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DC 중앙의 내셔널몰 동쪽 끝의 언덕에 장엄하게 자리잡은 미국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은, 영국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당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입법부를 구성하는 상원과 하원이 모두 이 곳에 있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취임식도 내셔널몰을 바라보는 건물 서쪽의 파사드에서 거행된다. 그 동안 멀리서 바라본 외부의 모습만 몇 번 소개를 해드렸는데, 이제 가이드투어로 직접 구경한 내부의 모습을 보여드릴 차례이다.
지난 8월에 우리집을 방문하셨던 누나가족을 위한 '위기주부 워싱턴 맞춤투어'의 2일차는 내셔널몰 동편을 둘러보는 순환코스로, 국립미술관 북쪽의 사설주차장에 주차를 하고는 저 멀리 오전의 역광을 받아서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가운데 의사당 건물을 제일 먼저 찾아갔다.
수도를 건설할 때 볼록한 이 곳을 로마의 카피톨리누스(Capitolinus) 언덕에 빗대어 캐피톨힐(Capitol Hill)이라 먼저 이름지었고, 그 후 여기에 만들어진 의사당(Congress House)을 사람들이 그냥 '캐피톨(Capitol)'이라고 부르면서, 입법부가 모이는 장소라는 뜻을 가지는 새로운 어휘가 생긴 것이다. (국가의 수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Capital'과는 스펠링이 하나 다름) 그래서 결론은 목적지가 언덕 위에 있어서 아침부터 운동을 좀 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
언덕을 다 올라와서 동쪽을 향하고 있는 의사당의 앞모습을 먼저 비스듬히 바라본다. 이 건물은 1793년에 공사가 시작되어서 1800년에 처음으로 의회가 열렸고, 미영전쟁으로 1814년에 소실되었다가 재건되고 계속 증축되어서, 남북으로 뻗은 길이가 무려 751피트(229 m)나 되는 현재와 같은 외관이 최종 완성된 것은 1962년이라고 한다.
상징적인 돔(dome)이 있는 건물의 중앙부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지금 서있는 정문앞 광장에서 돔 꼭대기 조각상을 포함한 전체 높이는 288피트(88 m)이다. 방문 후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사진에서 성조기 위쪽으로 만들어진 반구형의 하얀 돔은 돌로 만든 것이 아니고, 주철(cast iron)로 만든 후에 대리석처럼 보이도록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 계단에 서있는 경비원 아저씨~ 투어하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투어가 시작되는 미국 의사당 비지터센터(U.S. Capitol Visitor Center)는 우리가 서있던 광장의 지하에 만들어져 있다. 건물의 동쪽 지하를 완전히 파내는 공사가 2000년부터 시작되어서 2008년말에 지하 3층 규모의 비지터센터와 여러 부속시설들이 완성되어 땅속으로 의사당과 연결되었는데, 총 공사비가 무려 6억불 이상 들었다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큰 가방은 물론이고 모든 음식과 물도 반입이 안 되는, 어쩌면 공항보다도 더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친 후에 좌우로 큰 채광지붕이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비지터센터의 내부로 들어왔다. 저 멀리 창구에서 아내가 예매한 표를 입장권으로 바꾸고 있는데, 의사당 내부투어는 무료지만 현재는 반드시 사전에 예약을 해야한다고 안내되어 있다.
비지터센터의 중앙에는 돔의 꼭대기에 있는 높이 약 6미터의 청동조각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Freedom)'의 석고모형이 세워져 있는데, 자유의 영단어가 liberty(리버티)가 아니고 freedom(프리덤)이다. 그리고 이 곳을 노예해방 홀(Emancipation Hall)이라고 부르는데, 의사당 공사에 동원된 당시 흑인노예들을 기리는 의미라고 한다.
먼저 극장에서 영화 <E Pluribus Unum>을 관람한 후에 약 20명 정도씩 나뉘어져 가이드가 배정되었다. 독립 당시의 모토였던 이 라틴어의 뜻은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Out of many, one)"로, 지금도 미국의 국장(Great Seal of the United States)에 씌여져 있다. 그리고는 가이드를 따라서 제일 먼저 의사당 건물의 1층으로 들어왔다.
