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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4년만에 부분개장을 한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2년 11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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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NASM)은 1946년에 국립항공박물관(National Air Museum)으로 처음 설립되었지만 별도의 건물이 없다가, 내셔널몰 동남쪽에 지금의 스미소니언 뮤지엄이 오픈한 것은 1976년이다. 워싱턴DC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은 코로나 전까지 방문객 순위가 전세계 박물관들 중에서 5위안에 들었으며, 미국내에서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선두를 다투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2011년의 미동부 여행에서 방문한 적이 있고 (당시 여행기를 보시려면 클릭), 그 후 2018년 10월에 시작되어 7년 계획으로 무려 10억불 이상을 들여서 모든 전시실과 건물의 내외부를 싹 다 새로 바꾸는 리노베이션이 현재 진행중이다.

내셔널몰 잔디밭에서 보면 아직도 이렇게 공사 가림막 너머로 타워크레인들이 세워져 있지만, 사진 오른편에 깨끗하게 보이는 건물 서쪽의 8개 전시실은 정확히 4년만인 올해 10월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먼저 부분개장을 했다고 해서, 임시 출입구가 만들어진 Independence Ave의 남문으로 찾아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는데, 처음에 이 사람들은 예매 없이 그냥 기다리는걸로 생각하고, 우리는 2시 입장을 예매했으니까 가운데 보이는 아내에게 씩씩하게 앞쪽으로 걸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모두 우리처럼 2시 입장 예약자들인 것을 알고는 다시 줄의 끝을 찾아서 되돌아 나와야 했다!

정확히 오후 2시가 되니까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파란 옷을 입은 직원이 예매표의 바코드를 확인하고 들여보내 주었다. 이처럼 오래간만에 부분개장을 하면서 현재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므로, DC여행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홈페이지에서 미리 무료 티켓을 구입하시기 바란다.

임시 남쪽 로비(South Lobby)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타트렉(Star Trek) TV시리즈 제작에 사용되었다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starship Enterprise)의 모형이다. 여기서 "This Way"라 써진 왼편으로 가야 현재 구경할 수 있는 전시실들이 나오는데 아래에 안내도를 먼저 보여드린다.

건물 1층과 2층의 지도로 전체 전시면적의 약 1/3 정도만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부분개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월 1일에 방문했었던 버지니아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별관인 우드바-하지 센터(Steven F. Udvar-Hazy Center) 방문기에 썼던 것처럼, 이런 관심분야는 자세히 설명하자면 끝이 없으므로... 오픈한 8개 전시실의 대표사진 2장 정도씩만 간단히 차례로 소개를 한다.

107호 <Wright Brothers>에는 라이트 형제가 직접 제작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1903년에 하늘을 날았던 바로 그 '진짜 라이트 플라이어(Real Wright Flyer)' 실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너무 깨끗한게 120년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날개를 덮고있는 천들은 1985년에 모두 새로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씌여있다.

저렇게 엎드려서 온몸으로 조종했던 이 비행기가 실제 날아 올랐던 장소를, 우리 부부가 9월초에 방문했던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비행기 개발과정과 원리에 대한 설명은 여기 국립박물관의 전시가 그 기념공원의 비지터센터보다 훨씬 상세했던 것 같다.

곡예비행기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106호 <We All Fly>의 입구로 '모두 날으는 이것저것'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ㅎㅎ

복도 서쪽 끝의 104호 칸에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 드론들에 관한 전시가 새로 만들어졌다.

103호 <Early Flight>에서는 다시 비행기의 역사로 돌아가는데, 열기구 모형부터 이런 글라이더 등도 있지만,

역시 라이트 형제가 미군을 위해서 1909년에 만들어서 시연을 했던 기체의 실물인 이 '밀리터리 플라이어(Military Flyer)'를 여기서 볼 수 있다. 꼬리날개에 그려진 것은 당시 비행기를 발주했던 통신부대(Signal Corps)의 로고인데, 낡아보이는 날개의 천과 재료가 처음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라고 한다.

