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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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멧가비|2017년 12월 14일

지금에 와선 너무나 유명하다 못해 농담거리가 된 클리셰, 문어 모양의 화성인을 처음으로 구상한 동명 소설이 원작. 이야기 역시 외계인이 침공한다, 외계인이 쓰러진다 정도로 가볍게 축약할 수 있는 전통적 플롯이다. 정확히는, 원작이 그러한 플롯의 선구자인 셈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억울하다면 억울하다 하겠다. 영화는 플롯의 단조로움 대신, 스펙터클한 볼거리와 세련된 호러 연출, 시대상을 반영한 가족 드라마로 빈 곳을 채운다.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결말이다. 내내 팽팽하게 유지되던 긴장감과 공포가 지나치게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미생물의 공격이라는 어쩌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이기도 한 설정.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것이라서 좋다. 지구를 지켜내는 게 반드시 인간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외계

쥬만지 Jumanji (1995)

쥬만지 Jumanji (1995)

멧가비|2017년 12월 7일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성난 짐승들, 살인 식물과 사냥꾼. '보드 게임'의 트랩들이 현실로 튀어나온다는 상상, 이것은 "실사화"에 대한 실사화 영화다. 굴리고, 달아나고, 싸운다는 게임 감각. 그러나 그런 장르적인 재미를 떠나서도, 영화는 궁극의 인생 시뮬레이션이기도 하다. '쥬만지'라는 게임의 진정한 마법은 게임 과정 자체가 아닌, 게임이 끝난 후에 작동한다. 말(piece)이 골인점에 도착하고 쥬만지 사인을 외치면 게임 시작 전으로 모든 게 돌아가버린다는 극단적인 룰. 그 어떤 SF 문학, 영화보다도 감각의 체험과 시간적 회수 범위를 넓게 잡은 가상현실이다. 상상하기 나름이다. 게임을 시작한 이후 부터 게임을 끝내기 전 까지는 어떠한 체험, 어떠한 선택도 가능한 것이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를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2017)

제럴드의 게임 Gerald's Game (2017)

멧가비|2017년 11월 16일

침대 위에 갇혀버린 제시에게 그 자신의 내면이 말을 걸어온다. 죄책감이나 트라우마, 증오, 분노, 두려움을 대변하는 쪽. 그리고 자기연민과 방어기제를 대변하는 쪽. 해가 달에 가려지듯 그렇게 무의식으로 가려져 있던 언젠가의 기억이 제시를 찾아오면서 공포는 시작된다. 아니, 반대로 문득 찾아온 공포가 제시의 기억을 해방시킨 쪽에 가깝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가끔 전혀 무관한 무언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섬세하게 캐치해냈다. 들개의 물리적 공포, 해가 진 이후 나타난 문라이트맨의 오컬트적 공포 등 버라이어티한 호러 구성. 이런 장르적 공포의 끝에 찾아오는 건 제시의 내면에서 스스로 발생한 심리적 압박감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공포가 결국 내면의 공포를 깨우고, 그 끝에는 착취적인 남성성에 대한 근원적 트라

배틀로얄 Battle Royale バトル・ロワイアル (2000)

배틀로얄 Battle Royale バトル・ロワイアル (2000)

멧가비|2017년 9월 21일

이웃나라에선 일찌기 있었던 '소년법에 대한 경고'. 교사는 통제하고 학생들은 따르거나 반항하는 식으로 학교라는 공간 내 힘의 균형은 유지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은 있다. 도입부, 노부가 키타노 선생을 칼로 찌른 것은 그 균형을 깨지는 것을 상징한다. 한국과 일본이 공감하는 부분이겠지만, 학생에게 "개인"이라는 아이덴티티는 성인에게보다 덜 허락된다. 교복으로 개성을 빼앗기고 출석번호를 통해 카테고리화 된다. 하지만 반대로 그 익명성과 집단성은 그들에게 무기이자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 뒷심이다. 개인이 사라지면 책임도 염치와 양심이 사라지고 그 다음엔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사라진다. 불특정 다수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만일 노부가 키타노 선생의 개인 교습 학생이었다면 그렇게 간단히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