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안에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념물(Memorial)이 있는 역대 대통령은 현재 7명뿐인데, 그 동안 위기주부가 방문해서 소개한 곳은 재임 순서대로 워싱턴, 제퍼슨, 링컨, FDR, 아이젠하워 5명이었다. 사실 남은 두 곳을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에 포함시키기에는 두 대통령에게 미안하지만, 지난 8월에 그 시리즈를 진행하며 진짜 별볼일 없던 스미소니언 박물관을 먼저 구경한 후에, 포토맥 강을 건너서 찾아갔던 나머지 2곳의 대통령 기념물들 중에 하나를 이제 소개한다.
구글이 알려준 강변의 작은 주차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남쪽에 있는 펜타곤(The Pentagon), 즉 유명한 미국 국방부 청사이다. 펜타곤은 기회가 되면 다른 글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고, 뒤를 돌아 산책로를 따라 강가쪽으로 계단을 내려가 보자~
돌담 위쪽이 주차장으로 거기 붙은 명판에 국립공원청의 로고와 함께 린든베인스존슨 메모리얼그로브 온더포토맥(Lyndon Baines Johnson Memorial Grove on the Potomac)이라 적혀있다. 굳이 번역하자면 "린든 B. 존슨을 추모하는 포토맥의 숲" 정도로, 공원 홈페이지에도 이름의 이니셜만 따서 'LBJ'로 줄여서 적혀있는 제36대 존슨 대통령을 기념하는 국립 공원이다.
입구에 두 개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특이하게 오른편은 영부인의 '업적'을 따로 소개하고 있다. '레이디버드(Lady Bird)'라는 애칭의 그녀는 이 블로그에도 남편보다 먼저 따로 등장하셨는데, 여기를 클릭해서 2년전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국립공원 여행기를 보시면 된다! 여기서 존슨 대통령이 언제 재임한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아래 흑백사진 하나를 가져와 설명드린다.
1963년 11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암살된 후에, 그의 시신을 싣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에어포스원 안에서, 부통령이었던 린든 B. 존슨(Lyndon Baines Johnson)이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이다. 오른쪽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는 재클린 케네디의 옷에는 아직도 죽은 남편의 피가 묻어 있었고, 존슨의 아내가 왼편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존슨은 케네디의 남은 14개월 임기를 승계한 후에, 1964년 대선에서 압도적 득표로 이겨서 1969년 1월 20일까지 재임한다. (승계 임기가 2년 미만이라서 재출마가 가능했지만, 건강 문제 등으로 당내 경선중 포기)
안내판의 흑백사진은 1964년에 마틴루터킹과 백악관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그 해 제정된 민권법(Civil Right Act)은 그의 최대 업적 중 하나이다. 또 '위대한 사회(The Great Society)'를 제창하며 가난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교육 재정지원과 환경보호의 기틀을 다졌고, 노령층과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 제도를 시작했다. 지금 서있는 곳은 버지니아 주이고, 나무 다리를 건너서 포토맥 강에 떠있는 컬럼비아 섬(Columbia Island)부터 DC에 포함된다. 사진에 낮게 떠있는 여객기는 바로 남쪽의 레이건 국립공항(Ronald Reagan Washington National Airport)에 착륙하는 중으로, 그 공항 부지는 의외로 워싱턴DC가 아니라 버지니아 주에 속한다.
섬으로 들어오면 나무와 잔디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그냥 숲이지만, 바닥에 자연석을 아주 잘 깔아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평범한 공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쯤에 나무들 사이로 눈에 띄는 바위가 하나 나타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원래 이 곳은 도로 건설을 위해 포토맥 강을 준설한 흙을 쌓아서 만든 인공섬에 가까워 수풀만 가득한 뻘밭으로 방치되고 있었는데, 영부인이 주도한 도시미화 운동에 따라서 백만송이의 수선화와 3천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단다. 그래서 퇴임 직전인 1968년 11월에 섬 전체가 레이디버드 존슨 공원(Lady Bird Johnson Park)으로 지정이 되었고, 1973년에 존슨 대통령이 사망하자 그의 기념물을 이 곳에 만들기로 한 것이다.