2층과 틔여있는 102호 홀에는 <America by Air>라는 제목으로 여객운송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비행기와 벽에서 튀어나온 점보기의 앞부분 등은 리모델링 전과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기야 저 힘들게 매달아 놓은 큰 비행기들까지 옮기거나 바꿀 필요는 없을 테니까..."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무심히 올려다 봤던 이 순간이, 이 날 위기주부가 재개장한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서 가장 놀라운 전시를 처음 마주한 때이다!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엑스윙(X-wing) 우주전투기가 실물 크기로 2층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오렌지색의 도장으로 봐서 최근 영화 시리즈에서 저항군 리더로 나온 포 대머런(Poe Dameron)의 T-70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엑스윙 전투기는 좌우 날개를 모두 상하로 벌려서 X자 모양인 상태로 전시를 해야 멋있는데...^^

207호 <One World Connected>의 중앙에는 지구가 돌고 있고, 그 주위로 여러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이 배치되어서, 지구궤도의 우주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를 가운데 터치스크린 화면으로 직접 알아볼 수 있게 해놓았다.

국제 우주정거장 쿠폴라 관측모듈(ISS Cupola Observatory Module)의 육각형 창문을 통해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위기주부... 우주정거장 방문한 셈 치기로 했다. ㅎㅎ

50년도 훨씬 지난 아폴로 계획의 역사를 한자리에 보여주는 206호 <Destination Moon> 전시실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국을 남길 때 입었던 우주복과 지구귀환에 탑승했던 사령선의 실물이 특수보관함에 들어가 있다.

이 전시실은 복층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윗층으로 올라갔는데, 최초로 인간을 달까지 보내는데 사용되었던 새턴V 로켓의 엔진이 거울을 이용해서 5개처럼 보이도록 수직으로 전시되어 있다. (2011년에는 수평 전시였음) 우리 가족은 2013년의 플로리다 여행에서 케네디 우주센터에 전시된 거대한 새턴V 로켓의 실물을 봤었는데, 여기를 클릭하시면 그 감동의 여행기를 보실 수 있다.

박물관 리모델링 전에는 메인홀 한가운데 저 아폴로 11호의 사령선인 컬럼비아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이리로 옮겨졌으니까, 몇 년 후에 리모델링이 전부 끝났을 때 메인홀 중앙에 자리할 전시물이 무엇이 될 지 궁금하다.

206호 <Exploring the Planets>로 들어가면 태양계의 행성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사진 가운데 토성 아래로 우리 지구의 조그만 모습이 보인다. 가장 오른쪽에 회색으로 동그란 것은 행성이 아니고 태양계를 가로질러 비행했던 보이저 탐사선의 모형이다.

역시 화성(Mars)에 관한 전시가 많은데, 차례로 화성표면에 착륙해서 탐사임무를 수행했던 차량들인 소저너(Sojourner), 오퍼튜니티(Opportunity), 그리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모두 한 곳에 비교 전시되어 있다. (여기를 클릭하면 이 Mars Rover들을 개발한 LA의 제트추진연구소 오픈하우스 방문기를 보실 수 있음)

전시실 가운데 두 개의 원형스크린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바닥에 앉아있는 이 분들과 개 한 마리는 지금 섭씨 영하 60도의 화성에서 큐리오시티와 함께 붉은 황무지를 돌아다니시는 중이다.^^

항공우주박물관 포스팅에 갑자기 자동차가 나와서 당황하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203호 <Nation of Speed>에는 비행기나 로켓만이 아니라 육지에서 각종 속도기록을 깼던 차량들도 전시가 되어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러 공상과학 영화에 나왔던 우주선들의 속도도 알려주고 있는데, 오른편 아래에 보이는 밀레니엄팔콘(Millennium Falcon)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우리집에도 한 대 만들어 놓은 것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대강 다 둘러본 것 같으니까, 커플셀카 한 장 찍어서 보스턴에 있는 딸에게 보내주고는 1층의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다.

