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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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피스 ラブ&ピース (2015)
억눌린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주인공 스즈키 료이치. 그리고 료이치의 욕망을 먹고 자라 거대 괴수가 되는 새끼 거북 피카돈. 두 주인공이 상징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욕망"이지만 그 성질은 서로 다르다. 료이치는 지극히 원초적인, 그러나 세속적인 자기 스스로의 욕망을 욕망한다. 반대로 피카돈은 오로지 주인인 "료이치의 욕망을 이뤄주는 것"을 스스로의 욕망으로 삼는 존재다. 료이치의 욕망은 순수하게 자신의 것이지만 그것을 이뤘을 때 타락한 채 폭주했으며, 피카돈 역시 순수했으나 "타자(他者)의 욕망에 대한 욕망"이었기에 공허하다. 욕망이 쌓여 만든 결과에만 매몰되어 방향을 잃은 료이치 앞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피카돈은, 순수하던 시절의 원초적인 꿈을 일깨워주고 산화한다. 공허함을 깨달은 료이치는 모

퍼시픽 림 Pacific Rim (2013)
기예르모 델 토로는 원래 일본 서브컬처의 오랜 팬으로 잘 알려져있다. 따라서 본작 역시 델 토로의 개인 취향으로 가득할 것은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본 영화는, 델 토로가 레퍼런스로 삼았을 장르에 대해 그저 경의를 표하는 것을 넘어 그것들을 뛰어 넘으려는 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물론 그 야심의 결과물이, 델 토로와 같은 장르에 열광했던 동족(同族)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다른 문제다. 거대 괴수와 슈퍼 메카, 애초에 다른 결을 갖는 두 서브컬처 소재를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해당 장르의 특성을 살리면서 섞는 것은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먹만한 기계 장치와 늙은 뱀파이어로 영화를 찍던 감독이 건물보다 큰 로봇과 괴수의 싸움을 그리는 시도를 했다. 그 야심만큼 덩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 (1993)
잠자는 사자의 콧털도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닌데, 영원한 잠에 빠졌던 종을 되살림에 있어서 자본가의 이상은 충분한 고찰을 거치지 않았다. 금지된 영역을 건드린 자본가와 과학자들 앞에서 공룡들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되어 자신을 창조한 자들을 저주한다. 사육할 수 있는 짐승에 불과할 거라 믿었던 공룡은 인간이 통제에 사용한 기술의 헛점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전기가 끊긴 철조망을 찢고 개구리의 DNA를 이용해 교미의 통제 마저 깨부순 공룡들은 어쩌면 오만하게도 신의 영역에 침범한 인간들을 향한 대리 심판자였을 것이다. 또한 영화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탐구심과 자본의 논리, 그 경계에서 중심을 잃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물 중 하나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예상치 못한 악천후가 모든 일을

울트라맨 ウルトラマン (1966 ~ 1967)
엄밀히는 '울트라 Q (1966)'의 후속작이지만 사실상 울트라 시리즈의 기념비적 첫 작품. 초자연적 사건에 대응하는 '과학 특수대'의 대원인 하야타 신의 목숨을 실수로 빼앗은 울트라맨이 하야타의 신체에 깃들어 일심동체가 되어 과특대 대원으로서, 울트라맨으로서 외계인과 괴수로부터의 위협에 맞선다는 이야기. 지구인의 목숨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동화된다는 설정은 훗날 토리야마 아키라의 '저금전사 캐쉬맨'에서 대놓고 패러디되기도 한다. 토리야마 자체가 쇼와 특촬물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울트라 Q'의 계보부터 훑자면 '트와일라잇 존'을 위시한 미국식 판타지 드라마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거인과 거대 괴수의 레슬링으로 매회 구성된다는 형식적인 면에서는 '프랑켄슈타인 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