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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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Review – 식탁을 지키는 의리

일상 속 환상|2013년 5월 22일

엄마(윤여정)는 늙은 자식들을 위해 매일 삼겹살을 굽는다. 삼겹살 장면은 스크린에 인이 배길 정도로 반복된다. 여기서 삼겹살을 ‘식구’의 상징적 의미로 치환하는 건 쉽다. 엄마가 자식들의 끼니때마다 삼겹살을 굽는다는 설정은 매우 직관적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밥을 먹이는 행위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다. 실제로 경제능력이 없는 아들인 한모(윤제문), 인모(박해일)는 엄마가 삼겹살을 구워주는 순간보다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는 순간에 더 반색한다. 삼겹살이 갖는 진짜 의미 늙은 자식들은 비슷한 시기에 엄마의 집으로 모여든다. 둘째아들 인모는 실패한 영화감독의 비루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고, 막내딸 미연(공효진)은 두 번째 결혼이 파국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각자의 삶에서 차지하는 가

<월플라워> Review – 애써 성장을 강요하지 않는 미완의 아름다움

일상 속 환상|2013년 5월 22일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졸업까지의 디데이를 세는 소심한 소년 찰리(로건 레먼)는, 영화 내내 어떤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찰리가 편지를 쓰는 모습을 종종 비추는 영화는 내레이션을 통해 편지의 내용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편지의 내용은 마치 소설의 심리묘사처럼 찰리의 내면을 잘 드러내지만, 우리는 편지의 수신인을 끝내 알 수 없다. 그 편지는 누구를 향하는가? 관계 속에서만 가치를 갖는 내면의 편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찰리가 패트릭(이즈라 밀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거는 장면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신인과 편지로만 소통하던 찰리가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먼저 타인에게 다가가는 마법 같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모든 전개는 전형적인 성장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정을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Review – 사무치게 아름다운 제의(祭儀)

일상 속 환상|2013년 5월 22일

영화에 주어질 수 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란 수사를, 은 위대하게 증명한다. 의 목적은 명징하다. ‘신위’, ‘신묘’, ‘음복’, ‘소지’ 제의 절차에 따라 영화의 구조를 나눈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은 제주 4.3 사건이란 근현대사의 비극을 제주의 터로, 제주의 이름으로, 제주의 혼으로 반추하는 씻김굿이다. 동시에 의 서사는 제주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중심을 잃고 너무 빨리 달리다 넘어져버린 ‘한국의 근현대사’란 시대성 곳곳에 밴 흉터를 치유한다. 시대의 아픔, 이전에 다가오는 사람의 온기 ‘해안에서 5km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폭도로 간주한다.’ 모든 비극은 이 한줄의 소개령에서 비롯된다. 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모든 서사의

<제로 다크 서티> Review - ‘당신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는 선언

일상 속 환상|2013년 5월 22일

10년의 집요한 추적 끝에 미국은 결국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했다. 빈라덴이 잡히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일 때 영화를 만들던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영화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덕분에 영화 속 마야(제시키 차스테인)가 실낱같이 잡아낸 희미한 단서는 확증이 되고, 상대적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라덴 은신처를 습격하는 엔딩시퀀스 30분은 건조한 정서/연출 덕분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10년이란 세월의 지루함은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 덕에 실체적 피로감을 획득하며 관객을 호흡곤란의 궁지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이 피로감의 진짜 주인은 유령에게 10년을 바친 마야의 것이다. 빈라덴이 잡히기 전에 영화가 완성됐다면 ‘잡는 것’이 지상과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