실제 우주인에게 간식으로 공급되는 것과 똑같은 제품이라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가게 곳곳에서 굉장히 많이 전시해서 팔고 있었는데, 한 번 사먹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혹시 이걸 사서 드셔보신 분이 계실까? 어떤 맛인지 알려주시는 분이 없으면, 다음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사먹어 봐야겠다!

1층의 기념품 가게는 지하로 바로 연결되어 계속 이어지는데, 내려가니까 이렇게 레고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을 만들어 놓았다. 헬멧에 비친 다른 우주인과 착륙선까지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고, 그 옆으로는 우주와 관련된 각종 레고 제품들을 여기서 바로 살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나는 2028년쯤에나 하나 더 살 수 있겠군~" 그 이유는 직전의 링크를 클릭하셨다면 아실 것이다.

지하 마스카페(Mars Cafe)에서 커피를 마신 후에 전시실 비디오를 찍어 올려볼까 하다가 관람객이 너무 많아 그냥 관두고 1층 출구로 향했다. 아직 리모델링이 진행중인 동쪽 내부는 이렇게 옛날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선과 월면차, 그리고 성조기를 들고있는 우주인의 그림으로 가려져 있는데, 2025년 여름에야 공사를 완전히 끝내고 모든 전시실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전날 밤에 인류가 50여년만에 다시 달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ject)의 첫번째 SLS 로켓이 오리온 우주선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가 되었는데, 내년에 유인 달궤도 비행의 2차 발사를 거쳐서,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 두 명이 다시 달에 발을 딛는 3차 발사도 같은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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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몰에서 가장 한적한 건물이었던 국립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2년 10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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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스미소니언 재단의 비지터센터격인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을 다녀와 소개하면서, 현재 국립동물원과 캐슬을 포함해서 모두 20개의 박물관을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드렸었다. 그 스미소니언 재단의 20개 박물관들 중에서 무려 11개가 워싱턴DC의 중심인 내셔널몰(National Mall) 안에, 그것도 워싱턴기념탑과 국회의사당 사이의 기다란 잔디밭의 위아래로 모여있는데, 그 11개의 박물관들 중에서는 마지막까지 남겨두었던 곳을 9월초 일요일에 아내와 둘이서 다녀왔다.

잔디밭 남쪽에서 몇 년째 진행중인 리모델링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항공우주박물관을 지나서 동쪽으로 도로를 건너면, 황금색의 돌로 만든 물결치는 외벽에서 실제로 폭포수도 흘러내리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건물을 만나게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 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은 이 자리에 2004년에 문을 열었는데, 공식적인 박물관의 이름에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 또는 '토착민(Indigenous People)'이라는 PC적인 표현을 쓰지않고 그냥 '인디안(India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조금 신기했다.

입구쪽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건물 옆 숲속에서 나타난 커다란 <Buffalo Dancer II> 조각작품으로, 머리에 쓰고있는 것은 뿔이 달린 버팔로의 가죽으로 생각된다.

특이한 건물의 외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캐나다 건축가인 Douglas Cardinal의 설계인데, 직선이 거의 없는 건물의 내외부와 입구를 동쪽방향으로 만든 것 등의 여러가지 세부적인 디자인에는 인디언 핏줄의 다른 미국 건축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한다.

내부로 들어가면 더 놀라운데... 입구쪽 건물 실내면적의 거의 절반 정도가 원형의 꼭대기 지붕까지 그냥 뻥 뚤려있는 빈 공간이다! 세로 광각으로 찍어서 사진이 이렇게 나왔지만, 저 하얀 동심원이 머리 위를 덮고 있는 천장인 것이다.

1층에는 안내소 외에 대극장인 Rasmuson Theater와 식당만 자리잡고 있는데, 극장을 둘러싸고 미국내 여러 인디언 부족의 깃발이 걸려있다. 여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제일 위 전시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남쪽 전시실에는 'Our Universes'라는 제목으로 몇몇 인디언 부족이 생각하는 그들의 세계관(우주관?)을 칸별로 전시해 놓았다. 여기 4층의 Lelawi Theater라는 소극장에서 <Who We Are>라는 안내영화를 보는 것으로 관람을 시작하라고 하던데, 우리는 당시에는 몰라서 보지를 못했다.

