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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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둑 The Babadook (2014)
극중 바바둑은 동화책의 형태를 한 일종의 저주를 통해 나타나는 부기맨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과연 저 바바둑이라는 것의 실체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이 든다. 바바둑은 정말로 동화책을 통해 소환된 악령일 수도 있지만 아멜리아의 지친 마음의 틈에서 생겨난 내부의 어둠일 수도 있다. 영화는 마음의 어둠이 시작된 곳은 어디인지에 대해서 역추적하고 있기도 한데, 모든 것은 자신의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아멜리아의 모순적 비관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죽고 그 남편을 닮은 아들만 남은 상황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골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조금 더 나아가자면, 아들 샘은 애초에 행동 장애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이가 유별난 게 아니라 아이를 기른 엄마가 유별났던 것. 샘은

제브라맨 2 제브라시티 습격 ゼブラーマン ゼブラシティの逆襲 (2010)
일본의 사회 문제들에 대해 풍자하던 태도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보내던 동정적 시선 등, 전작의 뻔한 아이디어와 유치한 분위기를 지탱시켜주던 알맹이들은 쏙 사라지고, 바로 그 뻔하고 유치한 껍데기만 남았다.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초능력을 얻은 것만도 충분히 이상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원심분리기로 인격과 육체가 분리되는 지경에 이르면 이 시리즈에서 논리적인 전개라는 건 내 생각보다 더 더 중요치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딱히 어두운 면이 없었던 신이치를 왜 붙잡아다가 인격을 분리시켰는지도, 그 검은 인격이 왜 TV에서 가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마치 중요한 것 같았지만 맥거핀보다도 못했던 '제브라 타임' 설정은 그 법안이 도입된 맥락도 알 수 없으며 영화의 스토리와도 무관하다. 영화의 모든

제브라맨 ゼブラ-マン (2004)
주인공 이치카와 신이치는 평범한 사람인데도 제브라맨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서자마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그를 넘어 위기의 순간엔 단순히 제브라맨을 흉내낸 누군가를 넘어 그 자신이 진짜 제브라맨이 되어 초인 그 자체의 경지에 이르기도 한다. 출생의 비밀도 뭣도 없는 남자가 뜬금없이 초인 영웅으로 탄생하는 비논리적인 이야기는 그 이면의 서브텍스트를 읽는 것이 더 재미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영화는 '(될 거라는) 믿음의 힘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조금 작은 관점에서의 영화는 복장도착자가 꾸는 꿈을 시각화한 것처럼 보인다. 단지 세일러복을 입고 거리를 걸은 것만으로 체포된 여고사의 이야기는 사회가 복장 페티쉬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한다. 단지 남들과 다른 취향을 가졌을 뿐인데 이를

우동 UDON (2006)
'소울푸드'라는 당시로선 생소한 개념을 테마로 한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 붐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쇠락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는데, 영화 전체로 보면 서브 텍스트에 지나지 않지만 나름대로 무게감을 줘서 다루고 있어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그리고 그 붐 담론과 동시에, 일상의 가까이에 있어 소중한지 몰랐던 것들이 어떻게 깨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큰 맥락. 그것은 작게는 소울푸드라고 하는 음식일 수도 있고, 작고 소박한 가게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서는 가족이라는 대전제로 귀결된다. 가족에게는 유독 해야 할 말을 더 아끼다가 때를 놓칠 수 있으니 주저말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내게는 라면이 소울푸드인데, 소울푸드치고는 건강에 이만큼 해로운 음식도 드무니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