가이드 주머니에 여분의 헤드셋이 보이는데, 우리 가이드가 하는 말이 쓰고 있는 무선헤드폰으로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오른쪽에 보이는 샹들리에가 의사당 건물의 가장 중심인데, 원래는 그 아래에 조지 워싱턴의 무덤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워싱턴이 그냥 자기가 살던 마운트버넌(Mount Vernon)에 묻히기를 바랬기 때문에 현재는 속이 비워져 있단다.
그렇게 1층을 간단히 구경하고는 계단을 통해서, 국회의사당의 중앙홀이자 투어의 핵심인 로툰다(Rotunda)가 있는 2층으로 올라간다.
1866년에 완성된 의사당 돔 아래의 이 로툰다는 실내 지름이 29미터에 높이가 55미터로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며, 사방에는 미국 초기의 역사를 다룬 그림 8점과 전직 대통령 등의 동상 10여개가 세워져 있다.
한쪽 구석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한바퀴 돌아보고 마지막에 위쪽으로 올려다 본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영상의 마지막에도 나왔지만, 이 로툰다에서 처음 보면서도 가장 놀랍고 재미있었던 것은 '워싱턴의 신격화(The Apotheosis of Washington)'라는 천장화이다. 좌우에 자유와 승리의 여신을 거느린 조지 워싱턴과 독립 당시 13개의 주를 상징하는 13명의 처녀들이 원형을 이루고 있고, 그 바깥으로는 워싱턴의 바로 아래부터 시계방향 차례로 전쟁, 과학, 해양, 상업, 공업, 농업을 상징하는 그림이 로마신화에서 해당 신들과 벤자민 프랭클린 등의 실존인물들이 함께 그려져 있는 프레스코화이다.
또 동그란 벽면의 가장 위를 따라서는 'Frieze of American History'라는 부조처럼 보이는 입체화가 한바퀴를 돌면서 그려져 있는데, 여기에 그려진 미국역사의 마지막이 얼마전에 그 현장을 직접 방문했던 1903년에 라이트형제가 인류최초의 동력비행을 하는 모습인 것도 참 신기했다.
많은 그림과 동상을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고, 가장 유명한 그림 하나와 그 주변의 동상만 소개를 하면... 제일 왼편이 독립선언서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있는 토머스 제퍼슨, 그 옆에 전날 기념탑 안에서 봤던 동상과 완전히 똑같은 조지 워싱턴, 그리고 2달러 지폐의 뒷면에 사용된 <독립선언> 그림으로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의 예전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제일 오른편의 하얀 동상은 뮤지컬의 주인공인 알렉산더 해밀턴인데, 우리가 다녀간 다음 달에 전직 대통령 해리 트루먼의 동상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북쪽에 있는 1810~1859년에 상원회의실로 사용된 The Old Senate Chamber를 잠깐 구경하고는, 다시 로툰다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면 투어의 마지막 장소가 나온다.
이 곳도 초기에는 하원회의실로 사용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각 주에서 2개씩 만들어서 의회로 보내오는 동상들의 다수가 전시되는 내셔널 스태츄어리홀(National Statuary Hall)로 불린다.
역시 가장자리에서 내부를 한바퀴 둘러보는 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자신이 발명한 전구를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에디슨이 먼저 보이실 것이다. 50개 주와 워싱턴DC에서 각 지역 출신의 인물 2개씩을 만들어 왔으면 100개가 넘는데, 그 중에서 40개 정도만 여기에 있고, 전직 대통령 동상 7개는 로툰다에, 20개 정도는 비지터센터에, 그리고 나머지는 1층의 홀과 복도 등에 흩어져 있단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상하원 회의장 등은 이 일반투어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상 소개한 장소들을 둘러보는 것으로 의사당 내부투어는 끝이고, 마지막 코스는 역시 기념품가게로 이어진다. 입구의 안내판에 씌여진 것처럼 여기서 파는 모든 물건은 '메이드인아메리카(Made in America)'라고 자랑스럽게 광고해 놓은게 눈에 띈다.
의사당 비지터센터의 카페도 유명하다지만, 우리 일행은 또 다른 건물의 투어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게도 들리지 않고 바로 밖으로 나와서 동쪽으로 경사로를 따라 걸어서 광장으로 다시 올라갔다.
