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Han 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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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2) 힙스터 천국을 가다

스페인(2) 힙스터 천국을 가다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11월 28일

정말 푹 잤다. 전날 그 난리를 치고 숙소에 자정이 넘어 겨우 들어왔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한쪽 머리가 완전히 눌린 채로 밖으로 나갔다. “잘 잤어요? 피곤했나봐. 늦게까지 자네.” 주형이형이 반가운 인사로 맞아준다. 여자 친구인 보라 누나는 옆의 부엌에서 뭔가 정리를 하고 있다. 어제 만난 향숙 누나와 주형 커플에 한 명을 더하여 총 다섯 명이 되는 우리 그룹은 인터넷을 통해 모였다. 비슷한 시기에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약 일주일간 바르셀로나 시내의 아파트를 빌리기로 한 것이다.처음에는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곧 이 선택은 여행 기간 전체를 통틀어서 내가 고른 가장 괜찮은 숙소가 되었다. 이 아파트는 도미터리 숙소 가격에 넓고 쾌적하며 온갖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 아파트를 마음껏

스페인(1) 가방을 잃고 나는 웃는다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11월 25일

엇허-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주위를 살핀다. 향숙이 누나도 긴장한 눈초리로 날 본다. 우리는 다시 모든 벤치와, 그 벤치들의 밑을 살펴본다. 그런데 정말로 없다. 배낭이 사라졌다. 힘이 쪽 빠져서는 딱딱한 역 벤치에 쓰러졌다. 등으로 밤 열한시 벤치의 딱딱하고 차가운 철골이 느껴졌다. 아무리 초여름이라 해도 밤이 되면 철골의자는 차갑게 식는구나.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그 짧은 찰나에 오늘의 여행이 급행열차처럼 지나갔다. 다시 한 번 일정을 돌이켜 보면, 나는 오늘 아침 베를린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이지젯을 타고 왔다. 앞으로 매고 다니던 작은 검정색 배낭이 수화물 규정보다 초과되어 22유로를 더 내야 했다. 그 직원에게 기타 케이스에 붙일 ‘Fragile’ 스티

프라하의 봄(1) 프라하의 봄을 찾아서

프라하의 봄(1) 프라하의 봄을 찾아서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11월 17일

고등학교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클래식이었다. 내가 실은 클래식을 들었다하면 아무도 안 믿어준다. 그런데 사실이다. 이해한다. 어쩌겠어, 나조차도 지금 믿기지 않는데.그 때는 브람스나 말러, 쇼스따꼬비치의 교향곡 음반을 사모았고 자습시간에는 클래식과 국악 방송인 KBS 1FM을 듣곤 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클래식을 들을 때의 이점은 자습실 순찰을 나온 선생님들께 '이어폰 뽑고 공부해라'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듣는다고 집중력이 올라가거나 성적이 상승하는 건 절대로 아닌데 말이다. KBS 1FM의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는 오후 여덟시에 시작하는 을 특히나 좋아했다. 음악보다도 오케스트라의 조율 소리와 박수소리, 악장 중간의 헛기침 소리

음악여행15_부엌에서(6) 남국의 크리스마스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7월 19일

그리하여 일한지 여섯 주째부터 나는 주말 장사를 도맡아 하게 되었다. 아침에 나가 레스토랑을 열고, 점심 때 주방일을 하면서 틈틈이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아 놓으며 저녁 장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어서 저녁 장사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꼬박 열 두 시간을 일하게 되는데, 그러고 방에 돌아오면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바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원래 두 명이서 하여야 할 일을, 주말 장사를 담당하던 누나가 비자 문제로 한국에 가 버리는 바람에 경험도 없는 내가 혼자 해야했다. 문제는 내 손이 워낙에 서투르다는 점이었다. 나는 음식을 너무 늦게 내거나 살짝 태우기 일쑤였다. 이렇게 되면 손님들의 불평은 쌓이고 저녁 장사 준비는 미루어지게 되고, 결국 저녁 장사가 제 때 시작되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게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