남북의 두 전시실 사이에 있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인 <Allies in War, Partners in Peace>라는 제목의 동상이다. 특별히 어떤 부족이나 인물을 묘사한 것은 아닌 듯 한데, 군복을 입은 백인(?)이 뒤쪽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좀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그 옆의 북쪽 전시실에서는 'Nation to Nation'이란 제목으로 백인과 인디언 사이를 '국가 대 국가'로 묘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보기 어려웠던 아픈 역사에 관한 내용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구경하는 사람 참 없네~"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내려온 다음에 입구쪽 텅텅 비어있는 공간을 세로 광각으로 찍어봤다. 곡면으로 된 하얀 내벽과 천장을 보니까, 아직 실제로 직접 가보지는 못 했고 사진으로만 봤지만,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떠올랐다.

3층 남쪽 전시실의 제목은 'Americans'인데, 주로 과거에 미국인이 생각하는 인디언의 이미지와 관련된 사진과 그림, 영상 및 물건들을 중앙에 현대적으로 잘 전시해 놓았다. 오른편에 미군의 대표적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Tomahawk)가 보이는데, 동부 인디언들이 도끼를 부르는 '타마학(tamahaac)'이란 말에서 나왔다.

거기 왼편 전시실에 있던 인디언의 실제 독수리 깃털 머리장식(headdress)으로 정말로 길다~

그리고 작년 1차 대륙횡단의 아칸소주 여행기에서 간단히 설명한 적이 있는, 1830년대 동부 인디언들의 '눈물의 여정(Trail of Tears)'에 대한 전시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반대쪽 오른편에는 포카혼타스(Pocahontas)의 여러 모습과 그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자세히 전시해 놓았는데, 2018년에 트럼프가 대통령일 때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로 부르며 놀렸다는 내용도 마지막에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북쪽 전시실은 <Raven and the Box of Daylight>라는 제목의 멀티미디어 전시가 열리고 있어서, 입구에서부터 전체의 영상과 소리 그리고 마지막에 전시실 밖으로 나와서 위아래로 찍은 박물관 중앙홀의 모습을 비디오로 보실 수 있다. 대륙 북서부 태평양 해안가에 살던 틀링짓(Tlingit) 부족에서 전해오는, 까마귀가 세상을 창조했다는 전설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벽에 매단 굵은 실들을 스크린으로 사용해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좋았던 것 외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2층으로 내려오면 미군에 복무한 인디언들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옛날 모뉴먼트밸리(Monument Valley) 여행에서 만났던 나바호 부족이 2차대전에서 그들의 고유언어를 이용해서 만든 암호로 통신병으로 활약했던 이야기도 소개가 되어있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층의 나머지 공간은 거대한 기념품 가게로 인디언과 관련된 다양한 '고퀄'의 상품들을 워싱턴DC에서 살 수 있는 장소였다. 여기 물건들을 구경하면서 세도나(Sedona) 등 떠나온 붉은 미서부가 많이 생각이 났다는...^^

이제 점심을 먹으로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가는데, 아내의 머리 주위로 무지개빛 아우라(Aura)가...! ㅎㅎ

하지만 지나간 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살펴보니, 건물의 남쪽 벽에 군데군데 구멍을 뚫어서 거대한 프리즘을 설치해놓아서 햇빛이 들어오며 산란된 것이었다. 하늘의 무지개 말고 이런 프리즘에 의한 또렷한 '빨주노초파남보'는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것 같았다.

Mitsitam Native Foods Cafe 식당으로 들어가는 길 옆에는 인디언들이 사용했던 그릇 등의 주방도구와 함께, 인디언 고유의 식품이 현재 전세계에 어떻게 퍼져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의 전시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

농심 '인디안밥' 과자가 한 봉지 놓여있다! 여기 인디언박물관이 개장했을 때부터 전시가 된 것이 한국에서도 화재가 되기도 했다는데, 농심측에서는 전시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인디안밥을 우유에 말아서 점심으로 먹은 것은 아니고...^^ 나바호식 타코와 닭요리를 주문했다. 이 카페의 주방장이 나바호족 출신 요리사인데다, 1층에 있는 넓고 은은한 실내에서 창밖으로는 폭포수가 흘러가는 풍경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이 박물관은 전시보다는 여기 식당으로 더 유명하다는 리뷰를 종종 볼 수 있다.