내부투어가 둘러보는 곳은 적고, 영어로 진행되는 설명만 많아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의 중앙홀(Great Rotunda)에 들어가보는 것만도 위기주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으므로, 워싱턴 방문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예약하셔서 꼭 해보시면 좋을 것같다.
미국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뒤돌아 서면 좌우로 커다랗고 멋진 두 건물이 또 보이는데, 그 중 하나만 사진으로 잠깐 보여드린다. 왼편의 저 파르테논 신전과 같은 건물은 미국 연방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으로, 이 때는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뒤집는 판결에 대한 항의시위가 계속되던 때라서 접근이 제한되어 있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오른편에 있는 국회 도서관 건물로, 워싱턴DC에서 내부가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곳이니까 역시 기대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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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스미소니언 재단의 비지터센터격인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을 다녀와 소개하면서, 현재 국립동물원과 캐슬을 포함해서 모두 20개의 박물관을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드렸었다. 그 스미소니언 재단의 20개 박물관들 중에서 무려 11개가 워싱턴DC의 중심인 내셔널몰(National Mall) 안에, 그것도 워싱턴기념탑과 국회의사당 사이의 기다란 잔디밭의 위아래로 모여있는데, 그 11개의 박물관들 중에서는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던 곳을 9월초 일요일에 아내와 둘이서 다녀왔다.
잔디밭 남쪽에서 몇 년째 진행중인 리모델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을 지나서 동쪽으로 도로를 건너면, 황금색의 돌로 만든 물결치는 외벽에서 실제로 폭포수도 흘러내리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 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은 이 자리에 2004년에 문을 열었는데, 공식적인 박물관의 이름에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 또는 '토착민(Indigenous People)'이라는 PC적인 표현을 쓰지않고 그냥 '인디안(India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조금 신기했다.
입구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건물 옆 숲속에서 나타난 커다란 <Buffalo Dancer II> 조각작품으로, 머리에 쓰고있는 것은 뿔이 달린 버팔로의 가죽으로 생각된다.
특이한 건물의 외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캐나다 건축가인 Douglas Cardinal의 설계인데, 직선이 거의 없는 건물의 내외부와 입구를 동쪽방향으로 만든 것 등의 여러가지 세부적인 디자인에는 인디언 핏줄의 다른 미국 건축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더 놀라운데... 입구쪽 건물 실내면적의 거의 절반 정도가 원형의 꼭대기 지붕까지 그냥 뻥 뚤려있는 빈 공간이다! 세로 광각으로 찍어서 사진이 이렇게 나왔지만, 저 하얀 동심원이 머리 위를 덮고 있는 천장인 것이다.
1층에는 안내소 외에 대극장인 Rasmuson Theater와 식당만 자리잡고 있는데, 극장을 둘러싸고 미국내 여러 인디언 부족의 깃발이 걸려있다.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제일 위 전시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남쪽 전시실에는 'Our Universes'라는 제목으로 몇몇 인디언 부족이 생각하는 그들의 세계관(우주관?)을 칸별로 전시해 놓았다. 여기 4층의 Lelawi Theater라는 소극장에서 <Who We Are>라는 안내영화를 보는 것으로 관람을 시작하라고 하던데, 우리는 당시에는 몰라서 보지를 못했다.
남북의 두 전시실 사이에 있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인 <Allies in War, Partners in Peace>라는 제목의 동상이다. 특별히 어떤 부족이나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닌 듯 한데, 군복을 입은 백인(?)이 뒤쪽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그 옆의 북쪽 전시실에서는 'Nation to Nation'이란 제목으로 백인과 인디언 사이를 '국가 대 국가'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보기 어려웠던 아픈 역사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구경하는 사람 참 없네~"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내려온 다음에 입구쪽 텅텅 비어있는 공간을 세로 광각으로 찍어봤다. 곡면으로 된 하얀 내벽과 천장을 보니까, 아직 실제로 직접 가보지는 못 했고 사진으로만 봤지만,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떠올랐다.
3층 남쪽 전시실의 제목은 'Americans'인데, 주로 과거에 미국인이 생각하는 인디언의 이미지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 영상 및 물건들을 중앙에 현대적으로 잘 전시해 놓았다. 오른편에 미군의 대표적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Tomahawk)가 보이는데, 동부 인디언들이 도끼를 부르는 '타마학(tamahaac)'이란 말에서 나왔다.
