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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드라이버
오락영화로는 훌륭하나, 감흥은 글쎄. 감독이 감독인지라 전작과의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우선, 이전 아이스크림 3부작에 비해선 매우 얌전해졌다. 아이스크림 3부작 때는 자주 브레이크를 끊고 개그씬도 팍팍넣고 쉴새없이 말빨과 클리셰가 폭주했었다. [세계의 끝]은 그 중 가장 절정에 달했었다. 듣는 사람이 피곤할 정도로 몰아붙이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런 에너지 넘치는 전작들에 비해 [베이비 드라이버]는 이름마냥 유순하다. 하지만 '유순'하다고 덜 훌륭한 것은 아니다. 힘이 약해진 듯 보이지만, 갑자기 날리는 잽에서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이제 에드거 라이트는 더이상 관객을 무작정 두들겨 패지 않는다. 이제 그는 패턴을 가지고 조리한다. 가장 걱정되었던 점이, 영화가 트레일러가 전부가 아

그것 2017 리뷰
델토로 식의 음울함과 스필버그식 경쾌함의 만남. 사실 둘과는 전혀 무관한 감독이 만들었는데 그 감독들의 냄새가 난다니 이상할 따름이다;; 1. 원작을 안 봐서 얼마나 약한 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더 잔인하게 표현했다면 오히려 VIP때처럼 불쾌감만 남기고 끝났을 것 같다. 오히려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나머지는 암시하게 두는 게 더 잔인하지만 불쾌하지 않게 느껴진다. 초반의 예상 외의 고어씬에 놀라고, 결말의 덤덤함에 더 놀랐는데, 그게 원작의 스토리라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묘한 암시들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2. 은 공포영화를 넘어서, 아이들이 처한 기묘한 현실에 대해 다루는 모양새로 나아간다. 자기 자식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아버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과잉보호로 자

살인자의 기억법
원작은 읽지 않았다. 미량의 스포? 나 , 같은 영화들이 우선적으로 떠오르지만 애초에 단기 기억 상실증이란 소재를 영화로, 그것도 스릴러로 풀어낸 작품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그러려니 한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원작 소설에 대해 꽤 좋은 이야기들만을 들었기에, 그리고 어쨌거나 이렇게 다른 매체로 리메이크 되었다는 것이 원작의 매력을 증명하는 길이기에 분명 매력 있는 소재를 골라 잡아 만든 영화라고 본다. 원작을 보지 않았기에, 철저히 영화만을 토대로 이야기하면-. 김남길이 연기한 '태주'의 캐릭터 포지셔닝이 잘 못 되어도 한참 잘 못 되었다. 애초에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인 영화고, 중반부

더 도어 Die Tür (2009)
후회와 자책이 선을 넘으면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영화 속 데이빗은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정말 자기 자신을 살해하는 초현실적 상황에 빠진다. 불륜에 탐닉하느라 딸의 죽음을 본의 아니게 방조한 데이빗. 그 망가진 삶에 조금씩 죽어가던 남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찾아온다. 5년전 과거의 삶이 존재하는 평행세계를 발견한 데이빗은, 우발적으로 5년 전의 자기 자신을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삶에 있어서 "빽 도"라는 건 간혹 있기 마련인데, 빽도하기 위해 평행세계의 문을 건넜지만 빽도할 수 없게 되어버린 아이러니. 이 빽도가 빽도를 부르는 빽도의 카오스. 5년 전의 과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안심했던 데이빗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은 건 데이빗처럼 새 삶을 찾아 온 타인들이다. 결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