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관점에서는 흑인(Black)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한글 8글자가 너무 길어서 효율적 글작성을 위해 2글자로 줄여 사용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국립 흑인역사문화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이 열렸다. 참고로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그냥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었지만 설립을 위한 법률이 2003년에야 통과되었으며, 오바마 당선 전인 2006년에 현재의 부지가 선정되고 2012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4년만에 완공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신축 건물답게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부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외관이라서 차로 지나가면서도 눈에 잘 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계속 봐왔던 분들이라면, 앞서 두 번이나 방문하려다가 줄이 길어서 못 들어가고 외관만 보여드렸던 것이 기억나실텐데, 아이들 여름방학도 모두 끝난 평일 오후라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길래 씩씩하게 찾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바로 들여보내 주겠지~" 하지만, 아직도 이 박물관은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산이었다! 저 멀리 직원에게 예약은 안 했다고 하니까, 옆의 다른 테이블에 가서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라고 했다. 그 곳에서 그 날의 예약일정 프린트를 들고있는 다른 직원이, 우리 일행이 7명이라고 하니까 약간 놀라며 망설이다가... 어떤 예약(?)에 두 줄을 그어 지우고는 우리보고 입장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들어온 흑인박물관의 1층은 내셔널몰의 다른 인기있는 자연사박물관 등에 비하면 아주 널널하고 한적했다.^^
헤리티지홀(Heritage Hall)로 불리는 1층은 안내 데스크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은 없는 넓은 공간이었다.
박물관 건물의 단면도로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쪽 지하는 역사(History), 위쪽 지상은 문화(Culture) 전시실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데다가, 다른 내셔널몰의 옛날 박물관들은 보통 지하층에는 인기없는 전시나 카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우리 스타일대로 제일 꼭대기부터 먼저 올라가서 구경하며 내려오기로 했었다.
창가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유리벽을 가린 '망(scrim)'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이 한국의 창호지에 격자무늬를 붙인 느낌이었다. 저 문양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해 남부 흑인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원래는 저 창살을 순수한 청동(bronze)으로 만들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코팅방식 등을 검토한 끝에, 결국은 특별한 염료를 섞어서 구릿빛을 내는 PVDF(polyvinyl difluoride)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외였다.
4층 컬쳐갤러리(Culture Galleries)는 흑인들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Visual Art'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2년전에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26세의 흑인 여성인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의 초상화가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있던게 기억난다.
음악쪽의 'Musical Crossroads' 전시실의 입구에는, 척 베리(Chuck Berry)가 1986년 세인트루이스 공연에서 무대로 몰고왔다는 그의 1973년형 빨간 캐딜락이 놓여져 있었다.
영화와 TV 및 연극 등의 공연예술에서 활약한 흑인들은 'Taking the State' 코너에 소개가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의 유명인들보다는 옛날에 인종차별이 심할 때 힘들게 활약했던 흑백화면의 연기자들 위주로 전시가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원형 스크린에 흑인문화의 다양한 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Cultural Expressions'라는 곳이 있어서 한바퀴 돌려서 찍은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2016년 자신의 마지막 백악관기자단 만찬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칠 때 "Obama out"이라고 말하며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마이크드랍(MIC Drop)'은 흑인들이 랩배틀에서 '상대방이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라인을 날려서 승리하였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한다.
3층 커뮤니티갤러리(Community Galleries)의 스포츠 전시실 입구에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들 중의 하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남자 200미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흑인선수가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성조기가 올라가는 동안에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그 해 4월 4일에 암살당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한 추모와 미국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이 'Black Power Salute'로 그들은 선수촌에서 쫒겨나고 메달 박탈까지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동상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 4관왕이었던 제시 오언스(Jesse Owens)가 달리는 모습이다.
흑인 스포츠 스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두 명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타이거 우즈(Tiger Woods)였다.
반대쪽에는 'Double Victory'라는 제목으로 독립전쟁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위해 군대에서 싸운 흑인들의 이야기가 따로 소개되어 있었다.
2층 인터랙티브갤러리(Interactive Gallery)는 'Explore More!'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흑인들의 댄스를 배우는 이 시설은 대형화면과 동작센서를 결합해서, 지금 바닥 좌우의 사각형 안에 서있는 아내와 지혜의 움직임이 화면에 하얀 점으로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최첨단의 장치였다.
그렇게 윗층들을 다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이게 다 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설마 그럴리가... 미국 흑인들의 어둡고 아픈 역사는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가면 나올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단면도에 중앙홀(Concourse)이라 되어있는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왼쪽에는 특별전시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15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의 입구가 나온다.