멋진 카페에서 식사를 잘 마치고 포토맥 아트리움(Potomac Atrium)이란 중앙홀 한가운데에 선 아내이다. 동그란 바닥이 정확히 4등분이 되어있고 주변에 인디언 부족의 깃발들도 보이니까, 우리 둘 다 동시에 역시 또 미서부의 '포코너(Four Corners)' 추억이 떠올랐다. (해당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바닥에는 아까와는 다른 프리즘이 또 길죽한 무지개빛을 비추고 있었고, 중앙홀을 떠받히는 기둥에는 2009년 30일간의 자동차여행에서 방문했던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파크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토템폴(Totem Pole)이 세워져 있는데, 알래스카 심션(Tsimshian) 부족의 <Eagle and the Young Chief>라는 작품이란다.

마지막으로 건물 밖에 있는 National Native American Veterans Memorial을 잠깐 둘러보았다. 샤이엔(Cheyenne)과 아라파호(Arapaho) 부족 출신의 예술가 작품인 동그란 <Warriors’ Circle of Honor> 주위로 4개의 창이 세워져 있는데, 가족이나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천에 글씨를 적어서 묶어놓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한국의 성황당 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국립 인디언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구경을 마치고는 잔디밭 북쪽에 마주보고 있는 국립 현대미술관으로 가서 The Woman in White 특별전시회 등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P.S. 미국사박물관과는 별도로 만들어진 국립 흑인박물관과 인디언박물관을 블로그에 차례로 소개를 해드렸는데,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국립 라틴계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Latino)과 여성박물관(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의 두 뮤지엄을 추가로 만드는 법안이 2020년말에 통과되어서, 현재 건설부지를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 그렇다면 인종별로 인디언, 흑인에 이어 라티노 국립박물관이 곧 생기는 셈인데, 미국내 아시안들의 역사를 정리하는 박물관은 언제 만들어지는 걸까?

올해 2022년 6월 13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상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Commission To Study the Potential Creation of a National Museum of Asian Pacific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Act"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바이든 바로 뒤쪽에 공화당 Young Kim 하원의원과 제일 왼쪽에 민주당 Andy Kim 하원의원이 보인다. 이 법안은 '국립 아시아/태평양계 역사문화관'의 설립을 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18개월의 활동 후에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다시 발의된 법률이 의회를 통과해야 박물관이 서류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후에도 부지선정과 설계공모 및 건설에 최소 10년은 소요가 되므로, 빨라야 2035년쯤에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몰에 한국계 이민자들의 역사를 포함하는 아시안박물관을 방문하실 수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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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신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2016년에 개장한 워싱턴DC 내셔널몰의 국립 흑인역사문화관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2년 10월 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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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관점에서는 흑인(Black)이 아니라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으로 번역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한글 8글자가 너무 길어서 효율적 글작성을 위해 2글자로 줄여 사용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스미소니언 재단이 운영하는 국립 흑인역사문화 박물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식이 열렸다. 참고로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고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그냥 뚝딱 만든 것이 아니라,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었지만 설립을 위한 법률이 2003년에야 통과되었으며, 오바마 당선 전인 2006년에 현재의 부지가 선정되고 2012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4년만에 완공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의 신축 건물답게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부근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이한 외관이라서 차로 지나가면서도 눈에 잘 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계속 봐왔던 분들이라면, 앞서 두 번이나 방문하려다가 줄이 길어서 못 들어가고 외관만 보여드렸던 것이 기억나실텐데, 아이들 여름방학도 모두 끝난 평일 오후라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길래 씩씩하게 찾아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없으니 바로 들여보내 주겠지~" 하지만, 아직도 이 박물관은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산이었다! 저 멀리 직원에게 예약은 안 했다고 하니까, 옆의 다른 테이블에 가서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하라고 했다. 그 곳에서 그 날의 예약일정 프린트를 들고있는 다른 직원이, 우리 일행이 7명이라고 하니까 약간 놀라며 망설이다가... 어떤 예약(?)에 두 줄을 그어 지우고는 우리보고 입장해도 좋다고 알려주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들어온 흑인박물관의 1층은 내셔널몰의 다른 인기있는 자연사박물관 등에 비하면 아주 널널하고 한적했다.^^