산책로와 이어진 원형 광장에 존슨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가져온 아무 글씨나 조각도 없는 화강암 덩어리가 서있고, 작은 잔디밭 주위로 그의 어록이 적힌 석판 몇 개가 전부인 제36대 미국 대통령의 국가 기념물이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텍사스 출신의 민주당 대통령!)
부부가 좋아했다는 여기서 보이는 수도의 풍경을 왼쪽부터 살펴보면... 이 섬을 거쳐서 국립묘지 정문과 연결되는 알링턴 추모교(Arlington Memorial Bridge), 링컨 기념관, 하얀색 Cintas 밴과 가로등(^^), 그리고 워싱턴 기념비로 아주 평평하고 단순하다~
거대한 인공적 건물이나 동상이 전혀 없는 대통령 기념물은 아마 이 곳이 유일할 듯도 싶은데, 아내 이름의 공원 안에 만들어진 작은 숲(grove)이 거의 전부인 이러한 살아있는 추모공간을 '리빙메모리얼(Living Memorial)'로 표현을 한다.
섬에 다른 볼거리가 하나 더 있어서 남쪽으로 걸어가니, 식당 건물과 요트 선착장이 있는 Columbia Island Marina가 나왔다. 생일 파티를 하는 듯한 사람들이 모여서 배구를 즐기고 있고, 그 뒤로 요트들이 떠있는 곳은 펜타곤 라군(Pentagon Lagoon)이라 불리는 오목한 만이다.
산책로는 강변도로인 조지워싱턴 기념도로(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의 아래로 만들어진 터널을 통과해 본류쪽으로 나간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LBJ 기념물은 국립공원청의 독립적인 Official Unit이기는 하지만, 이 도로 주변으로 산재한 다른 약 30곳과 함께 GWMP 그룹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보행 터널을 빠져 나오니까 작은 언덕 위로 은색 조각과 빨간 꽃밭이 보였다. 빗방울이 좀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빙 돌아서 가까이 가보았다.
해군/상선 기념비(Navy - Merchant Marine Memorial)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해군들이 주축으로 건립이 추진되어, 여러 난관 끝에 1939년에 이 자리에 완공되었다. 하지만 꼭 당시 전쟁에서 죽은 해군이나 해병대원들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라를 위해 배를 타다가 폭풍우에 의한 조난이나 다른 모든 해양사고로 숨진 사람들도 모두 포함해서 추모하는 의미라고 한다.
거친 파도 위를 나는 갈매기들을 조각해서 "Waves and Gulls"라 불리기도 하는데, 도합 7마리의 갈매기는 7대양을 상징한단다. 무엇보다 동상이 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야외에 설치된 대형 조각으로는 미국에서 최초라 한다.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포토맥 강을 따라서 유람선(수상버스?) 한 대가 지나가고, 앞서 전경 사진에서는 보여드리지 못한 오른편에 둥근 지붕은 제퍼슨 기념관이다. 이렇게 컬럼비아 섬에 있는 6번째 DC의 대통령 기념물과 다른 기념비를 둘러봤고, 바로 이어서 강의 상류쪽으로 이동해, 역시 또 섬에 만들어져 있는 마지막 7번째 프레지던트 메모리얼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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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한 후에 백악관까지 퍼래이드를 하게 되는데, 두 곳을 비스듬한 직선으로 연결하는 도로가 바로 펜실베이니아 애비뉴(Pennsylvania Avenue)로 많은 사람들이 흔히 "America's Main Street"라 부르는 길이다. 미국의 수도를 대표하는 중심가답게 왕복 8차선의 대로 좌우로는 많은 역사적인 건물이 세워져 있고 다수의 동상과 기념물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중에서 꼭 올라가보고 싶었던 빌딩의 전망대를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온 지 정확히 2년만에 찾아갔다.
