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19 posts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Jiseul)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Jiseul)

Felidae|2013년 3월 22일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을 보고 왔다. 사건을 대하는 당사자들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을 내놓는다. 이 영화를 본 감상임에 국한하여 말하면, 약 60여년 전 제주도의 비극은 인간의 마음 속 "증오"가 빚어낸 참변이라는 느낌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토벌군의 출신은 다양한데 그 중 "빨갱이"사냥에 유독 집착하는 사람은 공산당에 피해를 입고 월남한 이북 출신 청년이다. 다른 군인들은 비록 토벌에 동원되었으나 작전의 당위를 납득하지 못하고 인간적으로 괴로워하는 모습도 보여 준다. 하지만 "빨갱이"에게 어머니를 잃었다는 평안도 말씨의 그 청년은 주민에 대한 적대 행위에 거리낌이 없다. 그에게 있어 눈에 띄이는 섬 사람은 모두 적군일 따름이다. 토벌기간 중 약 3

집으로 가는 길(我的父親母親, The Road Home)

Felidae|2013년 2월 12일

설특선영화로 EBS에서 방영한 장쯔이 주연 '집으로 가는 길'.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는 현재 속에 양친의 지난 날 이야기가 액자식으로 끼워진 구성이다. 오지 마을에 부임한 교사인 아버지에게 한눈에 반한 어머니(장쯔이), 그 둘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나온 한국영화 '내 마음의 풍금'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곡선이 흘러가는 매끈한 언덕들과 그 위에 짧은 머리카락처럼 돋아난 초록색 풀들이 단조로운 풍경을 빚어내며 군더더기없이 순수한 이야기에 걸맞는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한눈에 반한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쟈오 디"는 마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수업할 때의 남편의 낭랑한 목소리는 수십년을 들어도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말하던 모습. 현재시점의 화면은 흑백으로 탈색되어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Felidae|2013년 1월 21일

작년 12월에 보려다가 사정이 있어 못 보게 되었는데, 아직 서울과 부산에서 각 1곳씩 상영중이었다. 토요일, 광화문 "스폰지하우스"라는 소규모 극장에서 보고 왔다. 사요코라는, 사람에게는 인기없고 고양이들에게만 인기 있는 젊은 여자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일을 하며 겪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내용이다. 일본 특유의 웃음 코드도 간간이 나와 재미있고, 귀여운 고양이들도 볼 수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고양이들에게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지내는 사요코. 새로 찾아온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레엔따 네~꼬, 네꼬 네꼬(x2), 사비시이 히토니 네꼬오 카시마스! (고양이 대여, 괭이 괭이. 외로운 분들께 고양이 빌려드려요)"고양이를 외로운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빨간머리 앤 극장판

빨간머리 앤 극장판

Felidae|2013년 1월 17일

30대 이상이라면 거의 기억하는 이름 "빨강머리 앤". 저녁마다 tv앞에 앉아 기다리던 브라운관 속의 친구 앤 셜리. 향수에 끌려 다시 한 번 만나보기 위해 주말에 극장을 찾았다. "빨강머리 앤"이라 하면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로 시작하는 밝은 느낌의 주제가이다. 그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을까. 마치 오랜 옛 적 첫사랑을 만나러 갈 때의 조심스럽고 두근거리는 마음이었다. 한편으론 기대반 걱정반이었기도 한 것은, 각각의 독립된 회차로 구성된 원작애니메이션을 어떻게 2시간짜리 극장판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단지 원작의 전반부 몇 회를 이어서 보여주는 것이라면 그저 큰 스크린으로 TV를 보는 것에 지나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