히스토리갤러리(History Galleries)는 지하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무조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즉, 제일 바닥 C3층에서부터 시간 순서대로 모든 전시를 차례로 보면서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흑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저 분은 지금의 서남 아프리카 앙골라 지역에서 노예무역을 하는 포르투갈에 대항했던 부족의 은징가 여왕(Queen Nzinga)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대부분 무위로 끝나고, 약 300년간 지속된 노예무역으로 유럽과 서인도 제도, 그리고 아메리카 식민지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은 약 1,500만명에 이를거라고 한다.
끔찍한 노예무역에 대한 설명은 이 도면 하나로 충분한 것 같다~ 노예선에 저렇게 아프리카인 400명을 상품처럼 실어서 신대륙으로 운반했는데, 보통 항해하는 중에 1/6이 죽고, 길 들이면서 1/3이 또 죽어서, 절반 정도만 '시장에서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람(men)'에 흑인노예는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의 '자유(liberty)'를 강조하면서 흑인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소유하는 권리도 보장해주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서 위를 바라보면 지하 4개층이 모두 뚫려있는데, 다른 기존의 박물관들보다 부지의 면적이 작은 대신에, 이렇게 지하로 깊이 파서 전시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 같았다. 그 깊이 만큼이나 어둡고 답답한 흑인들의 역사는 제일 아래 C3층의 나머지 공간에서 다루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도 거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C2층은 1876년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까지 공공장소에서 흑백의 분리와 이에 저항하는 흑인민권운동의 중요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윗층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건너뛰었다. 왜냐하면 지하 전시실이 있는 것을 모른 누나 가족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C1층은 법적으로는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개정안이 마지막으로 통과된 196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미국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러 흑인들의 이야기 등을 다루는 전시실의 마지막 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 이후의 역사와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시도 지하 중앙홀 반대편의 특별 전시실에 일부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역사 전시실을 나가는 마지막 경사로 옆에는 "I, too, am America."라는 흑인 시인 Langston Hughes의 1926년 시 <I, Too>의 마지막 문장이 크게 적혀있었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니까 오른쪽 작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화살표 표시가 있어서 따라 들어가 봤다.
명상의 정원(Contemplative Court)이라는 장소는 지상에서 원형의 빛과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안쪽 벽에는 킹 목사가 성경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justice)를 물 같이, 공의(righteousness)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에서 차용한 1955년 연설문의 해당 구절이 적혀있다.
중앙홀에 있는 350석 규모의 극장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그녀는 이 박물관에 지금까지 개인으로는 최대 금액인 2,100만불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시간반 정도만에 내셔널몰에서 가장 최신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 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NMAAHC) 구경을 마치고 Constitution Ave 출구쪽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원형의 나지막한 것이 명상의 정원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이니까, 지금 서있는 곳 아래에 지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아직 오후 5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의 미국사박물관을 잠깐만 둘러본 후에, 아침에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워싱턴 가이드투어'의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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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여행에서 유명한 공짜 박물관과 미술관들 전시도 충분히 둘러보고, 각종 기념관들도 제대로 구경하려면 몇 일 정도가 필요할까? 이번에 누나 가족을 위한 'DC 가이드투어'의 철저한 계획을 아내와 함께 세우면서 내린 결론은 최소한 3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날은 백악관과 내셔널몰 서쪽, 둘쨋날은 국회의사당과 내셔널몰 동쪽, 세쨋날은 남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 위주로 구경을 했는데, 대부분 우리 부부는 이미 방문을 했던 곳이지만 좋은 날씨에 모처럼 누나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앞쪽 이틀은 위기주부도 처음 방문하는 장소가 두 곳씩 있었기에 이제 차례로 소개한다. 첫날 목요일에는 레이건빌딩에 일일주차를 하고 사전답사기로 이미 포스팅한 백악관과 렌윅갤러리를 구경한 후에 내셔널몰로 내려갔다.
누나의 전문가 솜씨로 싼 김밥을 여기 '헌법정원' 컨스티튜션가든(Constitution Gardens)의 연못이 보이는 벤치에서 점심으로 먹었다. 오리들 너머로 보이는 계단이 있는 곳은 작은 섬인데, 그 좌우로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싸인한 56명의 서명과 이름 등을 확대해서 모두 바위에 새겨놓은 Memorial to the 56 Signers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기념물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베트남전에서 간호사 및 통신과 항공관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한 미국 여성들을 기리는 Vietnam Women's Memorial 동상은 베트남전 기념물의 일부로 1993년에 추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위기주부도 직접 보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까만 대리석에 녹색의 잔디밭이 반사되어 더욱 특별하게 보였던, 1982년에 만들어진 베트남전 기념관(Vietnam Veterans Memorial)을 지나서,
링컨 기념관 앞에서 우리 일행 7명의 단체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이 날 지혜 혼자만 꿋꿋하게 모자를 안 쓰고 버팀...^^
기념관 내부를 구경한 후에 계단 위에서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과 '연필탑'을 배경으로 3명 가족사진도 한 장 찍었다.
