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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미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종주의, 에 대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식 사과의 제스처라고 해야할지. 혹은 "더티 해리"가 말년에 찾은 비폭력 자경주의의 해답이라고 해야할지. 영화는 많은 생각을 남긴다. 영화의 정서는 영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 몽 족 갱들을 보는 코왈스키의 눈빛에선, 난 전쟁터에 나가 외국인들과 싸웠는데 왜 쟤들은 평화로운 시대에 같은 민족끼리, 그것도 사촌끼리 저러고들 있나, 하는 이해불가의 분노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의문의 끝에는, 자신 역시 자기 자식들에게마저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회한이 남진 않았을까. 결국 전쟁은 PTSD만을 남겼고, 그토록 보수적으로 지키려던 땅에는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고, 자신의 장례식에는 슬퍼할 가족 하나가 없게

투명인간 그리프 Griff The Invisible (2010)
그리프는 직장에서는 괴롭힘(Office Bullying)을 당하는 너드지만 밤이 되면 근육질 수트를 입는 "동네의 슈퍼히어로"다. 늘 몽상에 빠져있어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멜로디는 그리프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진다. 우선적으로 슈퍼히어로 장르의 클리셰를 소소하게 비튼 점이 재미있다. 밤의 슈퍼히어로로서가 아닌 낮의 너드에게 미녀가 먼저 애정을 드러내며, 그 미녀 역시 너드라는 점에서 말이다. 마치 미셸 공드리의 영화처럼 현실에 두 발을 다 담그지 못한 몽상가들의 이야기. 그리프와 멜로디의 달달한 로맨스가 진행되면서 비밀이 하나 둘 씩 밝혀지는데, 한심함과 애처로움 등이 뒤섞인 복잡한 태도로 인물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이 좋다.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혹은 세상

제브라맨 ゼブラ-マン (2004)
주인공 이치카와 신이치는 평범한 사람인데도 제브라맨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서자마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를 넘어 위기의 순간엔 단순히 제브라맨을 흉내낸 누군가를 넘어 그 자신이 진짜 제브라맨이 되어 초인 그 자체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출생의 비밀도 뭣도 없는 남자가 뜬금없이 초인 영웅으로 탄생하는 비논리적인 이야기는 그 이면의 서브텍스트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영화는 '(될 거라는) 믿음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조금 작은 관점에서의 영화는 복장도착자가 꾸는 꿈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단지 세일러복을 입고 거리를 걸은 것만으로 체포된 여고사의 이야기는 사회가 복장 페티쉬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한다. 단지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을 뿐인데 이를

디펜도어 Defendor (2009)
슈퍼히어로라기 보다는 일종의 자경단 판타지. 주류 사회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소외 받은 남자가 누구에게도 신뢰 받지 못하면서도 용기와 신념을 밀어붙여 작지만 의미있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디펜도어라는 이름의 자경단으로 자처하는 아서는 일종의 망상가. 또한 동시에 지적 능력이 다소 덜 발달된 미숙한 사람이기도 하다. 망상일지언정 신념이었으며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소외받은 자가 가장 용감했다는 건데, 영화는 아서 주변 인물들의 눈과 입을 빌려 내내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그 사람의 미숙함을 조롱하지 말고 그가 해내는 일을 기억하라, 는 메시지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사실 존나 재미없다. 우디 해럴슨과 여타 배우들의 연기가 힘겹게 영화를 끌고 간다. 폭력과 코미디가 조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