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Review – 사무치게 아름다운 제의(祭儀)
By 일상 속 환상 | 2013년 5월 22일 |
영화에 주어질 수 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란 수사를, <지슬>은 위대하게 증명한다. <지슬>의 목적은 명징하다. ‘신위’, ‘신묘’, ‘음복’, ‘소지’ 제의 절차에 따라 영화의 구조를 나눈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지슬>은 제주 4.3 사건이란 근현대사의 비극을 제주의 터로, 제주의 이름으로, 제주의 혼으로 반추하는 씻김굿이다. 동시에 <지슬>의 서사는 제주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중심을 잃고 너무 빨리 달리다 넘어져버린 ‘한국의 근현대사’란 시대성 곳곳에 밴 흉터를 치유한다. 시대의 아픔, 이전에 다가오는 사람의 온기 ‘해안에서 5km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폭도로 간주한다.’ 모든 비극은 이 한줄의 소개령에서 비롯된다. 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모든 서사의
3월에 본 영화들
By Dark Ride of the Glasmoon | 2013년 4월 4일 |
꽃피는 4월이네요. 지난달에 본 영화들 정리합니다. 올 초에 이상하리만큼 동화 각색 바람이 불었는데, 거기에 또 중진 감독들까지 동참했었죠. 브라이언 싱어의 "잭 더 자이언트 킬러"와 샘 레이미의 "오즈 더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 사실 싱어의 "잭..."은 그냥 넘겼더랬는데 레이미까지 내놓는 바람에 속는 셈 치고 극장에 갔더랬는데, 결과적으로는 둘 모두 '속는 셈 쳤더니 정말 속았다!!'는 기분입니다. -,.- 특히 레이미! 어떻게 밀라 쿠니스를 저렇게 망쳐놓을 수가 있어!! (포인트가 좀 다른가;;) 마블 히어로즈가 잘나가니까 하스브로가 우리도 있다며 내놓은 "G.I. Joe"도 속편이 등장! 그러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알맹이의 빈약함과 허술함
<백엔의 사랑> - 패배에서 시작하기
By 일상 속 환상 | 2016년 6월 22일 |
일본의 프리터족, 패러사이트 싱글, 사토리세대부터 한국의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포세대까지.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끝난 동아시아의 두 국가를 살아가는 현대 청년들의 비참한 삶을 분석하는 진단명은 차고 넘친다. 세부는 조금씩 다르지만 청년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호명들이 내포하는 공통점은 ‘무력감’이다. 현대 청년들 다수는 무언가를 시작도 하기 전에 고꾸라지는 구조적 열패감을 겪는다. 청년세대가 ‘무언가에 도전해봤더니 어렵다’는 건강한 패배감 대신 ‘무언가를 시작할 수조차 없다’는 무력감을 먼저 느끼는 것은 심각한 사회적 병증이다. 청년세대가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회를 쌓아올린 기성세대는 이러한 구조적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꿈과 희망의 복권(復權)’이라는 안일한 대안을 제시한다. 꿈과 희
<동주> -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By 일상 속 환상 | 2016년 3월 10일 |
윤동주의 시를 내레이션으로 삽입한 영화적 선택의 이유를 생각해보니<동주>“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의 일부분은 영화 <동주>의 후반부, 송몽규(박정민)가 일본 형사들에게 검거당할 때 윤동주(강하늘)의 내레이션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검거당하는 송몽규의 얼굴 클로즈업을 시의 내용에 맞춘 듯 포착하여 마치 그 상황이 윤동주에게 시적 영감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동주>에서 ‘윤동주의 시-내레이션’은 ‘윤동주의 삶-내러티브’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