모든 역이 똑같이 지하 방공호처럼 만들어져 있는 워싱턴 지하철을 오래간만에 이용했는데, 우리가 내린 역의 이름은 '연방 삼각형' 페더럴 트라이앵글(Federal Triangle)이다. 이 곳의 유일한 출구를 통해서 지상으로 올라가면 눈앞에...
우리의 목적지인 '옛날 우체국' 올드포스트오피스(Old Post Office) 빌딩이 바로 딱 나타난다! 이제 올라가려는 시계탑이 지붕 너머로 북쪽에 솟아있는 것이 보이는데, 저리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건물의 반대편 남쪽의 입구로 가야 한다.
여러 개의 문들 중에서 뮤지엄/클락타워(Museum & Clock Tower)라 적힌 아래로 들어간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보안검색을 거친 후에 코너를 틀면, 이렇게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의 긴 복도 좌우로 전시들이 만들어져 있는 박물관이 먼저 나온다. 위기주부 오른편의 사진이 이 건물의 북쪽 정면 모습인데, 1899년에 완공되어서 미국의 중앙 우체국으로 1914년까지 사용되었고, 그 이후로는 여러 정부 기관의 사무실로 이용되었다. 연방청사들이 모여있는 Federal Triangle 구역에 위치해서 1970년대 초에는 완전히 철거될 뻔 했지만,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대대적인 수리를 거친 후에 1983년부터 Old Post Office Pavilion으로 최근까지 불려왔다.
벽에 붙어있던 지도로 파란색 테두리의 안쪽이 1965년에 독립적인 펜실베니아애비뉴 국립사적지(Pennsylvania Avenue National Historic Site)로 지정이 되었는데 지금 건물은 ⑧번 위치이다. 이미 블로그에 소개한 여기 포함되는 곳들로는 ③번 제1차 세계대전 기념물, ⑨번 포드 극장, ⑩번 스미소니언 초상화/미국 미술관, ⑫번 국립 문서보관소 등으로 각각 이름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 중에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곳들을 묶어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고, 아마도 국립사적지의 다른 나머지 장소들을 방문한 한두편은 더 추가가 될 것 같다.
전시의 마지막에 '반가운' 이름과 그의 가족사진까지 등장을 한다.^^ 앞서 수리 후 30년 가까이 지나 건물이 다시 노후화되자, 정부는 민간사업자와 60년 임대계약을 하는데 그 상대가 바로 트럼프 회사였다! 그리하여 우체국 건물은 2억5천만불의 리모델링을 거쳐 객실 270개의 최고급 호텔로 거듭나게 되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Trump International Hotel)이 그가 힐러리를 꺽고 대통령에 당선되기 불과 2주전인 2016년 10월말에 정식 개장을 했다. 일단 여기서 국립공원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으로 올라가서 계속...
방금 우리가 타고 올라온 반투명 유리창의 둥근 엘리베이터가 다시 벽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이다. 건물의 가운데가 이렇게 완전히 비어있는 구조인데, 바닥층에 빨간 단풍나무도 있고 아주 이쁘게 장식이 되어있는 것을 본 아내 왈... "저 아래에 꼭 들어가 보자~"
건물 역사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원래 호텔업자이던 대통령이 백악관 바로 근처에서 (직접은 아니지만) 장사를 하는게 법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또 트럼프에 반대하는 정치 시위가 호텔앞에서 자주 벌어지는 것도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단다. 그래서, 2019년부터 트럼프 재단은 매각을 추진했고, 결국 그가 재선에 실패한 다음 해인 2021년에 남은 임대권한을 힐튼에 3억7천5백만불에 팔아서 1억불 이상 차액을 남겼단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인 2022년 6월에 지금의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 Astoria) 호텔이 새로 문을 연 것이다.
9층에서 시계탑 꼭대기는 다시 저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전망대의 인원수를 25명으로 제한해서 타고 내려온 사람 수 만큼만 태워서 올려보내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방문에 예약은 필요 없음) 기다리는 동안에 가운데 직원이 여러 이야기를 해주거나 질문에 답하는데, 왼편 바닥에 놓여진 여러 사진과 설명 중에서 제일 아래 있는 그림을 확대해 보여드린다.