다음 코스는 DC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인 한국전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이다. 행군하는 병사들의 제일 앞쪽의 기념관 중앙 바닥에 씌여진 아래의 문구는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6·25전쟁이 베트남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지만 이 기념관은 더 늦은 1995년에야 헌정되었고, 사진 제일 왼쪽에 빼곡하게 사망자들의 명단이 새겨진 'Wall of Remembrance'는 올해 2022년 종전기념일에 추가로 완성되었다.
기다란 리플렉팅풀 남쪽의 산책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서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을 구경한 후에, DC관광 첫째날의 하이라이트인 이 워싱턴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의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찾아가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매번 그냥 올려다보기만 했던 이 '연필탑'을 누나 가족과 함께 올라가보기 위해서, 위기주부는 한 달 전에 단체 7명 티켓을 예약했다. (여기를 클릭해서 나오는 예약사이트에서 이용일 30일전부터는 Large Group Tour를, 하루전에는 그냥 Tour를 클릭해서 예약) 오후 2시로 예약한 사람들이 레인저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입장을 막 시작해서, 우리는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해시계처럼 우뚝 솟아있는 기념탑이 만드는 북동쪽 방향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2시반 입장 대기줄이 만들어져서 우리도 재빨리 이동을 했고, 레인저가 가리키는 방향쪽으로 금새 긴 줄이 만들어졌다. 기념탑과 조지 워싱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직원으로 부터 듣고는 붙어있는 저 유리건물로 들어가서 공항수준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후에 탑과 연결된 내부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옆모습과 서명이 엘리베이터 위의 동판에 새겨져 있는데 여기는 내리는 방향이고, 탑승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뒤로 돌아가야 한다. 즉, 돌로 쌓은 탑의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뒷문쪽의 가장 안에는 동상도 하나 세워져 있는데, 말년에 배가 좀 많이 나오셨던 모양이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서쪽 문이 열려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 탑승했고, 약 70초만에 500피트 높이의 전망대에서 반대편 동쪽의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창문으로 홀린 듯 다가갔다.
제일 먼저 동쪽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국립잔디밭'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오른편 제일 앞에 보이는 빨간 지붕의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만 빼고, 여기서 의사당까지 좌우로 인접한 건물들은 모두 박물관 또는 미술관인데, 글을 쓰는 현재 딱 하나 빼고는 모두 들어가 보았다.
남쪽으로는 지난 봄에 벚꽃구경을 갔던 타이들베이슨(Tidal Basin) 인공호수와 그 너머로 다리들이 놓여진 포토맥 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호숫가에 만들어진 흰색 건물은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기념관이다.
다음 동쪽으로 뚫린 창문을 내다보는 우리 일행의 모습을 뒤에서 찍어봤다. 각 방향으로는 이 만한 크기의 창문이 두 개씩 만들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에만 어린이용 발판을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앞쪽의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리플렉팅풀이 직선으로 뻗어있고, 오른편에 제일 처음 소개했던 '헌법정원'의 연못과 그 안에 짧은 다리로 연결된 섬이 보인다. 풀 왼편의 기다란 잔디밭은 JFK Hockey Fields라 불리는데, 정말 케네디가 저기서 필드하키를 했는지는 모르겠당~ 그리고 강 너머는 버지니아 알링턴으로 오른쪽 고층건물들이 있는 곳이 다운타운이고, 왼쪽이 국립묘지로 조만간 방문하려고 생각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북쪽을 구경할 차례인데, 줄을 잘못 섰는지 앞의 3분이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아서, 위에 붙여놓은 사진으로 예습을 한 참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 하나의 건물만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백악관, 화이트하우스(The White House)이다! 바람 한 점 없던 날이라서 게양된 성조기가 잘 보이지 않았고, 옥상에 있다는 저격수들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침내 미국의 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내 발밑에 두니까 (좀 과장해서)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전망대에서 위쪽을 올려다 보면, 약 140년 전에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꼭대기 대리석들의 안쪽이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보이며, 1958년에 구멍을 뚫어서 설치한 빨간색 항공주의등(aircraft warning light)이 머리 위에서 깜박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제 이 계단을 통해서 아래쪽 490피트 층에 만들어진 작은 전시실로 내려간다.
