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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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The Terminal (2004)

멧가비|2021년 9월 26일

동유럽 공산국가라는 제2세계 출신 여행자는 국경과 출입국 권한이라는 덫에 걸려 졸지에 공항 노숙자가 된다. 노숙자가 됐는데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 그를 권위로 찍어 누르려는 보안책임자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일을 하고 관광용 책자로 영어를 익히며 캐서린 제타존스도 손쉽게 꼬셔버리는 놀라운 남자다. 바꿔 말하면, 원래가 비루한 밀입국자도 아니었던 타국의 유능한 남자를 서류 몇 장만으로 간단히 노숙자로 전락시키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거만한 출입국 정책을, 그러나 나름대로 상냥하게 꾸짖는 풍자극이라 볼 수 있겠다. 그 유능한 남자 나보스키와 연대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봐도 그러하다. 가장 친해지는 노동자 굽타와 엔리케는 각각 인도인과 남미인이고 약품 반입 문제로 크게 도움받는 남자는

브이 V (1983 - 1984)

멧가비|2021년 3월 23일

누가 쓴 어떤 작품의 리뷰도 절대로 객관적일 수 없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3자적인 관점으로 평가하는 게 특별히 어려운 작품들이 있다. 주로 뿌연 유년기의 기억에 각인처럼 남아있는 작품들에 대해서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그 중 하나인데, 아주 어린 시절이라 뭔가를 느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마치 원숭이가 인간의 TV를 눈으로 보면서 기계적으로 뇌에 기억만 하듯 그렇게 무의식 깊숙한 곳에 기억을 남긴 드라마다. 하지만 유년기에 접하게 되는 그런 보통의 픽션들과 달리, 이 드라마에 한해서만큼은 추억이 실체를 부풀리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단지 추억의 드라마, 라는 이름으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충분한 걸작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달리 실제로는 미니 시리즈 2부작, 그리고

괴물 (2006)

멧가비|2021년 2월 11일

조롱이 아니라 정말 존중의 의미로서, 영화는 "가지가지" 한다. 봉준호가 괴수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일단 놀라고, 그 배경이 내가 자란 동네라고 해서 또 놀란다. 영화가 시작한다. 어지간한 헐리웃 괴물 영화였으면 아직도 등장인물들 소개하고 있을 시간인데 여기선 다짜고짜 괴물부터 튀어 나온다. 그런데 대낮이다. 봉준호 엇박자 세계관에 들어온 괴물은 그렇게 줄줄이 이어지는 깜짝쇼로 인상깊게 데뷔한다. 씩씩해 보이던 첫인상과 달리 이 한강 괴물은 사실은 너무나 외롭고 애처롭다. 한강에 트럭만한 괴물이 나타난 미증유의 대사건, 하지만 사람들은 엉뚱한 시위만 할 뿐 괴물이라는 게 아예 출현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군다. 이토록 세간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한 괴수가 또 있었나. 심지어 이름 조차 없잖아. 중

커뮤니티 Community (2009 - 2015)

멧가비|2021년 1월 3일

편입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전문대학 '커뮤니티 컬리지'를 배경으로 한 캠퍼스 시트콤. 학력 위조가 들통나 자격을 박탈 당한 사기꾼 변호사가 '그린데일 커뮤니티 컬리지'에 등록했다가 금발 미녀를 꼬시기 위해 가짜로 스페인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면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캠퍼스 로맨스구나, 라고 오해하기 쉽상인 전제와 달리 어딘가 한 부분 씩의 결핍을 가진 사람들로 주연들이 구성된다. 하긴, 평범한 캠퍼스 로코를 찍을 거였으면 배경이 커뮤니티 컬리지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내면의 약한 부분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만 일삼는 변호사, 세상의 온갖 분야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지만 행동하지는 않는 씹선비 금발 미녀, 약물 중독의 과거를 가진 완벽주의 모범생, 부상 전력이 있는 리더 컴플렉스의 풋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