라디오 송신탑같은 구조물을 제외하고, 워싱턴DC에서 가장 높은 5개의 건축물을 차례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 시계탑은 최대 높이 315피트(96m)로 3등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전망대에 올라가면 나머지 4개가 모두 다 보인다는 점인데... 기대하시라~
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까 제일 먼저 춥다는 느낌과 함께 좀 썰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런 꼭대기는 지금까지 종탑인 경우가 많아서 당연히 여러 개의 종이 있는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상상했던 것 같다. 가운데 부분은 내려가기 전에 설명을 드리고, 시계탑에 올라왔으니 북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차례로 밖을 내다 보았다.
(하하~ 약속대로 보여드리긴 하는데, 너무 작아서 화살표로 알려드림^^) 왼쪽이 건물 높이 4등인 워싱턴 국립 대성당(성공회)이고, 오른쪽이 2등인 국립 성모 대성당(천주교)으로 사진 원본을 확대하면 그래도 형체는 알아보실 수 있을거다... DC의 내셔널몰 주변 볼거리는 거의 다 봐가니까, 이제 슬슬 멀리 저 두 곳도 직접 한 번 찾아가볼 때가 되긴 했다.
동쪽은 5등 국회의사당에서 백악관 방향으로 뻗어 오는 펜실베니아 대로가 늦은 가을 단풍 가로수와 함께 가장 잘 보였다. 길 오른편 Federal Triangle 구역의 연방청사 건물들 지붕을 모두 붉은 기와로 올린 것도 이채롭다.
남쪽 방향 내셔널몰을 내려다 보는 아내의 모습으로, 영원한 1등인 워싱턴 기념탑이 흑인역사문화관 위로 솟은 것처럼 보인다. (워싱턴DC 안에는 법적으로 워싱턴 기념탑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
서쪽 멀리 보이는 현대식 고층건물들은 강 건너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지만, 그래도 예의를 지켜서 최대 높이가 400피트(120m) 정도로 워싱턴 기념탑보다 높지 않게 만들었다.^^ 하지만 네방향 중에서 서쪽 창문들이 가장 인기있는 이유는 왼편의 저 건물들 때문이 아니라...
사진 가운데 위쪽의 하얀 백악관이 가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앞쪽의 그리스 신전같은 건물은 재무부) 재미있는 것은 사진 우측 아래의 하얀 바닥인 프리덤 플라자(Freedom Plaza)로 앞서 보여드린 펜실베니아 애비뉴를 중심으로 한 지도가 바닥에 새겨져 있다.
전망대 가운데 유리로 보호된 기계의 톱니와 회전 레버를 이용해서, 우리가 서있는 곳 아래쪽으로 동서남북 4개 면에 모두 설치된 대형 시계를 동시에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시계탑 유적지 구경은 모두 마쳤고,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서 12th St와 대로가 만나는 모퉁이로 향했다.
거기에는 '최초의 미국인'으로 통하는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동상이 서있는데,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창업자가 1889년에 만들어서 정부에 기증한 것으로 원래는 10th St 교차로에 있던 것을 1980년에 이리로 옮겨 왔단다.
광각으로 올려다 보고 찍었더니, 무슨 공포영화에 나오는 프랑스의 오래된 성같은 느낌이...^^ 북쪽면이 원래는 정문이었겠지만, 지금 호텔의 입구는 건물의 동쪽면에 있어서, 멀리 보이는 모퉁이를 돌아서 씩씩하게 입구를 찾아 들어갔다.
고급 호텔의 좁고 긴 통로나 로비를 옛날에 상류층 여성들이 화려한 드레스를 뽐내면서 걸었다고 해서 피콕앨리(Peacock Alley)라 뉴욕에서 부르기 시작했었다는데, 여기 월도프아스토리아 워싱턴DC 호텔의 그랜드 아트리움(Grand Atrium) 로비에 있는 바의 이름이기도 했다.
