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프리터족, 패러사이트 싱글, 사토리세대부터 한국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포세대까지.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끝난 동아시아의 두 국가를 살아가는 현대 청년들의 비참한 삶을 분석하는 진단명은 차고 넘친다. 세부는 조금씩 다르지만 청년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호명들이 내포하는 공통점은 ‘무력감’이다. 현대 청년들 다수는 무언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고꾸라지는 구조적 열패감을 겪는다. 청년세대가 ‘무언가에 도전해봤더니 어렵다’는 건강한 패배감 대신 ‘무언가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는 무력감을 먼저 느끼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병증이다. 청년세대가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회를 쌓아올린 기성세대는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꿈과 희망의 복권(復權)’이라는 안일한 대안을 제시한다. 꿈과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