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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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2015)
류승완 감독의 "일종의" 사회고발물로서는 [부당거래]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톤은 [짝패]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거운 톤은 덜어내고 감독의 영화광적 취향으로 조합된 일종의 콜라주 영화. [짝패]가 쇼브라더스 권격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다면 이쪽은 80년대 캅 액션에 대한 찬미로 가득하다. [부당거래]처럼 날카롭고 섬뜩하진 않지만 조금 더 장르적이고 그래서 접근성도 더 좋다. 황정민의 서도철 캐릭터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나 [리셀 웨폰] 멜 깁슨의 냄새가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서도철의 배후에 선명한 빙의령처럼 겹쳐 보이는 것은 역시나 [폴리스 스토리]의 성룡이다. 소도구를 제 몸 다루듯이 다루는 액션이나 능글능글 하지만 우직한 태도, 열심히 얻어터지는 사건

내부자들 (2015)
이젠 또 하나의 한국식 장르라고 불러도 됨직한 사회고발물. 그 가운데에서도 기시감이 드는 사건들을 조합해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회의마저 들게 만드는 리얼리티에 주력하는 영화다. 노골적인 성접대 묘사 등 상류 사회의 썩은 부분을 날카롭게 고발하면서도 지나치게 장르적인 영웅형 검사 주인공. 톤이 튄다. 엉뚱한 영화에 엉뚱한 주인공이 들어와 있는 느낌. 하지만 좋다 이거야. 사회고발 다큐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영화니까. 원작이 만화니까.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장르 주인공 하나 넣는 것 좋다고 치자. 그 편이 서사의 측면에서는 되려 미학적인 맛도 있다. 설교투의 어조? 그냥 대사가 아니라 아예 관객을 보면서 곱씹는 교훈? 굉장히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거라 착각하는 것 같지

올가미 1997
90년대 급변하는 사회적 성평등 논의와 함께 연애, 결혼 풍조와 관련해 신조어처럼 유행한 단어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마마보이"였다. 실제 영단어와는 차이가 있는 콩글리쉬에 가까운 단어였지만 당시 유행 가요의 소재와 제목이 되기도 할 정도로 참신한 논의 거리 중 하나였다. 영화 속 갈등과 공포의 근원 역시 마마보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마마보이는 본래 'Mother's boy'라는(역시 같은 뜻을 지닌) 영단어에 그 기원이 있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야 말로 큰 무게를 지닌 단어이기도 하다. 싱글 부모로서 갖는 이성(異性) 자녀에 대한 애착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와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두고 사는 동아시아, 그 중에서도 한국 사회에서 공감할 여지가 많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

손톱 1994
한국에서 자유연애에 대한 풍조가 대중적인 인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서구 보다는 조금 늦은 80년대부터였다. 그러나 반대로 90년대 까지도 여성의 자유로운 성 개방성을 백안시하는 관념이 남아있었다는 모순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혜란은 고교 동창 소영에 대해 품고있던 열등감과 질투가 자라 변한 광기에 스스로 삼켜져버린 비극적 인물이다. 재능을 뒷받침 해 줄 가정 환경의 태생적 차이 등 혜란의 캐릭터에는 많은 사회적 함의가 담겨있는데, 그러면서도 결국 혜란과 소영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의 핵심은 자유연애로 귀결된다. 즉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활발하던 시기에 오히려 반대급부로 다가오는 공포, 더 노골적으로 말해 그런 사회 흐름을 악용한 남성들의 방종함과 무책임함에 대한 공포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1994)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이자 관찰자 시점의 관찰 대상인 병석을 가리킨다. 학창 시절부터 서구 영화의 제목과 감독, 배우 이름 등을 줄줄이 꿰며 친구들의 경외심을 샀던, 소위 헐리우드 키드였던 병석. 헐리웃 영화들에 관련한 그의 조숙한 취향과 사전적 데이터들은 어릴 때 부터 그를 "튀는" 존재로 만드는 데에 일조했지만 동시에 병석 자신을 삼켜버리고, 그로 하여금 세상에서 분리해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방황하는 방구석 천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방구석 천재는 열심히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자에 부적응자에 정신 병자를 거쳐 그 굴곡 많은 삶을 스스로 끝낸다. 사람은 누구나 속는다. 일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속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