헤리티지홀(Heritage Hall)로 불리는 1층은 안내 데스크와 기념품 가게를 제외하고는 다른 시설은 없는 넓은 공간이었다.

박물관 건물의 단면도로 간단히 설명하면 아래쪽 지하는 역사(History), 위쪽 지상은 문화(Culture) 전시실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데다가, 다른 내셔널몰의 옛날 박물관들은 보통 지하층에는 인기없는 전시나 카페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우리 스타일대로 제일 꼭대기부터 먼저 올라가서 구경하며 내려오기로 했었다.

창가를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유리벽을 가린 '망(scrim)'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것이 한국의 창호지에 격자무늬를 붙인 느낌이었다. 저 문양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해 남부 흑인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원래는 저 창살을 순수한 청동(bronze)으로 만들 계획이었단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서 코팅방식 등을 검토한 끝에, 결국은 특별한 염료를 섞어서 구릿빛을 내는 PVDF(polyvinyl difluoride)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의외였다.

4층 컬쳐갤러리(Culture Galleries)는 흑인들의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먼저 'Visual Art'는 미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2년전에 압수수색을 하는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 26세의 흑인 여성인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의 초상화가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있던게 기억난다.

음악쪽의 'Musical Crossroads' 전시실의 입구에는, 척 베리(Chuck Berry)가 1986년 세인트루이스 공연에서 무대로 몰고왔다는 그의 1973년형 빨간 캐딜락이 놓여져 있었다.

영화와 TV 및 연극 등의 공연예술에서 활약한 흑인들은 'Taking the State' 코너에 소개가 되어있는데, 아무래도 최근의 유명인들보다는 옛날에 인종차별이 심할 때 힘들게 활약했던 흑백화면의 연기자들 위주로 전시가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에는 원형 스크린에 흑인문화의 다양한 면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Cultural Expressions'라는 곳이 있어서 한바퀴 돌려서 찍은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특히 오바마가 2016년 자신의 마지막 백악관기자단 만찬행사장에서 연설을 마칠 때 "Obama out"이라고 말하며 마이크를 떨어뜨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러한 '마이크드랍(MIC Drop)'은 흑인들이 랩배틀에서 '상대방이 반격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라인을 날려서 승리하였음을 확인'하는 행위라고 한다.

3층 커뮤니티갤러리(Community Galleries)의 스포츠 전시실 입구에는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동상들 중의 하나로,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의 남자 200미터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흑인선수가 미국 국가가 울려퍼지며 성조기가 올라가는 동안에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들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만들어져 있다. 그 해 4월 4일에 암살당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에 대한 추모와 미국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이 'Black Power Salute'로 그들은 선수촌에서 쫒겨나고 메달 박탈까지 검토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많은 동상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손기정이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땄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육상 4관왕이었던 제시 오언스(Jesse Owens)가 달리는 모습이다.

흑인 스포츠 스타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두 명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 타이거 우즈(Tiger Woods)였다.

반대쪽에는 'Double Victory'라는 제목으로 독립전쟁부터 최근까지 미국을 위해 군대에서 싸운 흑인들의 이야기가 따로 소개되어 있었다.

2층 인터랙티브갤러리(Interactive Gallery)는 'Explore More!'라는 제목으로 다양한 실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공간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특히 흑인들의 댄스를 배우는 이 시설은 대형화면과 동작센서를 결합해서, 지금 바닥 좌우의 사각형 안에 서있는 아내와 지혜의 움직임이 화면에 하얀 점으로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최첨단의 장치였다.

