鑑賞小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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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리스(Insensibles) : 베니그노의 일생
[1] 베니그노, 이네스 스페인 내전 발발 5년 전의 카달로니아. 예닐곱 살 남짓한 베니그노는 자기 살을 뜯어먹었고, 같은 또래 이네스는 자신의 오른팔과 친구의 몸에 불을 붙였다. 이네스의 경우 친구가 불타서 그대로 죽을 줄은 몰랐고 또 그것이 제 잘못이라는 것쯤은 알았지만, 베니그노는 다른 여러 이들과 함께 자기들이 무얼 잘못해서 그렇게 부모 곁을 떠나 어디론가에 끌려가야만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아이들은 두 번 다시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할 산중 바위산 위에 위치한 새너토리움에 격리 수용된다. 이네스가 16번 독방에 배정된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고통을 모르고, 못 느끼는 그런 몸이라고 마음마저 그러할까. 바로 그 옆 17번 방에 갇힌 베니그노는 옆방

강시(殭屍) : ★★★★☆ 추억의 효과
각본을 썼던 세 사람 중 옹자광은 "명미시광(明媚時光)"이라는 영화를 연출했는데, 거기에 우리에게 그 얼굴만은 잘 알려진 태보(太保)라 하는 배우가 출연한다. 예고편만 보아도 그 옛날 골든 트리오 옆에서 촐랑촐랑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연기다. 옛 홍콩영화의 주조연급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또한 당 작품에서만큼은 몰라보게 진지하다. 마치 영화 자체가 거대한 반전 같다 할 만하다. 팔십 년대 이후 그들에 대하여 그 이미지가 얼마나 고정되어 있고 그간의 연기 행보를 얼마나 몰랐으면 이렇게까지 생소하게 느낄까 싶은가 하면, 여전히 연기 폭이 좁고 게다가 노령으로 무술 연기력마저 쇠퇴한 대형 홍콩 스타들의 전성시대 영화들만 줄곧 반복해서 보아 왔던 나 자신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기분이 들 정도였다.

The Rosary Murders : 십계명 살인
디트로이트에서 그곳 교구 성직자 네 명이 손에 하나같이 까만 묵주가 쥐여진 채 연이어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명 로자리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고해실은 참 편리한 곳이라고 로버트 제이비슨은 생각했다. 그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신부가 알아서 옆방에 들어와 준다. 총구에 소음기를 달아 두고 가만히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교구 소속 수녀를 또 한 명 살해하고 이번에 그는 고해 사제 밥 케슬러의 고해실을 미사 중에 방문한 참이다. 앞서 죽은 네 명의 성직자들은 자기가 별안간 왜 하늘나라로 가야 되는지 모르고 갔으니 이제 슬슬 조금은 털어놓을 때도 되었다. 고해 비밀(seal of confession) 엄수라는 것도 참으로 편리하지 않은가.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예로부터 갖추어진 신법이요

인간합격 (ニンゲン合格)
요시이 유타카는 열네 살 때부터 용궁에 가 있었다. 그렇게 십 년 만에 우라시마 타로오 꼴로 깨어나 보니 집안이 콩가루다. 영화는 가족이 왜 그리 되었는지 이 장면 저 장면을 주섬주섬 모아서 정리해 봐라 한다. 인간(ニンゲン)은 물론 유타카를 가리킨다. 카타카나 표기가 남을 낮잡을 때나 쓰는 왜식 인터넷 어법 내지 강조 어법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단언컨대 그게 아니다. 합격/불합격이 있고 따라서 1948년부터 시행된 왜국 공인 시험으로, 패스하면 주어진다 하는 예의 그 자격임이 분명하다. 해당 시험이 을매나 어려웠던지 기준 미달로 실격되었다고 다자이 오사무는 그해 6월 13일 야마자키 토미에를 데리고 자살했다. 쿠로사와 영화가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노오멩(能面) 같은 가면을 쓴

절규(叫) : 타인은 귀신이다
당 영화만큼 귀신이 얄궂은 곡절을 가지고 나오는 작품은 흔치 않다. 동경만 일대에서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자 익사체가 발견된 이후로 낮이고 밤이고 귀신에게 시달리던 요시오카 노보루는 그래서 항변했다. "이봐, 난 당신을 몰라. 만난 적도 없는 사이야. 내 얼굴을 잘 봐. 내가 당신한테 뭘 했다는 거야?" 시뻘건 귀신은 기억에도 없는 사실을 댄다. "죽였다." 요시오카는 어이없고 억울하다. 범행 현장에서 범인 지목에 유력한 근거가 될 만한 자신의 지문과 옷 단추와 (집에서 쓰던) 전기선 따위가 하나씩 잇따라 발견되는 통에 자칫 살인범으로 몰릴 판이다. 누가 뒤에서 누명을 씌우려 드는 마당에 귀신까지 와서 덤터기를 씌우려 한다. 사람도 아니고, 망자가 죽음에서 망령을 일으켜 자기 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