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L ME YOURS I WILL TELL YOU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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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보라도 보라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이스크림을 먹던 아이들이 사라지고 화면이 온통 보라빛으로 가득 찼을 때, 그런 담벼락을 카메라가 계속 응시하고 있을 때, 왜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총천연의 보랏빛은 어쨌든 벽에 도색돼 박제된 거고, 아이들이 먹던 아이스크림은 플로리다의 열기를 이기지 못해 사정없이 녹아내린다. 보랏빛은 이렇게 아픔을 품은 색깔이 된다. 영화는 2008년 경기 침체 이후 디즈니 랜드 주변 모텔들이 빈민 거주 용도로 변하면서 펼쳐지는 삶의 자락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플로리다에서 벌인 테마파크 사업의 이름이다. 장기 투숙이 안 돼 주 단위로 거처를 옮겨야하고, 고의에 의한 교통사고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며, 시도때도 없이 헬기가 하늘을 소음으로 물들이고,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

사랑의 잔해, 나라타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사랑은 꼬리를 드러낸다. 사랑에 아름다운 시작은 있지만, 그러한 결말은 없고 무너져내린 마음의 잔해는 황량한 해변을 나뒹군다. 사랑의 마지막은 어쩌면 이러한 시간이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이 서른 여섯의 젊은 소설가 시마모토 리오의 소설을 원작으로 가져온 영화 '나라타쥬'는 사랑의 마지막, 쓸려간 사랑, 사랑의 잔해를 응시한 작품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우충충한 무드는 날씨 이상의 의미를 갖고, 영화 곳곳엔 부서져버린 마음의 조각이 흩어져있다. 사이렌 소리에 욕지기를 느끼는 하야마 선생(마츠모토 쥰)이나 돌연 풀에 뛰어드는 쿠도(아리무라 카스미), 그리고 시작이 곧 마지막이 되어버린 오노(사카구치 켄타로)의 외로운 구두는 시작은 있지만 끝은 존재하지 않는, 그러니까 황폐해진

1+1=3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980년과 2012년, 그리고 8년 후와 어느 오래 전 여름. 공간으로 기억되는 시간이 있다. 현실을 이탈한 이러한 시간은 마음으로 이어져 시간 너머의 시간이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그대로 가져온 히로키 류이치의 동명 영화 이야기다. 기적이란 말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다분히 동화적 느낌을 갖는다.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접수받아 답장을 한다는 설정은 지극히 착하기만 하고 그 따뜻한 미담이 시간을 넘어 이어지고 맺어진다는 이야기는 어딘가 바보처럼 느껴지는 순진함이다. 하지만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우리를 부정할 수 없는 삶의 어느 진심과 마주하게 한다. 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실은 이어져있고, 그렇기에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은 내일을, 희망을, 미래을, 그러니까 기적

애플의 오만한 세계
애플의 폐쇄적인, 그 잘난 시스템은 실은 고객의 삶을 지배하려는 욕심이고, 그러니까 폭력이다. 부가통화인 08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사용하면서, 스펠링 확인을 슈퍼맨의 S, 퀘스쳔의 Q로 하는 건 이용자의 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그저 그 잘난 스타일 자랑에 불과하다. 두 번의 전화 상담을 받아보며 느낀 것. 게다가 요즘 TV에 흐르는 '내가 최고야'라 소리치는 CM은 그게 애플의 본색인 것 같아 구역질이 난다. 갈수록 정내미 뚝 떨어지는 브랜드. 스타일보다 사람이다.

올림픽은 누구도 홀로 두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메달을 앞두고 김보름은 울먹이며 말했다. 잘못된 인터뷰 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그에게 남아있는 건 수많은 비난 만이 아니었다. 또 한 번의 경기를 치뤄야 한다는, 지독히도 잔인한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어떠한 기분으로 시간을 버텼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는 이틀 내내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뒤늦게 흘러나왔다. 사람이기 앞서 국가대표여야 하는 시간, 그러한 자리가 한없이 가냘프게 느껴졌다. 그는 선수로 링크에 나섰다. 선수로 시간을 살았다. 선수로 피니쉬 라인을 통과했다. 마음의 아픔, 후회와 잘못의 무게를 이겨낸 스토리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내게 보인 건 그런 판에 박힌, 미화하기 쉬운 말쑥한 감정이 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