거기 왼편 전시실에 있던 인디언의 실제 독수리 깃털 머리장식(headdress)으로 정말로 길다~
그리고 작년 1차 대륙횡단의 아칸소주 여행기에서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는, 1830년대 동부 인디언들의 '눈물의 여정(Trail of Tears)'에 대한 전시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반대쪽 오른편에는 포카혼타스(Pocahontas)의 여러 모습과 그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자세히 전시해 놓았는데, 2018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로 부르며 놀렸다는 내용도 마지막에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북쪽 전시실은 <Raven and the Box of Daylight>라는 제목의 멀티미디어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전체의 영상과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전시실 밖으로 나와서 위아래로 찍은 박물관 중앙홀의 모습을 비디오로 보실 수 있다. 대륙 북서부 태평양 해안가에 살던 틀링짓(Tlingit) 부족에서 전해오는, 까마귀가 세상을 창조했다는 전설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벽에 매단 굵은 실들을 스크린으로 사용해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좋았던 것 외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2층으로 내려오면 미군에 복무한 인디언들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옛날 모뉴먼트밸리(Monument Valley) 여행에서 만났던 나바호 부족이 2차대전에서 그들의 고유언어를 이용해서 만든 암호로 통신병으로 활약했던 이야기도 소개가 되어있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층의 나머지 공간은 거대한 기념품 가게로 인디언과 관련된 다양한 '고퀄'의 상품들을 워싱턴DC에서 살 수 있는 장소였다. 여기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세도나(Sedona) 등 떠나온 붉은 미서부가 많이 생각이 났다는...^^
이제 점심을 먹으로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는데, 아내의 머리 주위로 무지개빛 아우라(Aura)가...! ㅎㅎ
하지만 지나간 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살펴보니, 건물의 남쪽 벽에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서 거대한 프리즘을 설치해놓아서 햇빛이 들어오며 산란된 것이었다. 하늘의 무지개 말고 이런 프리즘에 의한 또렷한 '빨주노초파남보'는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았다.
Mitsitam Native Foods Cafe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는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그릇 등의 주방도구와 함께, 인디언 고유의 식품이 현재 전세계에 어떻게 퍼져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의 전시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
농심 '인디안밥' 과자가 한 봉지 놓여있다! 여기 인디언박물관이 개장했을 때부터 전시가 된 것이 한국에서도 화재가 되기도 했다는데, 농심측에서는 전시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인디안밥을 우유에 말아서 점심으로 먹은 것은 아니고...^^ 나바호식 타코와 닭요리를 주문했다. 이 카페의 주방장이 나바호족 출신 요리사인데다, 1층에 있는 넓고 은은한 실내에서 창밖으로는 폭포수가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이 박물관은 전시보다는 여기 식당으로 더 유명하다는 리뷰를 종종 볼 수 있다.
멋진 카페에서 식사를 잘 마치고 포토맥 아트리움(Potomac Atrium)이란 중앙홀 한가운데에 선 아내이다. 동그란 바닥이 정확히 4등분이 되어있고 주변에 인디언 부족의 깃발들도 보이니까, 우리 둘 다 동시에 역시 또 미서부의 '포코너(Four Corners)' 추억이 떠올랐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바닥에는 아까와는 다른 프리즘이 또 길죽한 무지개빛을 비추고 있었고, 중앙홀을 떠받히는 기둥에는 2009년 30일간의 자동차여행에서 방문했던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토템폴(Totem Pole)이 세워져 있는데, 알래스카 심션(Tsimshian) 부족의 <Eagle and the Young Chief>라는 작품이란다.
마지막으로 건물 밖에 있는 National Native American Veterans Memorial을 잠깐 둘러보았다. 샤이엔(Cheyenne)과 아라파호(Arapaho) 부족 출신의 예술가 작품인 동그란 <Warriors’ Circle of Honor> 주위로 4개의 창이 세워져 있는데, 가족이나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천에 글씨를 적어서 묶어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한국의 성황당 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국립 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구경을 마치고는 잔디밭 북쪽에 마주보고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으로 가서 The Woman in White 특별전시회 등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P.S. 미국사박물관과는 별도로 만들어진 국립 흑인박물관과 인디언박물관을 블로그에 차례로 소개를 해드렸는데,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국립 라틴계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Latino)과 여성박물관(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의 두 뮤지엄을 추가로 만드는 법안이 2020년말에 통과되어서, 현재 건설부지를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 그렇다면 인종별로 인디언, 흑인에 이어 라티노 국립박물관이 곧 생기는 셈인데, 미국내 아시안들의 역사를 정리하는 박물관은 언제 만들어지는 걸까?