샹들리에를 메달기 위해서 철제 구조물을 추가로 설치해놓아서 전체적으로 좀 복잡한 느낌이었다는 점만 빼면 아주 멋진 공간이었고, 바의 뒤쪽 벽에 빈 크리스탈 병들을 높이 가득 전시해 놓은 것을 아내가 마음에 들어했다.
시계탑을 올라갈 때 눈에 띄었던 빨간 단풍나무는 애석하게도 가짜였지만, 그 아래에서 들려오는 하프 소리는 녹음이 아니라 직접 연주를 하는 생음악이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어떤 메뉴가 있는지 확인부터...^^
브런치를 먹기에 딱 좋은 장소였지만, 우리가 예약해놓은 케네디센터 연주회의 시작 시간에 맞추려면 바로 나가서 부지런히 걸어가야할 듯 했다. 여기서 서쪽으로 펜실베니아 애비뉴(Pennsylvania Ave)를 따라 백악관을 지나 걸어가면서 잠깐씩 둘러본 다른 동상과 기념물들 및 처음 들어가 보는 콘서트홀의 모습 등이 별도의 포스팅으로 곧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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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버지니아로 이사온 후에 알게 된 블로그 이웃중에 JinJin님이 계신데, 미동부로 연수를 오셔서 특히 뉴욕/워싱턴DC 지역은 정말 사소한 곳들도 일부러 다 찾아다닌 기록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소개하는 애나코스티아 지역박물관(Anacostia Community Museum)을 실제 방문한 여행기도 네이버에서 지금까지 JinJin님의 포스팅이 거의 유일했는데, 그 글의 제목이 "[워싱턴 DC의 박물관] 가지 마세요, 애나코스티아 박물관"이다! 하지만, 모든 스미소니언 뮤지엄 '도장깨기'를 목표로 한 위기주부가 그 말을 안 듣고 찾아가봤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스미소니언(Smithsonian) 협회의 로고가 반가워서, 일부러 도로까지 나가서 간판 사진을 찍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박물관 이름 가운데에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것부터 특이한데, 어떤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의 직원에게 브로셔나 지도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박물관은 작아서 그런 것 없단다...
제일 먼저 메모지와 연필, 그리고 집게가 가지런히 놓인 책상이 나왔는데, 그 위에 파란색으로 그려진 것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Washington, District of Columbia)의 지도이다. 건너 뛰었던 박물관 이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지도를 가져와 아래에 보여드린다.
워싱턴 도시는 처음에 한 변의 길이가 10마일인 정사각 마름모로 만들어졌다가, 포토맥 강의 남서쪽은 버지니아 주에 돌려줘서 위와 같은 모양이다. 도시의 남동쪽을 흘러 포토맥 강과 합류하는 지류가 바로 아나코스티아 강(Anacostia River)으로, 이 유역에 살던 원주민 부족의 이름인 Nacotchtank에서 유래했단다. Anacostia라는 작은 동네가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보통 이 강의 동남쪽 넓은 지역 전체를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현재 워싱턴에서 가장 낙후되고 흑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1967년에 아나코스티아의 오래된 극장 건물을 사들여서, 강 건너 내셔널몰의 유명한 박물관들을 지역 흑인사회에 소개하는 '맛보기 전시장'을 운영하기 시작한게 이 박물관의 시작으로, 현재의 건물은 1987년에 포트 스탠튼(Fort Stanton)에 새로 만든 것이다.
