 일기장을 챙겨 갔지만 여행하는 매일이 거대해서 한 글자도 적지 못하고 돌아왔다. 사진을 찍는 것과 글자로 기록하는 것은 교차점이 간간이 있을 뿐 서로 다른 스펙트럼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침대에 누워 고민만 하다 그냥 잠들기를 반복했다. 적을 거리가 많아지니 외려 적지 못한 일들이 묻혀서 잊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어째서 모든 기억에게 공평하게 잊힐 기회를 주는지 모르겠지만, 불공평한 일보다는 낫나 보다. 물론 카메라에 기댔던 게으른 마음도 있었다. 베니스로 들어서는 길에 찍은 이 장면은 그날의 피로와 지루함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기억으로 만들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고속도로에도 차가 불어났는데, 그러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