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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멧가비|2016년 12월 13일

미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종주의, 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 사과의 제스처라고 해야할지. 혹은 "더티 해리"가 말년에 찾은 비폭력 자경주의의 해답이라고 해야할지. 영화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영화의 정서는 영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몽 족 갱들을 보는 코왈스키의 눈빛에선, 난 전쟁터에 나가 외국인들과 싸웠는데 왜 쟤들은 평화로운 시대에 같은 민족끼리, 그것도 사촌끼리 저러고들 있나, 하는 이해불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의문의 끝에는, 자신 역시 자기 자식들에게마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회한이 남진 않았을까. 결국 전쟁은 PTSD만을 남겼고, 그토록 보수적으로 지키려던 땅에는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고, 자신의 장례식에는 슬퍼할 가족 하나가 없게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멧가비|2016년 11월 8일

영화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관념, 내게 그것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아이러니"다. 장남 코이치와 차녀 시게는 연로한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고 과부가 된지 오래인 삼남 쇼지의 아내, 즉 며느리 아닌 며느리 노리코만이 진심으로 극진히 보살핀다. 바쁜데 왔다며 노부모를 보며 투덜대는 차녀, 그러나 보조 미용사를 둔 동네 미용실 원장이다. 촌각을 다투거나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직업군도 아닐 뿐더러 손님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노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다급한 기색 하나 없던 장남은 애초에 직업이 의사. 언젠가 키타노 타케시가 한,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은 어쩌면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정서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이기적이고 무심한 자식들

맨 인 더 다크 Don't Breathe (2016)

맨 인 더 다크 Don't Breathe (2016)

멧가비|2016년 10월 11일

금형 잘 뽑힌 고가의 프라모델 같다. 최소한의 재료들이 군더더기 없이 기가막히게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적인 공포 영화다. 등장과 동시에 역할을 짐작할 수 있는(모험하지 않고 제 역할에만 충실한) 도둑들 캐릭터는 눈 먼 괴물이 활개칠 수 있는 공간을 깔끔하게 열어준다. 전사나 법사 없이 저렙 도둑 셋이 파밍을 하러 갔는데 들어가고나서야 마왕이 사는 던전인 걸 알게 된 격이다. 전사도 아닌 놈이 주제 모르고 전설의 검을 장비했는데 그 마저 마왕한테 빼앗긴 셈. 다른 클래스도 아닌 도둑이 자기 장비를 뺏기다니, 사실상 그 순간 게임 끝난 거라고 봐야한다. 필연적으로 한 쪽에 두게 되는 동정적 시선 그리고 혐오의 시선을 마치 탁구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각본이 영리했다. 젊고 건방진 세 도둑은 마왕의

비셔스 Vicious 시즌1

비셔스 Vicious 시즌1

멧가비|2014년 12월 12일

맥켈런과 자코비, 기사 작위 받은 두 거장이 오래된 게이 부부 기믹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아주 귀여운 시트콤. 아니 천연덕스럽다기엔 맥켈런 경은 진짜 게이인데... 제목처럼 와, 저렇게 까지 해? 싶을 만큼 날카로운 독설들을 탁구 치듯이 주고 받는 두 노인네와 눈치 없는 노인회(?) 친구들, 그리고 관찰자이자 동네북같은 젊은 청년으로 구성된 단촐한 이 시트콤은 마치 소극장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한정된 인물에 한정된 장소에. 연극같은 게이 시트콤이라니, 이건 맥켈런 할배한테 거의 칼을 쥐어주고 날개를 달아 준 격이군. 하지만 가만 보고 있으면, 늙은 것에 대한 날카로운 개그 위주이지, 사실상 게이인 것에 대한 개그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다. 주고 받는 대화의 대부분이 너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