아랫층 전시실에는 왜 이 '돌탑'을 세워서 워싱턴을 기념하는 지와 함께 그 옛날에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중요한 설명은 영어 이외에 5개의 언어로 함께 씌여져 있는데, 한글이 제일 좌측 상단에 먼저 나온다. "아랫줄에 6번째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쓸 공간이 충분히 있구만, 왜 안 썼을까?"
지금 우리가 서있는 꼭대기 피라미드 내부의 모형 옆에 서있는 지혜의 사진을 올린김에 안내판의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36,000개의 돌을 쌓아서 만든 모뉴먼트의 높이는 555피트(169 m)에 무게는 약 81,000톤이고, 증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1888년부터 가동되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2분이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1884년에 완성되었을 때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극했다가, 4년후에 파리 에펠탑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오벨리스크이면서 "순수하게 돌을 쌓아서 만든" 석조구조물(masonry structure)로는 세계최고의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단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옆에는 이 모뉴먼트를 만들때 여러 지역과 단체에서 기증한 돌들이 탑의 안쪽 벽에 박혀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내부 조명이 꺼지고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에서 유리문 밖으로 내다보면,
뉴욕시에서 기증했다는 이 돌판과 같은 것들을 직접 잘 볼 수 있도록 안쪽 벽을 비추는 조명이 위치에 딱딱 맞춰서 자동으로 켜지도록 해놓았다.
워싱턴모뉴먼트 투어를 마치고 나가는 문이 이렇게 은행의 금고같은 두꺼운 철문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중요하고 대단한 곳을 직접 구경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DC 여행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방문하는 날자가 확정되면 꼭 이 기념탑에 올라가는 표를 예매해보시기를 바란다.
나중에 우리끼리 천천히 올라가보자는 남편을 다그쳐서 한 달전에 7명 단체표를 예매하게 만들었던, 저기서 손을 흔드시는 사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이제 우리 일행은 커다란 해시계의 그림자 바늘이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저 특이한 갈색 외관의 최신 박물관으로 또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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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를 수는 있지만,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국가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곳을 '넓은 의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해서 관리하는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의 기준으로 본다면, 최후를 맞이한 이 곳을 포함해서 출생과 성장과정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장소가 5곳이나 각각 국가의 유적지나 기념물로 연방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1800년대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드 극장(Ford's Theatre)이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지 5일 후인 1865년 4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여기서 연극을 관람하던 링컨 대통령이,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가 쏜 총을 맞고 다음 날 아침에 사망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옆 건물에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가면, 커다란 링컨의 사진과 함께 이 극장을 옛날 모습으로 복원해서 박물관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 기부자들의 명단이 보이는데, 가운데 줄에 'SAMSUNG'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구경은 무료지만 30분 간격으로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박스오피스에서 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포드시어터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라 적힌 문을 통해 극장 건물로 들어가는데, 현재 건물은 연방정부의 소유지만 운영은 Ford's Theatre Society라는 독립적인 재단이 맡고 있으며, 실제로 연극 공연을 하는 극장으로도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안내를 따라 걸어가면 계단을 내려가서 먼저 극장 지하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구경하게 되는데,
돔을 건설 중인 국회의사당의 모형을 비롯해서, 링컨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의 워싱턴 상황과 남북전쟁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분열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역사공부를 너무 많이 했더니 대부분 본 듯한 내용이라서, 대충 흘겨보고는 빨리 공연장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 올라가는 계단 옆의 공간에 암살범이 실제 링컨을 저격할 때 사용했던 데린저(Deringer) 단발권총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암살에 사용된 무기를 전시해놓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도 있다고 하며, 여기를 클릭해서 극장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실 수 있음)
다시 지상층으로 올라오면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긴 복도를 지나게 되는데, 양쪽 벽면에 링컨과 부스의 당일 행적이 시간별로 각각 그려져 있고, 두 명의 타임라인은 이제 들어갈 극장에서 밤 10시 15분경에 겹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극장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국립공원청 직원이 무대에 올라가서 암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2층에도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여서 우리도 바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레인저가 가리키고 있는 무대 옆 위쪽의 Presidential Box에서 링컨은 아내 및 뉴욕주 상원의원의 딸과 약혼자인 육군 소령과 함께 <Our American Cousin>이라는 희극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당시 남부 출신의 유명한 연극배우로 극장 주인과도 잘 알고 지냈던 존 부스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박스석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입구에 경찰관 한 명만 배치가 되었는데, 그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고 함)
부스는 제일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던 링컨의 뒷통수에 총을 발사해 치명상을 입히고, 육군 소령은 칼로 찌른 후에 무대로 뛰어내려서 "Sic semper tyrannis"를 외치고는 미리 극장 밖에 준비해 둔 말을 타고 도주했다 한다. 그가 외친 말은 위기주부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의 모토로 아래의 예전 소개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그 뜻과 함께 존 부스의 사진과 암살 순간을 그린 삽화 등을 보실 수 있다.
