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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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 Passengers (2016)

패신저스 Passengers (2016)

멧가비|2017년 3월 13일

동면기의 기능 고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생각해보면 소재 자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재난물 가운데서도 정말 SF 장르와 밀접한 형태다. 동면기가 나오는 영화는 많은데 그 동면기가 말썽을 일으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를 내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봤는데 답을 못 찾았다. 극한 상황에서의 윤리적 고민이나 스톡홀롬 증후군 등 생각해 볼 소재가 많지만 영화는 그것들을 한국식 이자까야에 걸린 일본화 족자처럼 적당히 분위기만 내는 장식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짐이 오로라를 살린 셈이라는 결과론적인 모순의 인과관계에도 무심하다. 사고가 아니라, 의도해서 짐을 깨워놓고 숨어서 관찰하는 제 3의 인물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던 와중 타이밍 좋게 등장한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 (2015)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 (2015)

멧가비|2016년 11월 12일

이야기의 긴장을 조성하는 인물은 단 셋. 영화의 문을 여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영역에 들어간 두 모녀. 이 3인이 갈등하는 이유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에 맞게 오로지 생존, 즉 먹고 사는 문제 뿐이다. 사실 장르적인 설정을 걷어내고 보면 영화는 그저 종(種)이 유지되는 방식, "번식"의 메카니즘에 대한 관찰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걸어 소녀를 구한 것, 소녀가 엄마를 배신하고 남자를 택한 것은 사랑이나 이기심 따위의 한가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의 수컷이 목숨 걸고 암컷을 차지하고 암컷 역시 부모자식의 정 보다 이후의 번식을 먼저 고려하는, 지극히 야생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다. 남자는 자신의 정액을 식물에 거름으로 제공하며 늙은 여인은 자신을 배

추억의 미드 LOST (2004 ~ 2010)

추억의 미드 LOST (2004 ~ 2010)

멧가비|2016년 5월 13일

종영이 10년도 안 됐는데 왠지 추억의 드라마가 돼 버린 떡밥물의 조상님. 스토리, 캐릭터 등 극의 중요한 모든 요소들보다 떡밥 그 자체가 우선인 작품들을 나는 떡밥물이라고 부른다. 가령 '언더 더 돔'이나 '웨이워드 파인즈' 같은 것들 말이다. 영화보다는 길게 늘릴 수 있는 드라마 포맷에 더 많으며, 이런 드라마들은 대개 끝이 안 좋다. 초반 몰입도는 대단하다. 시즌1 첫 회, 추락한 비행기 잔해 사이에서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 아비규환의 에너지가 대단했으며 숲의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는 그 때 까진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생존 적응 기간을 거쳐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 부분까지는 잘 편집하면 훌륭한 한 편의 영화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친 리더, bitch, badass 등 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

멧가비|2016년 3월 29일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백인 약탈자들은 작고 약하다. 그에 더해 땅의 원래 주인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공포의 존재. 그저 아들의 복수를 하려는 의지 뿐인 글래스는 더군다나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상까지 입은 몸. 너무 하찮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의지와 분노가 더욱 강렬하다. 덕분에 영화는 베어 그릴스로 시작해서 황해로 끝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촬영이 존나 죽음이다. 자연광은 말 할 것도 없고, 개울 흐르는 소리, 언 나뭇가지 밟는 소리 등 원래는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는데도 귀에 꽂히고 감기는 건 거친 자연의 위협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무방비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한다. 죽을 때 까진 죽을 수 없는 사냥꾼이 복수의 대상을 찾기 위해 모든 감각을 집중한 날카로운 청각을 대리 체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