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에 가족이 플로리다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6월초에 지혜를 인턴하는 뉴욕에 바래다 준 이후로 정확히 딱 1개월간을 여러 상황 때문에 말 그대로 칩거를 했다~ 그래서 월요일에 맞아 떨어져서 모처럼 연휴가 된 미국 독립기념일 휴일 당일에도 오후 1시까지 계속 집에서 '뒹굴모드'로 있다가, 갑작스런 사모님의 제안에 따라서... 미국의 수도에서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자축해서 쏜다는 '7월4일 불꽃놀이(4th of July Fireworks)'를 지하철을 타고 보러가기로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인 레스톤, 정확히는 Wiehle-Reston East 역에 실버라인 전철이 들어오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메트로(Metro)에서 운영하는 이 역의 주차장이 무료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아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이용을 하게될 것 같다.
40분 정도 걸려서 워싱턴DC의 내셔널몰(National Mall) 아래의 스미소니언 역에 도착해서 잔디밭으로 올라왔는데, 지난 3월 봄방학 때 온 이후로 거진 4개월만의 방문이라서 짙은 녹색의 잔디가 신기했다. 박물관들 문 닫을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가보지 못 했던 몇 곳을 짧게 둘러본 이야기는 별도로 차차 소개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국립공원청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지도에서 Restricted Area라고 되어있는 기다란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에서 폭죽을 쏜다. 관람에 명당이라서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은 Secured Area로 표시되어 있는데, 지도에 표시된 4곳의 Access Point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단다. 그리고 교통은 일찌감치 내셔널몰 부근이 다 통제가 되기 때문에 자동차를 몰고 올 생각은 가급적 하지말라고 안내가 되어있었다.
박물관들을 구경하고 오후 6시쯤 다시 돌아와보니, 아직도 햇살이 엄청 뜨거웠는데 벌써 잔디밭 중앙에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진은 안 올리지만 좌우 나무그늘 아래에는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이미 빼곡했다. 여기 내셔널몰 동쪽 국회의사당 가까운 곳에서 불꽃놀이를 보면, 저 워싱턴 기념비와 어우러지는 불꽃의 모습을 볼 수는 있겠지만 거리가 좀 멀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서쪽으로 좀 더 가까이 걸어가기로 했다.
문제는 저 작열하는 7월의 오후 햇살을 정통으로 마주보며 걷는게 쉽지 않았다는 것... 교통이 차단된 워싱턴모뉴먼트 근처까지 오니까 오른편에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곳이 보였는데,
소방서에서 기계를 가지고 나와서 사람들을 위해서 시원한 물안개를 뿌려주고 있었다. 사모님이 나이도 잊으시고 저 물을 맞으러 가시겠다는 것을 겨우 말려서, 기념비 서쪽으로 좀 더 걸어갔지만...
통제구역이 시작되는 도로변의 나무그늘에 이렇게 자리를 깔고는 위기주부가 급히 만든 스팸 무스비로 일단 저녁을 먹었다. 손에 들고있는 빨간 캔은 코카콜라제로인데 내셔널몰은 이렇게 피크닉은 가능하지만 주류의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저녁을 먹고는 원래 계획이었던 링컨기념관 앞의 계단까지 계속 가볼까 고민을 했지만, 불꽃놀이가 끝나고 다시 지하철 역까지 돌아오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냥 이 근처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뉘엿뉘엿 햇살이 좀 약해지는 듯 해서 가방을 챙겨 자리 물색에 나섰는데, 지대가 높아서 잘 보일 것 같은 저 워싱턴 기념탑 주변은 이미 사람들로 빼곡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2차대전 기념관 바로 건너편의 잔디밭, 그러니까 불꽃을 쏘는 곳 동편에서는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서쪽으로 멀리 링컨메모리얼이 정면에 보이고,
뒤를 돌아서 줌으로 당겨보면 연필탑을 둘러싼 성조기들과 알록달록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 제법 오래 살았으면서도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를 직접 보기위해 찾아온 것은 LA에 살던 2013년에 한국에서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마리나델레이(Marina del Rey) 바닷가에 갔던 것이 이전까지 유일했다.
