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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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1997)

비트 (1997)

멧가비|2017년 3월 25일

그 시절, 스포츠 머리 학생들의 가슴에 울끈불끈 반항심을 끓어오르게 만든 전범. 이 영화 때문에 소년들은 주먹에 라이터를 쥐고, 필터 뜯은 말보로 레드를 피우고, 데니스 로드맨 티셔츠를 구하러 동대문을 뒤졌다. 좀 더 막 나가는 녀석들은 완벽한 비트 키드가 되기 위해 바이크를 타기도 했다. 덕분에 어부지리로 몇 번 얻어탔던 기억도 난다.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이 늘 아름답지 못했던 대한민국에서 드물게 시대의 아이콘이 된 청춘영화라는 의의가 있다. 덕분에 왕가위 영화는 도저히 못 보겠는 꼬마들에게는 적절한 대체재로서 기능하기도 했다. 물론 왕가위의 우라까이라는 걸 알고 본 놈이 몇이나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허무주의 꽃미남 민, 거친 욕망의 태수, 허풍쟁이 환규. 개성 뚜렷한 세 주인공의 호흡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5)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2015)

멧가비|2017년 3월 23일

수 많은 명장면과 재미있는 대사들로 젊은 관객들의 농담 거리를 수 없이 뽑아낸, 젊은 느와르 중 하나. 부분은 좋은데 전체 구성은 아쉽다. 당시 노태우가 선포했던 "범죄와의 전쟁"은 영화의 갈등이 되는 주 배경으로서 작용하는 대신 갈등 요소를 한 번에 밀어버리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만 기능한다. 쉽게 말해, 밥상 엎어버린 거다. 일본 영화로 치면 야쿠자들의 항쟁으로 시작해 대지진으로 마무리 되는 식이다. 물론 이 영화를 깡패 느와르로 감상하는 대신, 깡패들의 세계는 그저 배경일 뿐, 시대의 혼란을 빡세게 뽑아먹은 한 기회주의자의 이야기라고 보면 애초에 실제 역사의 한 부분인 "범죄와의 전쟁" 역시 기회주의자로서의 성장담에 필요한 역경의 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

달콤한 인생 (2005)

달콤한 인생 (2005)

멧가비|2017년 3월 23일

선문답 같은 대사들이 오가고 몸에 맞춘 수트를 입은 미남들이 암흑가에서 거드름을 피운다. 스타일을 내세운 느와르, 물론 현실의 깡패 이야기가 아니다. 깡패라는 것을 무법자 이상의 어떤 폼나는 존재로 여기며, 귀찮은 과정 뛰어넘어 멋있어지고 싶고 성가신 것은 때려서 굴복시키고 싶어하는 멍청이들의 판타지. 멍청한 마초들이 몽정하는 꿈의 세계관을 돈 들이고 공들여 영화로 만들면 이 영화처럼 된다. 담배 초콜릿 같은 영화. 순정에 죽고 가오에 사는 폼 나는 마초들의 꿈동산. 결국 영화 속 폼잽이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나르시시즘, 즉 자뻑으로 수렴된다. 미녀에게 첫 눈에 반해 판단 착오를 하는 순정 마초인 내가 너무 멋지고, 모욕감을 준 부하에게 냉혹한 린치를 가하는 내가 존나 멋진 것 같고, 개처럼 구른

베테랑 (2015)

베테랑 (2015)

멧가비|2017년 3월 23일

류승완 감독의 "일종의" 사회고발물로서는 [부당거래]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의 톤은 [짝패]의 연장선상에 있다. 무거운 톤은 덜어내고 감독의 영화광적 취향으로 조합된 일종의 콜라주 영화. [짝패]가 쇼브라더스 권격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다면 이쪽은 80년대 캅 액션에 대한 찬미로 가득하다. [부당거래]처럼 날카롭고 섬뜩하진 않지만 조금 더 장르적이고 그래서 접근성도 더 좋다. 황정민의 서도철 캐릭터에게서 어딘가 모르게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나 [리셀 웨폰] 멜 깁슨의 냄새가 어렴풋이 난다. 하지만 서도철의 배후에 선명한 빙의령처럼 겹쳐 보이는 것은 역시나 [폴리스 스토리]의 성룡이다. 소도구를 제 몸 다루듯이 다루는 액션이나 능글능글 하지만 우직한 태도, 열심히 얻어터지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