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와 클로버
Posts
83 posts
치앙마이
모든지 배우려면 댓가를 치룬다더니, 장기여행 초보자로서 매일매일 톡톡히 수업료를 내며 하나하나 배우고있다.선크림은 구석구석 잘 펴발라야한다는 것부터 큰 돈이 걸려있는 문제까지.이곳 환율로 따져봤을 때 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꽤 큰 돈인데 그것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될 때는 물론 속이 엄청 쓰리고 아프지만 그래도 이런 것들은 괜찮다.혹독하게 댓가를 치루고 몸으로 배웠기에 웬만해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문제는 나와 관련된 것들이다.삼십년이 넘는 세월로 만들어진 내 자신이 의외의 복병이었다.솔직하게 나를 들여다보는 일은, 타인이 벌거벗은 내 몸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살이 찌며 물결무늬 선이 생겨버린 터진 엉덩이 살과 탄력이 없어 축축 늘어지는 겨드랑이를 결국 들켜버린 것 같다.나이

치앙마이
스쿠터를 빌렸다.연습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겠다던 신랑이 신나서 돌아왔다.또 다른 세상이란다. 치앙마이 대학교로 갔다.나는 여행가면 그 도시의 학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이것도 직업병인지, 수학이라는 글씨가 보이면 건물로 들어가 빈 교실안을 기웃기웃 거린다.학교는 굉장히 넓었고, 키가 크거나 덩치가 좋은 혹은 키도 크고 덩치마저 좋은 나무들이 뻬곡히 캠퍼스 안을 채우고 있었다.벤치에 앉았다.호수를 둘러싼 나무들을 올려다보다보니, 그 시절 내가 떠올랐다.양반다리 하고 앉아 나무 냄새를 맡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 때처럼 벤치에 누워버렸다.대학 4년을 설렁설렁 다닌 아웃사이더였지만, 그 시절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물리 수업을 땡떙이 치고, 잔디에 누워 책을 읽으며 바나나 우유를 마신 일이었어,

치앙마이
기침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다.내 기침 소리에 같이 잠을 설쳐서 그런지, 아니면 더위를 먹었는지 신랑도 요즘 통 입맛없어하고 기운이 없어보였다.우리는 치앙마이를 좋아하는데, 그는 우리를 별로 안좋아하나봐, 같은 농담도 내뱉었다.짝사랑하는 마음 같달까.낮에는 좀 쉬고 해가 떨어지면 동네나 구경하는 정도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며칠 쉬어서 그런가, 어젯밤에는 깨지않고 늦은 아침까지 푹 자고 일어났다.일어나면 오늘은 얼마만큼 더울까, 예상하며 발코니로 나간다.며칠전부터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아침을 보낸다.엄마는 칼로 무언가를 손질하고, 아이는 그 옆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나는 이제 날씨를 확인하는 대신, 오늘도 부자가 왔는지 궁금해서 발코니

치앙마이
사람은 평생동안 자기 자신의 몰랐던 점을 발견해가면서 살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나는 내가 더위에 강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지난 겨울 내내 무릎이 툭 튀어나온 너덜너덜해진 내복위에 청바지를 꾸역꾸역 입으면서 나는 여름나라를 꿈꿨다.방콕 공항에 내려 후텁지근 한 공기를 한 줌 마시고 나는 이내 그 더위가 만족스러웠고, 땡볕아래 땅 위에서, 바다속에서 잘 놀았다.치앙마이로 왔다.이곳은 정말 덥다.나는 이곳에 온지 이틀만에 치앙마이의 더위에 항복했고, 오전 열한시부터 오후 네시까지는 웬만해서 돌아다니지 않는다.요가도 이른 아침에 다녀오고, 산책은 해가 떨어진 후로 미뤘다.해가 머리 꼭대기로 이동하기 전에, 우리는 가방에 노트북과 책, 공책을 챙겨 동네 카페로 슬슬 나선다.높은 천장을 가진 2층짜리 카페에

치앙마이
집에서 한 십분만 걸어가면 본격적인 님만해민 거리가 나온다.지금이야 눈에 꽤 익었으니, 이쯤해서 뭐가 나올테고 어느 쪽으로 가면 저게 있을테지 알 수 있지만그래도 여전히 여기 이런 골목이 있었단 말인가, 이렇게 아기자기한 가게를 왜 나는 여지껏 못봤지, 싶을때가 많다.내가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에 이 골목 저 건물을 담기에 바쁘니, 신랑은 여기를 대체 몇 번 왔다갔다했는데, 이제야 이렇게 좋아하냐며 참 모를일이라는 듯 나를 쳐다본다.처음에는 더위에 놀라서, 그 후에는 집을 구하느라, 그 다음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구석구석 다니며 본격적으로 제대로 투어를 하겠다는 강박이 있었을테다.말로는 압박을 느끼지 말지어다, 시간은 많다, 느긋하게 천천히 돌아다니자라고 했지만 장기든 단기든 나는 여행자니까 하나라
![[굿즈] 웹툰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트럼프 카드 : 아는 장면이라도 플레잉 카드로 수집하는 이 맛](https://img.zoomtrend.com/2026/06/05/1780650880-SE-1c22cf84-12af-4fb2-95c5-c6354bd47dfd.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