그렇게 윗층들을 다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이게 다 인가?" 그런 생각을 아주 잠깐 했던 것 같다. 설마 그럴리가... 미국 흑인들의 어둡고 아픈 역사는 계속해서 지하로 내려가면 나올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단면도에 중앙홀(Concourse)이라 되어있는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왼쪽에는 특별전시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15세기부터 현재까지 미국 흑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의 입구가 나온다.

히스토리갤러리(History Galleries)는 지하 3개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일단 무조건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서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야 한다. 즉, 제일 바닥 C3층에서부터 시간 순서대로 모든 전시를 차례로 보면서 지상으로 올라오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흑인 역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저 분은 지금의 서남 아프리카 앙골라 지역에서 노예무역을 하는 포르투갈에 대항했던 부족의 은징가 여왕(Queen Nzinga)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대부분 무위로 끝나고, 약 300년간 지속된 노예무역으로 유럽과 서인도 제도, 그리고 아메리카 식민지로 끌려간 아프리카인은 약 1,500만명에 이를거라고 한다.

끔찍한 노예무역에 대한 설명은 이 도면 하나로 충분한 것 같다~ 노예선에 저렇게 아프리카인 400명을 상품처럼 실어서 신대륙으로 운반했는데, 보통 항해하는 중에 1/6이 죽고, 길 들이면서 1/3이 또 죽어서, 절반 정도만 '시장에서 판매'가 되었다고 한다...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에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창조되었다(All men are created equal...)"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람(men)'에 흑인노예는 포함되지 않았고, 오히려 개인의 '자유(liberty)'를 강조하면서 흑인노예를 사유재산으로 소유하는 권리도 보장해주는 모순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서 위를 바라보면 지하 4개층이 모두 뚫려있는데, 다른 기존의 박물관들보다 부지의 면적이 작은 대신에, 이렇게 지하로 깊이 파서 전시공간을 많이 확보한 것 같았다. 그 깊이 만큼이나 어둡고 답답한 흑인들의 역사는 제일 아래 C3층의 나머지 공간에서 다루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으로도 거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C2층은 1876년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으로 대표되는 1960년대까지 공공장소에서 흑백의 분리와 이에 저항하는 흑인민권운동의 중요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냥 이렇게 윗층에서 한 번 내려다 보는 것으로 건너뛰었다. 왜냐하면 지하 전시실이 있는 것을 모른 누나 가족이 1층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C1층은 법적으로는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민권법(Civil Rights Act) 개정안이 마지막으로 통과된 196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로, 미국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러 흑인들의 이야기 등을 다루는 전시실의 마지막 칸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에 관한 내용이었다. 참고로 이 이후의 역사와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시도 지하 중앙홀 반대편의 특별 전시실에 일부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역사 전시실을 나가는 마지막 경사로 옆에는 "I, too, am America."라는 흑인 시인 Langston Hughes의 1926년 시 <I, Too>의 마지막 문장이 크게 적혀있었다. 경사로를 다 올라가니까 오른쪽 작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화살표 표시가 있어서 따라 들어가 봤다.

명상의 정원(Contemplative Court)이라는 장소는 지상에서 원형의 빛과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안쪽 벽에는 킹 목사가 성경 아모스 5장 24절 "오직 정의(justice)를 물 같이, 공의(righteousness)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에서 차용한 1955년 연설문의 해당 구절이 적혀있다.

중앙홀에 있는 350석 규모의 극장은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그녀는 이 박물관에 지금까지 개인으로는 최대 금액인 2,100만불을 기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시간반 정도만에 내셔널몰에서 가장 최신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 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NMAAHC) 구경을 마치고 Constitution Ave 출구쪽으로 나왔다. 건물 앞에 사람들이 앉아있는 원형의 나지막한 것이 명상의 정원에 폭포수가 떨어지는 곳이니까, 지금 서있는 곳 아래에 지하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아직 오후 5시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서, 바로 옆의 미국사박물관을 잠깐만 둘러본 후에, 아침에 주차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워싱턴 가이드투어'의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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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내셔널몰에 만들어진 기념물인 아이젠하워 메모리얼(Dwight D. Eisenhower Memorial)

By 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2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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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기념해서 약 2년전인 2020년 9월 17일에 개관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메모리얼(Dwight D. Eisenhower Memorial)은 워싱턴DC의 내셔널몰 지역에 만들어진 가장 최신의 국가기념물(National Memorial)이다. LA의 유명한 디즈니홀(Disney Hall)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을 했지만, 기념관 건물이라기 보다는 현대적 조형물이 있는 도심공원에 가까운 모습이다.