명당 중의 명당이라는 링컨 기념관 앞의 계단에 사람들이 빼곡하고, 리플렉팅풀의 좌우로 발사를 기다리는 폭죽들이 들어있는 박스들이 여러 개씩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지난 번에 벚꽃구경을 와서도 후회했던 것처럼 이 날도 DSLR 카메라를 들고오지 않은걸 참 안타까워 하며 핸드폰 줌으로 당겨봤다.
방문 증명으로 커플셀카도 한 장 찍어서, 뉴욕에서 독립기념일을 혼자 맞는 지혜에게도 카톡으로 보내줬다.
불꽃놀이 30분 정도를 남겨놓고 사방을 한바퀴 돌아본 모습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대표사진의 여성분이 올림픽 메달리스트처럼 성조기를 양팔로 펼쳐 보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성조기를 들고 오거나 국기로 디자인된 옷이나 소품들을 챙겨와서 독립기념일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진 하늘에는 방송사인지 경찰인지 헬기도 한 대 날아다녀서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고,
정면에 멀리 보이는 기념관에도 조명이 들어와서 링컨 대통령의 좌상이 어렴풋이 보였다.
사진이 가장 잘 나온다는 '블루아워(blue hour)'에 조명이 들어온 뾰족한 연필탑을 구경하는 것도 이 날 구경의 덤이라고 생각을 하며 뒤돌아서 잠시 방심하는 사이에...
밤 9:09 p.m.에 시작한다고 했던 불꽃이 아무 사전예고도 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여기는 디즈니월드 불꽃놀이처럼 안내방송을 하는게 아니구나~" 그런데, 왜 9시 정각이나 10분 또는 20분이 아니고, 9시 9분에 쏘는 것인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다.^^
가로방향으로 찍은 초반 4분 정도를 유튜브에 올린 비디오로 보실 수가 있다. 일찌감치 서있는 사람들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편하게 앉아서 계속 볼 생각이었지만, 바로 앞의 여성분이 일어나시는 바람에 결국에는 모두가 일어서서 볼 수 밖에는 없었다.
겨울에 하는 새해맞이 불꽃놀이와는 달리 완전히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푸르스름한 빛이 도는 하늘을 배경으로 터지는 커다란 불꽃들이 또 색다른 느낌이 있었다. 일반 줌으로 세로로 찍으니까 화면에 꽉 차게 보이는 것 같아서, 이후로는 동영상도 그냥 세로로 찍었다.
중간에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 노래를 배경으로 약 1분30초 동안 불꽃을 쏘는 영상을 보실 수 있다. 빵빵 터지는 폭죽 소리와 다이너마이트라는 곡명이 잘 어울린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시 사진 모드로 바꿔서 마구 눌렀는데, 리플렉팅풀의 좌우에서만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물 위로도 시설을 설치해 한가운데에서 부채꼴로 불꽃을 쏘기도 했다.
가장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정말 시야를 꽉 채우면서 터지는 엄청난 크기의 폭죽도 있었고, 또 그 만큼 폭발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렸다.
색깔이 좀 단조롭기는 하지만 가장 깔끔하게 찍힌 것 같아서, 이 사진을 포스팅의 대표사진으로 쓰기로 했다.
그래도 역시 불꽃이 빵빵 터지는 동영상이 좋을 것 같아서, 마지막 피날레 2분 정도는 다시 비디오를 찍었다. 귀에 익숙한 행진곡(?)과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별과 알파벳 USA 모양의 폭죽이 터지다가, 막판에는 거의 기관총 수준의 소음과 함께 물량공세로 마무리가 되었다. 행사 홈페이지를 보면 미리 귀마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가 되어있는 이유가 다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중이라서 이런 표현이 좀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거의 링컨기념관이 집중포격을 받은 것 같이 연기가 자욱했고, 다행인 것은 북쪽으로 바람이 불어서 우리가 구경하는 곳은 화약냄새가 별로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 조명을 받고 서있는 워싱턴기념탑을 한 번 더 올려다 본다. "저 꼭대기에 한 번 올라가봐야 되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예상했던데로 내셔널몰의 스미소니언 정류소는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 번에 몰려든 사람들로,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앞에서 완전히 움직임이 멈춰 버렸다. 사진을 찍고나서 5분 정도 꼼짝을 하지 않아서 우리는 이전의 다른 역까지 걸어갔는데 거기도 직원이 입구를 막고 있어서, 하나를 더 걸어가서 두 정거장이나 30분 정도 걸어서 찾아갔다.