잠깐 벽에 걸린 전시물 하나를 보여드리면... 지역의 네일살롱 사장님이 만드신 흑인들이 좋아하는 기다란 가짜 손톱이었다~
신축된 박물관은 1995년에 이름을 Anacostia Museum and Center for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로 바꾸고, 지역사회 뿐만이 아니라 전체 미국 흑인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기 시작했단다. 그러나 2006년에 내셔널몰에 별도의 최신 국립 흑인역사문화관을 새로 짓는 것으로 확정된 후에, 이름을 현재의 Anacostia Community Museum으로 다시 변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박물관의 지금 정체성을 굳이 정의하지면 흑인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문화와 함께, 특히 환경운동에 관한 전시를 많이 하는데, 그 이유는 최근까지도 애나코스티아 강이 극심한 오염으로 방치되어서 오죽하면 "D.C.'s forgotten river"라 불리었기 때문이다. 참, 사진 가운데 벽에 기대어 있는 여성분은 관람객이 아니고,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손님은 위기주부 한 명 뿐이었다.^^
왼편에 종이와 필기구가 놓인 것으로 봐서, 이것도 어떤 참여형 전시물인 듯 한데... 끼워진 노트는 몇 장 되지 않았다~
소중히 모셔진 다른 전시물은 작고한 활동가(activist)의 털모자로 많은 메시지를 나타내는 '버튼'들이 빼곡히 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는...
이렇게 직접 자신의 주장을 담은 버튼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책상과 함께, 최근의 여러 활동가들의 모습을 화면에 보여주고 있었다. 레게 머리를 땋은 흑인 여성 2명이 이 날 처음 본 다른 관람객인데, 그 중 한 명은 엉덩이 아래까지 머리카락이 늘어져 있었다.
전시장 출구로 나와 로비를 찍은 사진으로,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니 지금 전시는 To Live and Breathe: Women and Environmental Justice in Washington, D.C.라는 제목으로 내년 1월까지 운영된단다. 처음 언급한 JinJin님이 2020년에 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봐서, 이 박물관은 고정 전시물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매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체 박물관의 내용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애나코스티아 지역박물관(Anacostia Community Museum)의 외관으로 아프리카 짐바브웨(Zimbabwe)의 전통양식이라 한다. 이로써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 전체 20개의 스미소니언 뮤지엄 목록에서 16번째 도장깨기를 마쳤고, 워싱턴DC에서도 아직 2곳이 더 남았는데 가능한 빨리 마저 가봐야 하겠다. (나머지 2곳은 뉴욕시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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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의 막바지였던 1864년 6월, 버지니아 피터스버그(Petersburg)에서 북군의 총공세를 힙겹게 막아내고 있던 남군 총사령관 리(Lee) 장군은 15,000명의 병력을 주발 얼리(Jubal Early)에게 주면서 몰래 쉐난도어 계곡으로 우회해서 워싱턴DC를 기습 공격할 것을 명령한다.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기에는 늦었지만, 북군의 수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켜 링컨 정권에 타격을 줘서 휴전협상을 이끌어 내거나, 또는 그 해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반전파가 유리해지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도박을 한 것이다.
그 보다 2년전인 1862년 9월에 남군이 처음으로 포토맥 강을 건너서 싸웠던 앤티텀 전쟁터를 구경하고 시간이 빠듯했지만, 약 8만의 인구로 메릴랜드 주에서 2위 도시인 프레더릭(Frederick) 근처의 모노카시 국립전쟁터(Monocacy National Battlefield)를 또 찾아왔다. 자동차 앞유리를 통해서 공원의 간판 사진을 급히 찍고는 왼편의 비지터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인구수 1위인 볼티모어는 약 60만^^)
안내판 오른쪽의 마름모 모양 지도에 회색으로 표시된 경로로 우회한 얼리(Early)의 남군 15,000명이 7월 9일에 이 곳에서 루 월러스(Lew Wallace) 소장이 이끄는 북군 6,600명과 전투를 벌였다. 월러스는 대부분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 3,200명을 데리고 볼티모어에 주둔하고 있다가,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가 급히 보낸 3,400명과 함께 허겁지겁 도착해서 두 배가 훨씬 넘는 적군과 싸우게된 것이었다.