포드 극장 2층 객석의 뒤에 놓여진 커다란 링컨의 두상 조각의 설명을 아내가 자세히 보고 있다. 이게 국가유적지 관람의 끝이 아니고, 링컨이 총을 맞은 이후의 이야기는 이제 극장을 나가서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서 계속 이어진다.
극장 안에 있던 의사와 군인들에 의해서 들려져 나온 링컨의 상태는 도저히 백악관까지 갈 수 없는 중상이었기 때문에, 바로 맞은편에 당시 하숙집으로 운영되던 저 살구색의 피터슨하우스(Petersen House)로 운반이 되었다.
정면 벽에는 대통령 문양과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이 총을 맞은 다음날 아침에 이 집에서 사망했다는 것과 1896년에 연방정부가 여기를 사들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미국이 역사적 장소의 보존을 위해 최초로 개인 소유의 주택을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입구에 서있던 레인저에게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면 먼저 거실이 나오는데, 지혜가 벽난로 위에 놓여진 링컨이 들것에 실려서 이 집으로 운반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리고 연결된 다른 방을 거쳐서 계단 아래의 제일 안쪽 방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 방에서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 14일 아침 7시 22분에 56세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실제 링컨이 누웠던 침대는 현재 시카고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여기는 같은 디자인과 크기의 침대를 가져다 놓았는데, 침대가 너무 작아서 키가 큰 링컨을 대각선으로 눞여야만 했다고 한다.
임종 순간을 묘사한 그림과 직후의 방 사진, 그리고 링컨의 마지막 공식 사진이 함께 있는 설명판이다. 여기서 옆 건물과 연결된 통로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사망 이후의 이야기가 또 계속된다.
4층 애프터매스(Aftermath) 전시실에는 경로를 그린 두 개의 큰 지도가 차례로 나오는데, 첫번째는 링컨의 장례 운구 열차가 수도 워싱턴을 떠나서 고향인 일리노이(Illinois) 주의 스프링필드까지 이동했던 것을 보여주고,
두번째는 암살범 존 부스가 DC를 빠져 나와서 12일 후에 버지니아 주의 담배농장 창고에서 체포에 저항하다가 사살될 때까지의 도주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 후 공범 8명이 군법재판소에 회부되어서, 그 중 4명이 암살사건 발생 약 3개월이 안되는 7월 7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원형계단의 가운데 기둥 주위를 1층 바닥부터 여기 4층까지 모두 링컨과 관련된 15,000권의 서적으로 빼곡히 쌓아놓은 타워오브북스(Tower of Books)가 참 멋있었다. (갑자기 디즈니월드의 타워오브테러 놀이기구가 떠오름^^) 책으로 만든 '공든탑'을 밀어서 무너뜨리려는 아내의 위치에서 자세히 봤더니, 책의 앞뒤 표지만 진짜이고 가운데 부분은 모두 책두께에 맞춘 빈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에 접착제로 튼튼하게 서로 붙여놓은 것이었다.
3층 레거시(Legacy) 전시실은 미국과 전세계에서 그의 유산과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왼편의 만화처럼 마블코믹스 멀티버스에서 캡틴아메리카, 스파이더맨과 함께 히어로로 등장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진 가운데 벽면에 아주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 있었다.
한국 대표단이 포드 극장에 선물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쓴 링컨의 평전 <노무현이 만난 링컨> 책과 그 뒤의 호랑이가 그려진 접시를 설명과 함께 전시해 놓았다. 혹시 한자에 조예가 있으신 분은 호랑이 위에 씌여진 글이 무슨 뜻인지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원형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2층의 교육실은 문을 열지 않았고, 1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그 벽면에는 이 가게가 특별히 삼성의 지원을 받은 사실에 감사한다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도 특이해서, 마지막 사진으로 남기고는 링컨이 암살된 장소인 포드극장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 구경을 마쳤다. 글의 맨 처음에 NPS에서 관리하는 링컨과 직접 관련된 장소가 5곳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지금 연재하고 있는 2차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링컨이 출생한 장소가 역사공원으로 지정된 곳도 조만간 블로그에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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