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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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종사, The Grandmaster
의 한국어판 포스터를 처음 보게되었을때, 사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포스터에는 소심하게도 "왕가위 감독의 9년만의 귀환"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9년전이란 2004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2046>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2008년 국내 개봉했던 를 완벽히 '없는 영화'로 만들어버린 홍보문구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물론 '몇 년 만의'라는 수식어는 과장될수록 그 효과가 좋겠지만 그래도 나는 를 왕가위의 특별 부록, 잠깐의 외도 같은 그의 번외편이라고 믿는다. 이수 아트나인에서 를 보고, 내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기억 속의 숫자들

일대종사
삶에 후회가 없다는 건 다들 하는 말이에요 후회가 없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지인들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아서 별로 기대하고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다들 평이 별로였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도 좋게 봤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줄은 알았다. 왕가위 영화 치고 서사가 많아 설명이 많은 대신 전체적인 이미지는 조금 약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물론 무술씬들은 모두 무척 아름답고 긴장되지만. 특히 궁가 64수는 말할 것도 없고) 왕가위식 정서는 여전해서 내겐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스러웠음. 정서를 건드리는 영화라고는 찾기 힘든 요즘같이 황폐한 영화판에 이게 어디냐. 단 주인공인 엽문에게서는 흔들림 같은 것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 감정이입은 주로 장쯔이에게 하게 되었고 왕가위 영화인 만큼 아무래도 멜로에 무

일대종사 - 7번의 기념사진, 그리고 궁이
‘일대종사’는 7번에 걸쳐 기념사진 촬영 장면을 제시합니다. 엽문(양조위 분)과 아내 장영성(송혜교 분)의 사진, 궁보삼(왕경성 분)의 은퇴식 기념사진, 엽문 부부와 어린 자식들의 가족사진, 엽문의 집을 점령한 일본군의 기념사진, 일선천(장첸 분)과 이발소 부하 직원들의 기념사진, 홍콩 국적을 취득한 엽문의 신분증용 독사진, 그리고 엽문이 어린 소년을 비롯한 제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마지막 장면까지입니다. 기념사진 촬영 장면이 이처럼 다수 삽입된 것은 ‘일대종사’가 왕가위 영화 최초로 질곡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을 소재로 선택한 것과 연관지을 수 있습니다. 기념사진 촬영 장면을 통해 ‘일대종사’가 사실에 기초했음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에 부화뇌동하는 마삼(장진 분)과
일대종사
일대종사. 금요일 날 회사 사람들과 함께 보았다. 쿵푸를 매개로 한 인생이야기로 읽었다. 영상은 수려했고, 무술은 아름다웠다. 눈빛만으로 수백 마디 말보다 깊은 감정을 담아내는 양조위는 물론이고 장쯔이의 연기 또한 발군이다. 그녀는 표정과 톤을 과잉하지 않으면서 분노, 상실, 슬픔, 결의, 설렘 등의 감정을 명확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카메라 각도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데 배우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스캔들로만 얼룩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참 좋은 배우였구나 생각했다. 마지막에 죽음음 앞둔 궁이가 엽문에게 '한 때 마음에 품었지만 큰 의미는 아니었다며, 바둑판처럼 얽힌 우리의 응어리는 풀어버리자' 고 하자 엽문이 말한다. '인생이 바둑판이라면, 바둑은 뒤돌아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