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와 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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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용

라용

허니와 클로버|2015년 3월 16일

방콕에서 다섯시간 반을 달려 라용으로 왔다.그리고 다시 세시간을 헤맨 뒤 숙소에 짐을 풀었다.지도에서 고작 엄지 손톱만큼 떨어진 곳인데 방콕과 이 곳은 서로 다른나라 같다.나는 이곳에서 철저하게 이방인 같다.방콕에서 어딜가나 마주쳤던 동양인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고, 이곳에서 아주 오랜시간 머문 것처럼 보이는, 게다가 태국어도 제법 할 줄 아는 서양인들이 많다.그들은 대부분 은퇴하고 이곳으로 와 온몸에 햇살을 듬뿍 바르며 보내고 있다.바다너머 해가 지고, 노천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면 멀지 않은 곳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중년의 서양인 부부가 내린다.그들은 진작에 접시는 비우고 맥주를 세병쩨 마시고 있는 다른 부부에게 가서 인사를 건낸다.둘은 서있고, 둘은 앉은채 한참을 수다를 떤다.마지막 한 모금

먹거리를 논하지 않으면 그것은 여행기가 아니잖소.

먹거리를 논하지 않으면 그것은 여행기가 아니잖소.

허니와 클로버|2015년 3월 14일

방콕에서 나흘째다.매일 페션후루츠를 먹는다.쥬스 속 검은 씨앗을 씹었을 때 톡 터지며 퍼지는 달콤하고 시큼한 맛이 좋다.팟타이를 사랑하게 됐다.카오산로드에 있는 모든 팟타이 노점상은 다 들른 거 같다.미소가 인자한 부부가 운영하는 팟타이 집이 가장 입맛에 맞았다.어제는 두번이나 들렀더니, 아는체를 해주신다.닭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팟타이보다 몸집이 큰 새우가 들어간 팟타이가 가장 맛있다.걸어다니면서 혹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갓 나온 팟타이를 받아들고 먹는다.자리잡고 테이블에 앉아서 먹기보다는 이렇게 걸어다니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그 바로 옆에는 불에 구운 옥수수를 파는데, 옥수수가 노릇하게 바싹 구워지면 버터를 솔로 한 번 발라주고, 소금을 뿌려준다.버터는 너무 살짝 발라서 아쉽고, 소금이 한쪽

골목에서

골목에서

허니와 클로버|2015년 3월 14일

내가 갖고나지 못한 능력은 지도읽기와 방향감각.그런 나와 결혼한 길치 남자.둘에게 여행책자와 지도는 혹시나 해서 들고는 다니나, 역시나 구겨버리고 싶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다.지난 밤 우리는 꽤 전의로 불타올랐다.내가 그 곳으로 가는 교통편을 맡을터이니, 당신은 택시나 전철에서 내린 다음을 책임지게나, 하며 이번만은 절대 관광명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각자 맡은 역할을 착실하게 해냈다. 그리고 당연히 이번에도 못찾았다.1번출구로 나가서 5분만 걸어가면 나온다는 그 곳이, 왜 우리 앞에만 안 나타나는 것인가.여러번 길을 잃고나면 길위에서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충분히 예상했기에 당황하지도 않고, 우리는 멋대로 걸어다녔다.교복입은 학생들과 마주치면 그들이 나오는 골목

당신의 민낯

당신의 민낯

허니와 클로버|2015년 3월 14일

여섯시간 만에 디딘 땅에서 올라오는 후덥지근한 열기가 낯설지 않았다.낯선 것은 오토바이처럼 생겨서는 택시라는 간판을 머리에 이고다니는 툭툭이라는 것이었다.이름처럼 생긴 것도 귀여운 이것의 반전은 성격이었다.선하게 생긴 기사아저씨는 앞서가던 택시와 툭툭이를 금세 따라잡는다.한 때 나의 로망은 첼로가방을 메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몰고 돌아다니는 거였다. 풀어헤친 머리는 바람에 날려 양쪽 뺨을 후려치고 있었고, 나는 남자친구의 오토바이 뒤에 앉은 여고생이 그의 허리를 잡는 마냥 양손으로 손잡이를 쥐어짜듯 꽉 잡고 있었다. 내 꼴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오랜 로망이 떠올랐다.달라도 이렇게 다를수가.한참을 온 몸으로 매연을 껴안은 뒤 카오산로드에 내렸다. 과연 여행자들의 성지다웠다.길을 한가운

떠나기 전

떠나기 전

허니와 클로버|2015년 3월 7일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유럽병 걸린 여자와 에펠탑에도, 아벨라! 에도 시큰둥한 한 남자가 살고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로 시작해야 할 거 같은 여행을 앞두고 있다.혹은, 어느 한 조용한 마을에 출국 날짜를 일주일도 채 안 남긴, 넉 달간의 긴 여행을 떠나는 부부가 살았어요.그런데 그 게을러 터진 부부는 숙소도 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캐리어도 없답니다,로 시작되는 일기를 쓰게 될 거 같다. 결혼 후 첫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었다.우리의 예산은 홍콩에 짧게 다녀오거나 제주도 여행을 조금 길게 할 정도였다.하루는 딤섬과 에그타르트 생각으로 꽉 찬 하루를 보냈고, 어떤 날은 돌하루방 코를 만지며 " 제 머리크기를 닮은 아이는 안돼요, 작은 얼굴을 가진 아이가 태어나게 해주세요" 를 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