올해 2022년 6월 13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Commission To Study the Potential Creation of a National Museum of Asian Pacific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Act"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바이든 바로 뒤쪽에 공화당 Young Kim 하원의원과 제일 왼쪽에 민주당 Andy Kim 하원의원이 보인다. 이 법안은 '국립 아시아/태평양계 역사문화관'의 설립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18개월의 활동 후에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시 발의된 법률이 의회를 통과해야 박물관이 서류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후에도 부지선정과 설계공모 및 건설에 최소 10년은 소요가 되므로, 빨라야 2035년쯤에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몰에 한국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포함하는 아시안박물관을 방문하실 수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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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관점에서는 흑인(Black)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한글 8글자가 너무 길어서 효율적 글작성을 위해 2글자로 줄여 사용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국립 흑인역사문화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이 열렸다. 참고로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그냥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었지만 설립을 위한 법률이 2003년에야 통과되었으며, 오바마 당선 전인 2006년에 현재의 부지가 선정되고 2012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4년만에 완공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신축 건물답게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부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외관이라서 차로 지나가면서도 눈에 잘 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계속 봐왔던 분들이라면, 앞서 두 번이나 방문하려다가 줄이 길어서 못 들어가고 외관만 보여드렸던 것이 기억나실텐데, 아이들 여름방학도 모두 끝난 평일 오후라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길래 씩씩하게 찾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바로 들여보내 주겠지~" 하지만, 아직도 이 박물관은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산이었다! 저 멀리 직원에게 예약은 안 했다고 하니까, 옆의 다른 테이블에 가서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라고 했다. 그 곳에서 그 날의 예약일정 프린트를 들고있는 다른 직원이, 우리 일행이 7명이라고 하니까 약간 놀라며 망설이다가... 어떤 예약(?)에 두 줄을 그어 지우고는 우리보고 입장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들어온 흑인박물관의 1층은 내셔널몰의 다른 인기있는 자연사박물관 등에 비하면 아주 널널하고 한적했다.^^
헤리티지홀(Heritage Hall)로 불리는 1층은 안내 데스크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은 없는 넓은 공간이었다.
박물관 건물의 단면도로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쪽 지하는 역사(History), 위쪽 지상은 문화(Culture) 전시실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데다가, 다른 내셔널몰의 옛날 박물관들은 보통 지하층에는 인기없는 전시나 카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우리 스타일대로 제일 꼭대기부터 먼저 올라가서 구경하며 내려오기로 했었다.
창가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유리벽을 가린 '망(scrim)'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이 한국의 창호지에 격자무늬를 붙인 느낌이었다. 저 문양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해 남부 흑인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원래는 저 창살을 순수한 청동(bronze)으로 만들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코팅방식 등을 검토한 끝에, 결국은 특별한 염료를 섞어서 구릿빛을 내는 PVDF(polyvinyl difluoride)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외였다.
4층 컬쳐갤러리(Culture Galleries)는 흑인들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Visual Art'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2년전에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26세의 흑인 여성인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의 초상화가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있던게 기억난다.
음악쪽의 'Musical Crossroads' 전시실의 입구에는, 척 베리(Chuck Berry)가 1986년 세인트루이스 공연에서 무대로 몰고왔다는 그의 1973년형 빨간 캐딜락이 놓여져 있었다.
영화와 TV 및 연극 등의 공연예술에서 활약한 흑인들은 'Taking the State' 코너에 소개가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의 유명인들보다는 옛날에 인종차별이 심할 때 힘들게 활약했던 흑백화면의 연기자들 위주로 전시가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원형 스크린에 흑인문화의 다양한 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Cultural Expressions'라는 곳이 있어서 한바퀴 돌려서 찍은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2016년 자신의 마지막 백악관기자단 만찬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칠 때 "Obama out"이라고 말하며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마이크드랍(MIC Drop)'은 흑인들이 랩배틀에서 '상대방이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라인을 날려서 승리하였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한다.