DC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외부공사를 하는 모습인데, 2018년부터 무려 10억불을 들여서 모든 전시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마치고, 올가을에 마침내 재개장을 한단다. 옛날 모습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몇 달 후에 방문해보기로 하고, 이제부터 간단히 소개할 아이젠하워 기념관은 이 건물에서 Independence Ave를 건넌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가 미국 대통령 기념관 맞아?" 공원간판도 없는 입구에서는 커다란 대리석 기둥과 함께, 등을 돌리고 쭈그려 앉아있는 소년의 동상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캔사스 주의 애빌린(Abilene)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목장일을 도우며 자란 소년이, 차례로 미국의 오성장군과 대통령이 된 미래의 자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뒤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트럭이 보이는데, 이 날은 7월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있어서 내셔널몰 교통이 모두 통제되었기 때문에, 여기 지하철역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 서쪽 기둥에는 오성장군의 표식과 함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기념관 중앙의 넓은 대리석 바닥에는 좌우로 두 개의 인물 조각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구조이다.

뒷 배경이 되는 반투명 철판의 아래에서 겨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라고 커다랗게 조각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부부 빼고는 지금 그늘에서 쉬고있는 가족이 유일한 방문객이었고, 국립공원청 직원도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인 1944년 6월 6일 아침에, 곧 낙하산을 타고 독일군이 점령한 땅에 뛰어내려야 하는 미군 101공수사단의 병사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 차례로 육군참모총장, 컬럼비아대학교 총장, NATO군 최고사령관을 거쳐서, 1952년말에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두번째 인물 조각은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으로 1953~1961년 연임한 것을 나타낸다. 사모님이 조각의 기단에 앉아서 잠시 포즈를 취해 주기는 했지만, 7월의 햇살에 달궈진 대리석 바닥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동쪽 입구에는 대통령 재임기간을 표시한 다른 기둥이 하나 더 서있고, 사진 오른쪽의 나무 뒤로 작은 비지터센터가 만들어져 있지만 너무 더워서 저기까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기둥 뒤로 보이는 스미소니언 인디언박물관과 그 너머 국립식물원 등을 구경할 때, 비지터센터는 들러보기로 하고 그냥 돌아섰다.

아이젠하워 기념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배경을 이루고 있는 이 금속으로 만든 '걸개그림' 태피스트리(Tapestry)이다. 전체 길이가 동서로 136미터에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스테인레스 철망에 철사로 수를 놓아서 그린 그림은 노르망디 해안의 평화로운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제작 당시에 바로 뒤에 보이는 미국 교육부 건물에서 잠시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밤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 보면 아주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햇살이 너무 뜨겁고 눈부셔서 자세히 구경을 할 수가 없었는데다, 갑자기 도로쪽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독립기념일에 인디펜던스 길로 오토바이와 사륜차를 탄 사람들이 엔진소리를 내며 단체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옛날에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폭주족들이 떼로 몰려다니던 것이 떠올랐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들 생각이나 행동은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그래도 이렇게 앞바퀴를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시끄럽기는 했지만 잠시 구경거리는 되었다.^^ 여기가 내셔널몰 남쪽 경계라서 좀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비가 삼엄한 동네에서 저러고 다녀도 괜찮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3곳이나 잠깐씩 구경을 모두 마쳤다. 이제 다시 '국립잔디밭'으로 돌아가서 저녁 도시락을 먹은 후에 DC의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것도 이미 소개해드렸고, 이것으로 지난 7월의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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