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의화요일밤

1번과 456번, 이야기의 시작과 끝

By  | 2021년 10월 8일 | 
한줄요약: 오징어 게임은 일등이 꼴등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배우는 드라마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오징어 게임은 장르의 공식을 영리하게 비틀어 만든 기이한 공간 속에서 어른들이 목숨 걸고 애들놀이를 하는 사이에 일등과 꼴등이 인간적으로 교류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입니다. 또한 1번이 시작한 놀이를 456번이 끝내는 이야기이며, 돈 벌러 갔다가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우치는 이야기입니다. 오일남은 1퍼센트의 재력가입니다. 더는 나아갈 곳이 없어 사는 게 지겨운 나머지 과거로 돌아갑니다.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이 있던 그시절의 기분을 되살리고자 옛날같은 무대에 옛날에 하던 놀이를 준비해 같이 놀 사람을 불러모았습니다. 그리고 직접 게임에 참여합니다. 데스게임의 주최자는 참가자

카우보이 비밥 실사판

By  | 2021년 11월 19일 | 
원작을 소장 중이지만 엄청 팬까지는 아니고 존 조를 좋아하는 복잡한 입장에서 2화까지 봤다. 공개 전에 각 커뮤에서 난리가 났던 것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CG 충분히 멋있고 이래저래 원작의 분위기를 옮겨오려고 연출적으로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띈다. 90년대 셀화 속 세상을 실사화면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 무대와 소품디자인도 훌륭하다. 격납고 문이 열리고 환상적인 미래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비밥호가 날아오르는 장면은 정말 근사했다. 차이점은 캐릭터들의 포메이션 조정과 그에 따른 성격의 변화다. 스파이크가 전방에서 사고 치고 제트가 후방지원하는 느낌이 강했던 원작에 비해 실사판은 두 사람이 투톱으로 나서 같이 사고 치고 서로 티격태격한다. 능글 맞으면서 냉소적이던 스파이크가 많이 유해지고 이성적으로 변했

드디어 본 샹치

By  | 2021년 11월 23일 | 
부모님들 쌈박질 겸 연애질 장면은 역시 이명세의 형사가 생각났다. 대놓고 오마주샤링의 주무기와 코...?이제 보니 머릿결과 빨간 체육복까지 재현 이 두 사람은 자꾸 얘들이 겹쳐보여서 두 배로 웃겼다. 초반에 하도 웃겨서 반쯤 코메디로 인식하고 있다가 버스에서 붕권 날리는 거 보고 소리지를 뻔 했다. 흑인들이 블랙팬서를 어떤 기분으로 봤을지 알겠던 순간 ㄷㄷ 샹치 아빠가 샹치한테 이문정주 꽂아넣는 건 두 번 돌려봤다. 아따 시원하네. CG 전반적으로 멋있었고 아콰피나랑 시무 케미가 훌륭했다. 메로나 바지는 대체 누가 입힌 것인가. 둘이 주차요원으로 나오는 시트콤 따로 만들어주면 안 될까. 영화의 컨셉과 이야기의 구성이 블랙팬서랑 되게 비슷한데 전개가 좀 허술한 면이 있고 아빠의 내면묘사가 약간 부족하지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부부가 나눠야 하는 두 가지, 몸과 마음

By  | 2022년 9월 30일 | 
<스포주의> 젊은 부부가 네 살짜리 딸을 잃는다. 남편은 슬픔을 견뎌내기 위해 모든 감정을 벗어 던진다. 밝고 화려한 방송일을 접고 내면의 고뇌가 지배하는 연극무대로 돌아간다. 큰일을 당하면 사람은 어디론가 도망치기 마련이다. 남편에겐 무대가 그곳이다. 대본 속에 자신을 매몰시킴으로써 세상이 자신에게 준 시련을 잊고, 앞으로 또 올지 모를 고난 역시 외면하려는 속셈이다. 그가 표정 없이 던지는 모든 말에는 감정이 결여돼있다. 지인과의 가벼운 대화도 딱딱한 문어체로 말하고 기본형 어미로만 문장을 끝내는 그의 언어습관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성격장애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내의 이름은 오토다. 소리 음 자를 쓴다. 일본어에서 사람의 목소리는 소리 성 자를 써서 코에라고 읽는데 그냥

나무위키 팩트체크: 터미네이터 2

By  | 2021년 8월 27일 | 
제임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2 제작에 앞서 표절의혹을 피하기 위해 기생수의 판권을 샀다는 내용. 나무위키에만 실려있고 미국과 일본의 위키피디아는 물론 어디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다. T-1000이 신체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모습이 기생수를 많이 닮았기 때문에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짓이다. 1. 기생수의 판권이 헐리우드에 팔린 건 2005년이다. 카메론이 터미네이터2의 촬영을 시작한 1990년에 이걸 손에 넣으려면 스카이넷이 계약서 원본을 빼돌려 시공초월택배를 쏴줘야한다. 참고로 2005년에 판권을 구입한 뉴라인시네마는 터미네이터2의 제작과 배급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 다만 뉴라인의 판권이 소멸한 이후에 일본에서 영화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