3층 커뮤니티갤러리(Community Galleries)의 스포츠 전시실 입구에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들 중의 하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남자 200미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흑인선수가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성조기가 올라가는 동안에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그 해 4월 4일에 암살당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한 추모와 미국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이 'Black Power Salute'로 그들은 선수촌에서 쫒겨나고 메달 박탈까지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동상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 4관왕이었던 제시 오언스(Jesse Owens)가 달리는 모습이다.
흑인 스포츠 스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두 명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타이거 우즈(Tiger Woods)였다.
반대쪽에는 'Double Victory'라는 제목으로 독립전쟁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위해 군대에서 싸운 흑인들의 이야기가 따로 소개되어 있었다.
2층 인터랙티브갤러리(Interactive Gallery)는 'Explore More!'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흑인들의 댄스를 배우는 이 시설은 대형화면과 동작센서를 결합해서, 지금 바닥 좌우의 사각형 안에 서있는 아내와 지혜의 움직임이 화면에 하얀 점으로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최첨단의 장치였다.
그렇게 윗층들을 다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이게 다 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설마 그럴리가... 미국 흑인들의 어둡고 아픈 역사는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가면 나올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단면도에 중앙홀(Concourse)이라 되어있는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왼쪽에는 특별전시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15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의 입구가 나온다.
히스토리갤러리(History Galleries)는 지하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무조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즉, 제일 바닥 C3층에서부터 시간 순서대로 모든 전시를 차례로 보면서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흑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저 분은 지금의 서남 아프리카 앙골라 지역에서 노예무역을 하는 포르투갈에 대항했던 부족의 은징가 여왕(Queen Nzinga)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대부분 무위로 끝나고, 약 300년간 지속된 노예무역으로 유럽과 서인도 제도, 그리고 아메리카 식민지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은 약 1,500만명에 이를거라고 한다.
끔찍한 노예무역에 대한 설명은 이 도면 하나로 충분한 것 같다~ 노예선에 저렇게 아프리카인 400명을 상품처럼 실어서 신대륙으로 운반했는데, 보통 항해하는 중에 1/6이 죽고, 길 들이면서 1/3이 또 죽어서, 절반 정도만 '시장에서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람(men)'에 흑인노예는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의 '자유(liberty)'를 강조하면서 흑인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소유하는 권리도 보장해주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서 위를 바라보면 지하 4개층이 모두 뚫려있는데, 다른 기존의 박물관들보다 부지의 면적이 작은 대신에, 이렇게 지하로 깊이 파서 전시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 같았다. 그 깊이 만큼이나 어둡고 답답한 흑인들의 역사는 제일 아래 C3층의 나머지 공간에서 다루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도 거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C2층은 1876년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까지 공공장소에서 흑백의 분리와 이에 저항하는 흑인민권운동의 중요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윗층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건너뛰었다. 왜냐하면 지하 전시실이 있는 것을 모른 누나 가족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C1층은 법적으로는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개정안이 마지막으로 통과된 196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미국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러 흑인들의 이야기 등을 다루는 전시실의 마지막 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 이후의 역사와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시도 지하 중앙홀 반대편의 특별 전시실에 일부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역사 전시실을 나가는 마지막 경사로 옆에는 "I, too, am America."라는 흑인 시인 Langston Hughes의 1926년 시 <I, Too>의 마지막 문장이 크게 적혀있었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니까 오른쪽 작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화살표 표시가 있어서 따라 들어가 봤다.
명상의 정원(Contemplative Court)이라는 장소는 지상에서 원형의 빛과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안쪽 벽에는 킹 목사가 성경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justice)를 물 같이, 공의(righteousness)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에서 차용한 1955년 연설문의 해당 구절이 적혀있다.
