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

친절하게 머리아픈 <버닝, 2018>

By in:D | 2018년 5월 27일 | 
친절하게 머리아픈 <버닝, 2018>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유아인이 정말 많이 나오는 영화다. 게다가 그의 캐릭터는 남자들이 갖고있는 특유의 찌질함의 화신이니까, 공감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운 시간이었다. 종수가 콤플렉스의 덩어리였다면 영화는 메타포의 덩어리다. 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친절하다. 메타포는 은근히 사용하면 해석을 해야 하지만 대놓고 사용하면 조금 세련된 비유에 지나지 않는다. 버닝은 후자에 가깝다. 메타포가 무슨뜻인지 모르면 종수쒸에게 물어보라. 그럼에도 영화는 마지막까지 내게 혼란을 주었다. 영화가 갖고 있는 묵직함에 비해 친절함이 이질적이라서, 오히려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혹시나 꿈이 아닐까. 상상은 아닐까. 없는 것들을 보고 있는것은 아닐까. 상대방의 모든 패를 다 보고 있음에도 어찌

청년세대를 향한 우울한 메타포 '버닝'

By 새날이 올거야 | 2018년 5월 21일 | 
작가를 꿈꾸며 알바를 전전하던 청년 이종수(유아인), 어느 날 알바 도중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던 신해미(전종서)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그녀는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부재 중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밥을 부탁하였고, 종수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꾸준히 그녀의 집에 드나들던 종수, 얼마 지나지 않아 해미로부터 귀국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 받는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달음에 마중 나간 공항에는 그녀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프리카 공항 체류 중 연이 닿았다는 벤(스티브 연)이라 불리는 사내와 함께였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류로 짐작되는 벤이 종수에게 탐탁지 않게 다가왔던 건 다른 무엇보다 해미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박종철부터 이한열까지, '1987'

By 플로렌스의 네티하비 블로그 | 2018년 3월 18일 | 
박종철부터 이한열까지, '1987'
1987 (장준환 감독, 2017 .12.27 개봉) 수십년을 신촌에서 살았다. 1980년대,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신촌로터리는 지하철 2호선, 다주쇼핑센터, 신촌시장, 기차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굴다리시장, 동원연탄공장 등의 풍경과 화염병, 최루탄, 데모, 전경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나면 창문을 닫고 이불 속에 숨었다. 눈과 코를 찌르는 최루탄은 신촌 인근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일상이었다. 공기를 타고 집 안에 흘러들어온 최루연기에도 얼굴이 따가웠고, 눈이라도 비비면 지옥을 맛볼 수 있었다. 박정희의 유신정권 시절 문재인과 함께 경희대에서 군사독재 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치던 아버지 덕분에, 대학생들이 왜 저렇게 싸우는지 어린 나이에도 알 수는 있었다. 하지만 허구한날 터지

옥희의 영화, 2010...그리고, 우리 선희, 2013

By Homo Narrans | 2018년 2월 28일 | 
옥희의 영화, 2010...그리고, 우리 선희, 2013
대학 선생과 제자, 선배와 후배가 얽히고 섥힌 다소 불편한 관계 설정은 이 두 영화에서 반복된다. 몇 년의 시간차를 두고 본 영화이고, 비슷한 인물들과 이리저리 섞어 놓은 이야기 전개 때문에 이게 그거 같고, 저게 이거 같아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본 것 같기도 한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이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어쩌면 술집에서 내 옆테이블 사람들이 주고받는 그렇고 그런 얘기. 지질하고, 소심하고, 허세도 있고, 남 욕하고, 적당히 속이고, 적당히 감추고 뭐 그런. '옥희의 영화'는 다소 불편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우리 선희'는 약간의 긴장감과 의외로 우스운 구석이 있는 영화라 보기엔 더 재미있다. 감독의 복잡한 영화적 의도를 '숨은그림찾기'처럼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