하루 동안 전투가 벌어진 여러 장소들이 앞서 안내판 왼쪽의 공원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 곳도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으므로, 전투가 벌어졌던 농장에 남아있는 건물과 기념비 및 전투 내용 등이 궁금하시면 공원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옥색 지붕이 특이했던 비지터센터에 들어가니, 직원이 전시실은 의외로 2층이라고 안내를 해줬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에 <Monocacy: A Battle for Time>이라 적혀 있는 의미는 차차 아시게 되고... 모노카시 강은 포토맥 강의 지류로 원주민들이 "river with many bends"라는 뜻의 Monnockkesey로 부른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윗줄 오른편의 까만 턱수염이 북군 지휘관 월러스(Wallace)로, 그는 전쟁이 끝나고 뉴멕시코 준주의 지사로 재임하면서 역사소설을 하나 출간하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져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책의 제목은 바로 <벤허> Ben-Hur: A Tale of the Christ 이다.
이 전투 직전까지의 남북전쟁 상황 등을 설명하는 전시물 앞에서, 아이 한 명이 바닥에 앉아 쥬니어레인저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치먼드에서 출발했던 남군의 우회로가 가운데 큰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세부적인 전투 상황이 위에 기재되어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북군이 1,300명의 사상자를 내고 볼티모어로 패퇴했고, 남군은 그보다 적은 900명의 사상자 피해만 보고 여기서 야영한 후에 다음날 워싱턴DC로 계속 진군을 해서 11일 정오에 도착했지만, 그 날 오후에 포토맥 강을 거슬러 배를 타고 올라온 많은 북군이 수도 방어를 위해 증원되었다.
즉, 월러스의 북군은 모노카시 전투에서는 패했지만, 남군의 진군을 하루 지연시켜서 수도 워싱턴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7월 12일의 포트 스티븐스 전투(Battle of Fort Stevens)는 남북전쟁에서 유일하게 워싱턴DC 내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특히 링컨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링컨은 남군의 예상되는 습격과 무더위를 피해서 백악관을 떠나 북쪽으로 4마일 정도 떨어진 여름 별장으로 피신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근처로 남군이 공격을 해온 것이었다나...^^
남북전쟁 당시에 워싱턴DC는 반란군의 주력인 버지니아와 접해 있고, 나머지 3면은 중립이지만 노예주인 메릴랜드에 둘러싸여 있어서 수도를 지키기 위해 빨간 점으로 표시된 많은 군사시설을 급하게 지었다. 그래서 1864년경에 무려 93개의 포대(battery)에 설치된 800문의 대포와 68개의 요새(fort)를 연결하는 30마일의 군용도로로 에워싸진 DC는 세계에서 가장 방어가 잘 된 도시가 되었고, 그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17곳은 Civil War Defenses of Washington 이름으로 국립공원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남군이 쳐들어 왔다는 소식에 링컨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직접 스티븐스 요새로 향했고, 1892년에 그려진 위의 그림처럼 요새 의 난간(parapet)에 올라서서 "저 반군 놈들을 당장 격퇴하라"고 소리쳤단다! 안 그래도 큰 키에 높은 모자까지 써서 남군 저격수들이 알아보고 쏜 총알들이 빗발쳐서 옆에 있던 주치의까지 총에 맞자, Oliver Wendell Holmes, Jr.라는 젊은 장교가 다음과 같이 고함을 질렀다~
“Get down, you damn fool!”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이 빌어먹을 멍청아!"라고 소리쳤던 홈스는 1902년에 미국의 대법관이 되어 30년간 일했다고...^^
그 상황을 직접 목격했던 퇴역 군인들이 1920년에 만든 기념물이 당시 링컨이 서있던 자리에 지금까지 세워져 있다는데, 동판의 그림은 더 리얼하게 바로 옆의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흔히 '포트 스티븐스 사건'으로 불리는 이 순간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전쟁터에서 적군의 사격에 노출되었던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경우라고 한다.
이상으로 지난 8월의 토요일 하루만에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가 있는 캐탁틴 산악공원과 두 곳의 남북전쟁 격전지를 둘러봤던 메릴랜드 주 서쪽의 여행기 3편이 모두 끝났는데, 가을 단풍이 다 떨어지기 전에 이번에는 메릴랜드 주의 동쪽으로 다른 특이한 국립 공원과 유명한 NASA 연구소 등을 구경하러 또 한 번 시간을 내볼까 하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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