중앙홀에 있는 350석 규모의 극장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그녀는 이 박물관에 지금까지 개인으로는 최대 금액인 2,100만불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시간반 정도만에 내셔널몰에서 가장 최신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 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NMAAHC) 구경을 마치고 Constitution Ave 출구쪽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원형의 나지막한 것이 명상의 정원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이니까, 지금 서있는 곳 아래에 지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아직 오후 5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의 미국사박물관을 잠깐만 둘러본 후에, 아침에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워싱턴 가이드투어'의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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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여행에서 유명한 공짜 박물관과 미술관들 전시도 충분히 둘러보고, 각종 기념관들도 제대로 구경하려면 몇 일 정도가 필요할까? 이번에 누나 가족을 위한 'DC 가이드투어'의 철저한 계획을 아내와 함께 세우면서 내린 결론은 최소한 3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날은 백악관과 내셔널몰 서쪽, 둘쨋날은 국회의사당과 내셔널몰 동쪽, 세쨋날은 남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 위주로 구경을 했는데, 대부분 우리 부부는 이미 방문을 했던 곳이지만 좋은 날씨에 모처럼 누나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앞쪽 이틀은 위기주부도 처음 방문하는 장소가 두 곳씩 있었기에 이제 차례로 소개한다. 첫날 목요일에는 레이건빌딩에 일일주차를 하고 사전답사기로 이미 포스팅한 백악관과 렌윅갤러리를 구경한 후에 내셔널몰로 내려갔다.
누나의 전문가 솜씨로 싼 김밥을 여기 '헌법정원' 컨스티튜션가든(Constitution Gardens)의 연못이 보이는 벤치에서 점심으로 먹었다. 오리들 너머로 보이는 계단이 있는 곳은 작은 섬인데, 그 좌우로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싸인한 56명의 서명과 이름 등을 확대해서 모두 바위에 새겨놓은 Memorial to the 56 Signers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기념물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베트남전에서 간호사 및 통신과 항공관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한 미국 여성들을 기리는 Vietnam Women's Memorial 동상은 베트남전 기념물의 일부로 1993년에 추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위기주부도 직접 보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까만 대리석에 녹색의 잔디밭이 반사되어 더욱 특별하게 보였던, 1982년에 만들어진 베트남전 기념관(Vietnam Veterans Memorial)을 지나서,
링컨 기념관 앞에서 우리 일행 7명의 단체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이 날 지혜 혼자만 꿋꿋하게 모자를 안 쓰고 버팀...^^
기념관 내부를 구경한 후에 계단 위에서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과 '연필탑'을 배경으로 3명 가족사진도 한 장 찍었다.
다음 코스는 DC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인 한국전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이다. 행군하는 병사들의 제일 앞쪽의 기념관 중앙 바닥에 씌여진 아래의 문구는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6·25전쟁이 베트남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지만 이 기념관은 더 늦은 1995년에야 헌정되었고, 사진 제일 왼쪽에 빼곡하게 사망자들의 명단이 새겨진 'Wall of Remembrance'는 올해 2022년 종전기념일에 추가로 완성되었다.
기다란 리플렉팅풀 남쪽의 산책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서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을 구경한 후에, DC관광 첫째날의 하이라이트인 이 워싱턴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의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찾아가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매번 그냥 올려다보기만 했던 이 '연필탑'을 누나 가족과 함께 올라가보기 위해서, 위기주부는 한 달 전에 단체 7명 티켓을 예약했다. (여기를 클릭해서 나오는 예약사이트에서 이용일 30일전부터는 Large Group Tour를, 하루전에는 그냥 Tour를 클릭해서 예약) 오후 2시로 예약한 사람들이 레인저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입장을 막 시작해서, 우리는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해시계처럼 우뚝 솟아있는 기념탑이 만드는 북동쪽 방향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2시반 입장 대기줄이 만들어져서 우리도 재빨리 이동을 했고, 레인저가 가리키는 방향쪽으로 금새 긴 줄이 만들어졌다. 기념탑과 조지 워싱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직원으로 부터 듣고는 붙어있는 저 유리건물로 들어가서 공항수준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후에 탑과 연결된 내부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옆모습과 서명이 엘리베이터 위의 동판에 새겨져 있는데 여기는 내리는 방향이고, 탑승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뒤로 돌아가야 한다. 즉, 돌로 쌓은 탑의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뒷문쪽의 가장 안에는 동상도 하나 세워져 있는데, 말년에 배가 좀 많이 나오셨던 모양이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서쪽 문이 열려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 탑승했고, 약 70초만에 500피트 높이의 전망대에서 반대편 동쪽의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창문으로 홀린 듯 다가갔다.
