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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코스요리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2018>

By  | 2018년 5월 15일 | 
무한 코스요리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2018>
개봉 첫 날 보고왔지만 이상하리만큼 아무런 감정도, 의견도 떠오르지 않는 영화다. 예정된대로 1000만을 넘은 지금 시점에도 아직 계속 흥행중인 모양. 마블이 벌써 영화를 19개나 만들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앞선 18편의 영화를 싹 다 짜집기 하는 능력은 더욱 놀랍다. 평행세계관이긴 해도 이미 태생부터 예정되어 있던 시리즈라, 이미 높아진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생각 이상으로 연출이 무척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가짓수가 많지만 중복 없이 골고루 맛 볼 수 있도록 잘 차려진 요리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만 하다. 한 상 잘 차려먹고 나서도 어느 시장의 순대국이 생각나듯이, 그래도 나는 여전히 다크나이트나 가오갤이 최고다.

이성으로 벼려진 날카로운 칼날 <그날, 바다, 2018>

By  | 2018년 4월 18일 | 
이성으로 벼려진 날카로운 칼날 <그날, 바다, 2018>
영원 같던 그날이 벌써 4주기를 맞이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요즘 세상에,그날만큼은 유독 시간이 더디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있고, <그날, 바다>는 그 싸움의 갈무리이자 또 다른 시작을위해 던지는 질문이다. 세월호 관련 다큐는 이번이 처음이아니다. 사고 당시 우울한 감정과 한참을 싸웠어야 해서, 사실 마음 한편에서는 이와 관련된 것들은 피하고 싶다는생각도 있었다. 울대가 뜨거워질 각오를 다지고 마주한 2시간은예상했던 것과는 무척 다른 영화였다. 지금까지의 다큐들과 다른 점은 그저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조사와 연구의 결과를 담담히 풀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개봉하기까지 4년이 걸린 이유는 있었다. 확인 가능한 모든 자료들을 조합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과정

내가 나 이기 전에 <레이디 버드, 2018>

By  | 2018년 4월 10일 | 
내가 나 이기 전에 <레이디 버드, 2018>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성인이 되고 나서 다시 찾았을 때, 누구나 그 크기에 대해 생각한다. 이렇게 작은 곳 이었던가. 누구에게나 둥지 속 어린새였던 시절이 있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결같이 소리치고 발버둥치며 성장통을 견디었다. 레이디 버드를 보고 있자면, 그때는 아프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와서 그리워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대도, 나이도, 성별도, 국적도, 문화도, 나와는 모든 것이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보고있는 그들의 저마다의 어제를 코끝에 걸어 놓는 영화다. 피할 수 없었던 중2병의 나를 보는듯해서 미워할래야 미워할수가 없다. 대신 이 영화를 보고나면 피할 수 없는 또 한 가지가 있다. 그리움과 미안함. 1차적으로는 내 둥지를 지켜줬던 가족에 대한 것이고, 2차적으로는 그

친절하게 머리아픈 <버닝, 2018>

By  | 2018년 5월 27일 | 
친절하게 머리아픈 <버닝, 2018>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유아인이 정말 많이 나오는 영화다. 게다가 그의 캐릭터는 남자들이 갖고있는 특유의 찌질함의 화신이니까, 공감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운 시간이었다. 종수가 콤플렉스의 덩어리였다면 영화는 메타포의 덩어리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친절하다. 메타포는 은근히 사용하면 해석을 해야 하지만 대놓고 사용하면 조금 세련된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버닝은 후자에 가깝다. 메타포가 무슨뜻인지 모르면 종수쒸에게 물어보라. 그럼에도 영화는 마지막까지 내게 혼란을 주었다. 영화가 갖고 있는 묵직함에 비해 친절함이 이질적이라서, 오히려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혹시나 꿈이 아닐까. 상상은 아닐까. 없는 것들을 보고 있는것은 아닐까. 상대방의 모든 패를 다 보고 있음에도 어찌

책임질 권리 <더 포스트, 2017>

By  | 2018년 4월 13일 | 
책임질 권리 <더 포스트, 2017>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 감독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어본 시점으로부터 불과 9 개월만에 완성된 작품. 혹자는 트럼프의 선물이라고도 하고, 기자정신, 언론을 다루고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비교가되기도 하지만, 정작 감독 본인은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고 공언했다. 아무리 스필버그라지만 지금까지의 그의 작품들과는 결이 달라서, 관람 전에는 마치 금메달리스트가 뒤늦게 종목을 바꾼듯한 의아함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왜 거장인지를 굳이 또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요즈음의 젊은 감각의 영화들과는 다르게, 기교없이 오롯이 정공법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올드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소화 잘 되는 음식을 풍성하게 한 상 차려먹은 듯한 만족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