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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마무리 하는 방법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By  | 2018년 4월 9일 | 
한 시대를 마무리 하는 방법 <레디 플레이어 원, 2018>
굳이 비유하자면 오래 다닌 단골 식당 같은 게 스필버그다. 이미 어떤 맛인지 알고 수 십번을 다녔기에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고 찾지만 늘 믿을 수 있는 곳. 언제적 ET던가. 수 십년이 지나서도 그의 영화들의 DNA는 변하지 않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의 컨셉을 처음 봤을때는 요즘 가장 트렌디한 소재가 과연 스필버그와 어울릴까 싶었다. 아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 시나리오는 반드시 그가 만들었어야만 했다. 지나간 한 시대를 갈무리 하여, 스필버그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다. 게임에 대한 영화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극중의 패러데이가 감독 본인이라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래서 'Thanks for playing my game.' 이라는 단순한 대사가 그토록 마음을 두드린다. 그의

슈퍼게이 오다기리죠 <메종 드 히미코, 2005>

By  | 2018년 2월 26일 | 
슈퍼게이 오다기리죠 <메종 드 히미코, 2005>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역시 미친 매력의 오다기리 죠. 극중에서 게이 전용 요양원 매종 드 히미코를 운영하는 젊은 게이다. 당연히 극중에는 다양한 '나이든' 게이들이 등장해서 굉장히 낯선 풍경을 만들어낸다. 동성애자들은 이성을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딘지 모르게 오히려 완성된듯한, 결핍이 없는듯한 인상을 받게 되는데, 극중의 오다기리 죠와 메종 드 히미코의 주인 히미코가 바로 그 완벽에 가까운 인상이다. 그리고 저마다의 암실속에 현상되지 못하고 감춰진 것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으로 영화는 펼쳐졌다가 닫힌다. 이 모든 과정 속에 이질적으로 속해있는 게이의 딸 사오리는 극중의 인물들 뿐만 아니라, 이 어색한 풍경을 바라보는 관객들까지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남자라도 반할것같은 (극중의

클리셰의 진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 2017>

By  | 2018년 2월 25일 | 
클리셰의 진화 <혹성탈출 - 종의 전쟁, 2017>
혁명적인 출발을 했던 1편에 비해 2편은 다소 그 기세가 꺾이는듯 하다가, 3편에서 다시 한 번 진화를 이루어 냈다. 각 에피소드 간에 시간의 간격이 존재하는데, 3편에서는 완전히 종족간의 전쟁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전쟁과 진화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들을 매우 상징적인 장면들의 연속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은 유인원의 모습이지만, 역사속에서 일어났었고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옆에 역사책이라도 펴놓고 짚어가며 보고 싶을 정도로, 여러 클리셰들이 지나간 후. 갈등이 극에 달했을때 보여주는 아이러니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남는 것은 역시나 또 다음시리즈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풍경을 짓누르는 히스테릭 <원더 휠 , 2017>

By  | 2018년 3월 13일 | 
풍경을 짓누르는 히스테릭 <원더 휠 , 2017>
우디앨런식 괴롭힘에는 이제 익숙한 줄 알았는데, 케이트 윈슬렛을 만나니 얘기가 또 다르다. 감독으로부터 주문받아 그녀로부터 내뿜어지는 히스테릭은 온 영화를 압도하다 못해 내 머리까지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예전같지 않은 놀이공원 속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배우였던 자신의 과거에 매여있다. 불가역적인 시간속에서 괴로워 하는 그녀의 앞에 끊임없이 제자리에서 돌고있는 '원더휠'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화려하지만 서서히 빛을 발하는 놀이공원은 그녀 자신이 아니라 그녀의 환상과 닮아있다. 항상 영화를 '극'적으로 연출해왔던 우디앨런이지만, 원더휠은 특히나 비극이다. 현실과 영화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감독은 보이지 않는 손 정도로 생각되는게 요즘 영화인 반면에 원더휠에서는 대놓고 모든 상황과

쓰러져도 자라는 나무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By  | 2018년 3월 16일 | 
쓰러져도 자라는 나무 <플로리다 프로젝트, 2017>
세상에는 디즈니랜드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과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6살 '무니'는 주 40달러짜리 기묘한 공동체에서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디즈니랜드의 길 건너편. 관광객들을 위해 지어진 알록달록한 모텔촌이지만 그곳에는 여행객들이 아닌 어디에도 갈 수 없는 홈리스들이 모여 산다. '아이들의 시점으로 그려진 잔혹한 현실' 이라는 소재는 많이 다뤄져 왔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결이 조금 다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작해서 'Fxxk you'로 끝나는 이 영화는 세상을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각색하지 않는다. 오히려 리얼리즘에 가까운 이 영화가 판타지 같아 보이는 이유는, 계속해서 덧칠되는 파스텔 톤의 모텔들과 침묵하는 어른들 때문이다. 영화에는 세 개의 시선이 등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