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앨리스를 위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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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posts선한 사람을 위한 소나타: 타인의 삶 감상
‘타인의 삶’은 2006년에 개봉한 영화다. 영화가 다루는 시대가 동독이 몰락의 징후를 드러내던 시기, 즉 1980년대 중반임을 생각해 보면, 20년이라는 ‘숙성’의 시간을 거쳐 감정을 절제한 ‘모범적인’ 영화가 독일에서 나온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관찰자’의 시선을 견지한다. 비슬러가 죄인을 취조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인간적이지 않다는” 표현을 한 학생을 슬그머니 체크하는 장면, 쌍안경을 들고 연극을 ‘감시하듯’ 감상하는 장면 그리고 불온한 시인을 도청하라는 명을 받고 집에 잠입하는 장면까지 정적이면서도 긴장감 있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가 드라이만과 알버트와의 대화를 듣고 크리스타와 드라이만의 내밀한 관계를 엿듣게 되면서 상황은 약간 누그러진다. 드라이만의 생일파티로 돌아가서, 혼자 와인

신의 나라에 신이 없는 이유: 칸나기
칸나기의 감독을 맡은 야마칸은, 최근 자신의 공식 라인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이제 일본은 아이돌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고요. 대체 어떤 뜻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요? 아니, 그것보다 지금처럼 아이돌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던 해가 과거에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러브라이브, 아쿠아, 아이마스, 신데마스, 워그, 그리고 아키모토 야스시의 신기획 22/7(7분의 22라고 읽습니다)까지. 이렇게 많은 아이돌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는데, 무슨 소리? 야마칸 감독, 아무리 생각해도 대중은 아이돌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은데요? 라고 물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에는 맥락이 있는 법이죠. 대중은 '애니메이션'을 매개로 하는 아이돌을 필요로 할지는 몰라도, 현

짧은 모노노케 히메 감상
모노노케 히메를 (아마도 4번째로) 봤다. 안 보이던 세부가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처럼 훤히 보여서 놀랐다. 이래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라고 말하는 듯. 묵은 때를 벗은 것처럼 개운해졌다. 처음 봤을 때(초2): 와… 대단하다… 두 번째 봤을 때(신입생): 와… 좋은 영화였다… 세 번째: 이 영화의 주제의식은 자연과 인간의 대립이구나. 그 와중에 화해를 구하는 아시타카는 이상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네 번째: 이야기란 무엇인지를 보았다. 겉으로는 자연:인간이라는 이항대립을 취하지만, 실은 인간이 살기 위해 자연을 침범하게 되는 오늘날을 은유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걸 기본 조건으로 했을 때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있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

일본식 코미디 영화의 계보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감상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봤을 영화가 있고,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보지 않은 영화가 있습니다. 전자와 후자를 나누는 기준은 때로는 애매하고 때로는 복잡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우에노 쥬리와 아오이 유우의 팬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본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영화 이야기부터 해 보죠. 우에노 쥬리는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없고, 집에서 거북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는데, 이 거북이는 남편이 맡기고 간 겁니다. 남편은 매일 전화를 걸어 "거북이 밥 잘 주고 있냐?"고 물어보죠. 그런 지루한 생활을 하던 와중에, 스파이 모집 광고(0.5cm 정도 되는 작은 스

신카이 마코토와 금수저 예술론
오랜만에 나무위키에서 신카이 마코토 항목을 죽 읽어 내려가다가, 아래와 같은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친가쪽이 1909년에 설립된 건설사를 운영했으며 1972년에 주식회사[8]로 상장되어 신카이 마코토의 아버지대에 이르러서는 연 매출 70억 엔 규모의 기업이 되었다. [8] 주식회사 니이츠구미(株式会社 新津組). 홈페이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다 보니 《너의 이름은.》 발표 당시 건설사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작품 홍보가 걸리기도 했다.(인용주: [8]은 각주 8번입니다. 각주도 함께 인용했습니다.) 이 문장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신카이 마코토가 금수저라는 것과, 드물게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애니메이션 감독'이라는 리스크가 큰 직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이죠. 문장이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