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beata v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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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나들이.

pro beata vita.|2017년 2월 24일

평일에 미술관에 가는 것은 누릴 수 있는 큰 호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출근 기차를 타고 가는 길. 9년 전 인턴을 했을 때 애용했던 2층짜리 기차이다. 난 늘 2층에 앉길 좋아했다. Union station까지 가는 기차,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정장을 차려 입은 바쁘게 걷는 사람들 사이에 묻혀 조금이라도 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어했던 시절. 몇 번을 와도 매번 새로운 곳. 평일 이른 아침 미술관에는 아무도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이곳에 온 후 관람에 신경쓰일 정도로 미술관이 붐비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행여 다른 방문객이 있더라도 몇 분만 기다리면 곧 그 전시공간에 나만 남게 된다. 홀로 Rothko 그림에, Giacometti 작품에 둘러쌓이고, Modigliani

Arrival.

Arrival.

pro beata vita.|2017년 2월 18일

i. Arrival을 보고 (Amy Adams는 정말 다양한 얼굴을 지닌 배우 같다.) 언어, 소통, 공감, 이해에 대해 생각했다. 상대방의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내 언어를 가르쳐 준다는 것은, '같은' 언어로 소통한다는 것은. ii. 또 TV를 보다가 (앞부분은 놓쳐서 못 봤지만 아마도 정황상) 영국에 사는 프랑스인들을 인터뷰한 것이 나왔는데, 발렌타인 데이 스페셜인지 유독 사랑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 중 흥미로웠던 것은 한 남자가 자신은 Je t'aime이란 표현이 너무나 의미있고 굉장히 무게감이 있어 거의 쓰지 않게 되는데, 그에 반해 (그의 모국어가 아닌) I love you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 같아 놀랍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언어구사 능력이나 어휘력을

L'viv.

L'viv.

pro beata vita.|2017년 2월 15일

오래된 것, 낡은 것에 늘 정을 느끼던 마음. 색이 바랜 모습을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이라 부르고 과거를 미화하던 시간들. 그렇게 언제나 제멋대로 낭만과 의미를 부여했던 건 아닌지... 풍경을 멀리서 그렇게 지나치기보다, 자세히, 가까이서, 오래오래 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의 구석구석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다.

Ceský sen.

Ceský sen.

pro beata vita.|2017년 2월 15일

Czech Dream. 사회주의 붕괴 후, 물질만능주의 세상의 면모를 보여주고, EU 가입을 위한 체코 정치인들의 허상된 "체코 드림" 광고를 비판하고 싶었던 두 영화학도의 사기극. 2004년 다큐멘터리라고 하는데, 2017년 post-truth와 alternative facts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보아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다큐멘터리의 배경이 staged된 점이 또 신선했다.) 허위광고가 난무하는 세상에 그들의 사기는 국민들을 농락한 용납될 수 없는 범죄인가, 아니면 재치있는 실험일까. 난 저렴한 가격에 카메라와 생필품을 구입하려 "체코 드림"을 방문한 이들(-그들을 비판할 이유도, 그들이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을 보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생각하기 보다는 광고의

Blind.

Blind.

pro beata vita.|2017년 1월 28일

보통 Love is blind.라고 할 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방의 결점이 안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사랑에 눈이 먼다는 것의 다른 의미를 알게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라고 했던 어린왕자의 말처럼, 루벤의 눈이 먼 사랑은, 사랑이란 것에 시야가 가려져 앞뒤를 헤아리지 않는 무모한 사랑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을 사랑하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루벤의 마지막 선택이 내게는 눈에 보이는 것(-이 또한 마리의 본질이겠다-)을 외면하고 눈 감아 버리는 모습이 아니라, 그의 사랑의 방법을 알려주려는 행동이라 비춰진다. 루벤은 사랑하는 이의 결점도 응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기꺼이 질끈 눈을 감을 수 있는 수 있는 용기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