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Han 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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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posts멜번에서의 마지막 시간
주위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노트북을 잃어버렸다 찾은지 두 주만에 다시 노트북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자친구는 내 멍청함을 위로해 주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두 줄이 넘는 채팅창에 'ㅋ'를 할애하는 노고를 들이며 나를 놀렸다.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냈고 나도 화가 나서 "제 돈 모아 산건데 제가 잃어버리건 말건 제 맘이죠!" 하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의 멍청함을 보건대 언젠가 터질 일이 지금 터졌으니 너무 안타까워 하지마라'는 어머니의 무덤덤한 위로가 가장 슬펐다.'곧 온다는' 연락은 무릇 세상만사가 그렇듯 한 달이 넘도록 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잠에서 깨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가 버진 에어 콜 서비스로 전화를 거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뚜- 뚜- 뚜- 기다리고,
물건 분실의 제왕, 노트북을 잃어버리다
뉴질랜드 남섬에서의 두 주는 정말 꿈만 같았다. 마음은 평화롭기 그지 없었고 눈 앞의 풍경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뉴질랜드 남섬 특산품 맥주를 마음껏 마셨다. 호수와 빙하를 보며 며칠 간 트레킹을 하기도 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멋진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간 정들었던 여행용 기타도 믿을 수 있는 주인에게 떠나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뉴질랜드 여행을 마치고 퀸스타운Queenstown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릴 때만 해도 나는 행복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이렇게 마음이 풍족한 적이 없었다. 어느 정도로 풍족했냐 하면, 눈 앞에 히로 사장이 나타나 삼개 국어로 욕을 하면서 꽁꽁 얼어붙은 장어를 자르라고 시켜도 웃어줄 수 있을 정도였다. 로비가 소란스럽긴 했지만 아이팟의 볼

뉴질랜드, 남은 이야기; 기타를 떠나보내다
1.남은 열흘을 뉴질랜드에서 머물렀다. 퀸스타운에 도착할때까지 뉴질랜드 남섬을 해안을 따라 일주일만에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일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했고, 숙소에서 자는 시간을 빼고 남은 뉴질랜드 여행 기간의 대부분을 버스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르거나 잠시 관광 포인트에 멈추는 이외의 시간은 정말 똥구멍이 아프도록 버스에 앉아있어야 했다.버스에서는 책을 읽거나 바깥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뉴질랜드의 경치는 지루할 새 없이 계속 모습을 바꾸었다. 해안을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숲으로 접어든다. 아직도 어딘가에 대가리가 농구공만한 모아가 숨어있을 것 같은 어두운 숲을 헤치고 나오면 황량한 초원 너머로 눈덮인 산맥이 보이기 시

뉴질랜드(2) 크라이스트처치, 이렇게나 멋진 곳에서
크라이스트처치 버스커스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페라라, 캐나다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버스커 페스티벌 중 하나이다. 열흘 동안 도시 이 곳 저 곳에서 하루 종일 버스커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지니 다른 페스티벌들처럼 꽉 짜인 일정을 따라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걷다 재미있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지루해지면 다시 가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때문에 광장의 한 쪽 끝에서 차력사가 장대 위에서 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는 서스펜스가 이어지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할아버지 두 명이 체스를 두는 광경도 연출된다. 무술과 체스의 아이러니한 조합이라니, 도시의 첫인상 만큼이나 자유롭고 여유로운 축제다. 나는 이튿날도 나무 밑에서 열리는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어제 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