제일 먼저 동쪽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국립잔디밭'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오른편 제일 앞에 보이는 빨간 지붕의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만 빼고, 여기서 의사당까지 좌우로 인접한 건물들은 모두 박물관 또는 미술관인데, 글을 쓰는 현재 딱 하나 빼고는 모두 들어가 보았다.
남쪽으로는 지난 봄에 벚꽃구경을 갔던 타이들베이슨(Tidal Basin) 인공호수와 그 너머로 다리들이 놓여진 포토맥 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호숫가에 만들어진 흰색 건물은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기념관이다.
다음 동쪽으로 뚫린 창문을 내다보는 우리 일행의 모습을 뒤에서 찍어봤다. 각 방향으로는 이 만한 크기의 창문이 두 개씩 만들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에만 어린이용 발판을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앞쪽의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리플렉팅풀이 직선으로 뻗어있고, 오른편에 제일 처음 소개했던 '헌법정원'의 연못과 그 안에 짧은 다리로 연결된 섬이 보인다. 풀 왼편의 기다란 잔디밭은 JFK Hockey Fields라 불리는데, 정말 케네디가 저기서 필드하키를 했는지는 모르겠당~ 그리고 강 너머는 버지니아 알링턴으로 오른쪽 고층건물들이 있는 곳이 다운타운이고, 왼쪽이 국립묘지로 조만간 방문하려고 생각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북쪽을 구경할 차례인데, 줄을 잘못 섰는지 앞의 3분이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아서, 위에 붙여놓은 사진으로 예습을 한 참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 하나의 건물만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백악관, 화이트하우스(The White House)이다! 바람 한 점 없던 날이라서 게양된 성조기가 잘 보이지 않았고, 옥상에 있다는 저격수들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침내 미국의 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내 발밑에 두니까 (좀 과장해서)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전망대에서 위쪽을 올려다 보면, 약 140년 전에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꼭대기 대리석들의 안쪽이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보이며, 1958년에 구멍을 뚫어서 설치한 빨간색 항공주의등(aircraft warning light)이 머리 위에서 깜박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제 이 계단을 통해서 아래쪽 490피트 층에 만들어진 작은 전시실로 내려간다.
아랫층 전시실에는 왜 이 '돌탑'을 세워서 워싱턴을 기념하는 지와 함께 그 옛날에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중요한 설명은 영어 이외에 5개의 언어로 함께 씌여져 있는데, 한글이 제일 좌측 상단에 먼저 나온다. "아랫줄에 6번째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쓸 공간이 충분히 있구만, 왜 안 썼을까?"
지금 우리가 서있는 꼭대기 피라미드 내부의 모형 옆에 서있는 지혜의 사진을 올린김에 안내판의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36,000개의 돌을 쌓아서 만든 모뉴먼트의 높이는 555피트(169 m)에 무게는 약 81,000톤이고, 증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1888년부터 가동되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2분이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1884년에 완성되었을 때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극했다가, 4년후에 파리 에펠탑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오벨리스크이면서 "순수하게 돌을 쌓아서 만든" 석조구조물(masonry structure)로는 세계최고의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단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옆에는 이 모뉴먼트를 만들때 여러 지역과 단체에서 기증한 돌들이 탑의 안쪽 벽에 박혀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내부 조명이 꺼지고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에서 유리문 밖으로 내다보면,
뉴욕시에서 기증했다는 이 돌판과 같은 것들을 직접 잘 볼 수 있도록 안쪽 벽을 비추는 조명이 위치에 딱딱 맞춰서 자동으로 켜지도록 해놓았다.
워싱턴모뉴먼트 투어를 마치고 나가는 문이 이렇게 은행의 금고같은 두꺼운 철문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중요하고 대단한 곳을 직접 구경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DC 여행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방문하는 날자가 확정되면 꼭 이 기념탑에 올라가는 표를 예매해보시기를 바란다.
나중에 우리끼리 천천히 올라가보자는 남편을 다그쳐서 한 달전에 7명 단체표를 예매하게 만들었던, 저기서 손을 흔드시는 사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이제 우리 일행은 커다란 해시계의 그림자 바늘이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저 특이한 갈색 외관의 최신 박물관으로 또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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