그래서 Federal Center SW 역에 도착해 우리가 타야할 실버라인을 밤 10:45에야 탈 수 있었다. 지하철이 다음과 스미소니언에 섰을 때 사람들이 많이 안 타는 것으로 봐서, 그냥 기다려도 이 열차를 탈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조금 허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차 스트레스 없이 워싱턴DC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잘 보고 와서 기뻤다. 언제까지 버지니아에 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년에는 꼭 링컨메모리얼의 계단에 앉아서 다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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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는 처음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진 박물관과 미술관들도 많지만, 다양한 관공서들이 고유한 업무의 목적으로 건설되었다가 그 일과 관련된 소장품들을 건물 일부에 전시관을 만들어 공개하는 장소도 많이 있다. 그러한 곳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또 내셔널몰에서도 가까워 방문하기에 좋은 곳이 바로 미국의 중요한 문서와 기록들을 수집 관리하는 기구인 NARA(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에서 운영하는 국립 문서보관소 박물관(National Archives Museum)이다.
내셔널몰의 국립미술관 조각정원 구경을 마치고, 북쪽으로 헌법가(Constitution Ave) 길을 건너면 바로 1935년에 완공되었다는 내셔널아카이브 건물(National Archives Building)이 서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일단 3월 이른 봄의 햇살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길가 푸드트럭에서 파는 버블티 한 잔 사서 마시기로 했다. 모녀가 무슨 맛을 먹을까 열심히 의논하는 중...
복숭아 맛으로 고른 버블티를 들고 신전같은 건물의 입구에서 모녀가 사진을 찍었다. 기둥들 사이에는 3월 여성의 달을 맞아서 여성참정권과 관련한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배너가 걸려있다.
건물이 멋있어서 정면에서 광각으로 부녀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썰렁한거야~ 문 닫았나...?" 그게 아니라, 관람객들의 입구는 정면 계단의 왼쪽으로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푸른색 바탕의 박물관 로고가 무슨 그림인가 했더니,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로 건물 정면 꼭대기 좌우에 만들어진 조각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입장하는 줄이 두 개로 나누어진 것이 보이는데, 그냥 기다려서 들어가는 사람들이 왼편에 서있고, 비어있는 오른편은 티켓을 예매한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줄이다. 여기를 클릭해서 recreation.gov 사이트에서 일인당 $1로 예매가 가능한데, 이 날 우리는 예매없이 5분 정도만에 들어갔지만 여름방학 성수기에는 30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가끔 하얀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나와서는 전시장은 사진촬영이 금지이므로 카메라와 핸드폰을 모두 가방에 넣으라고 했다. (미리 건물 외관 사진을 많이 올린 이유가 있었음^^) 또 형식적으로 가방 안을 살펴보는 다른 스미소니언 박물관들과는 달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면 비행기 탑승할 때와 같이 엑스레이 검색을 통과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그래서 이하 아래의 사진들은 박물관이나 관련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1층 입구의 정면에는 David M. Rubenstein Gallery라고 명명된 '권리의 기록(Records of Rights)' 상설전시실이 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세계최대 사모펀드 중의 하나인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의 창업자인 억만장자로 2011년에 이 전시실을 새로 만드는데만 13.5백만불을 기부했는데, 그 뿐만이 아니라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노란색 특수 보관함에 들어있는 오래된 양피지 한 장을 2007년 경매에서 21.3백만불에 사서는 이 곳에 영구대여 형식으로 기증했다.
그 양피지는 바로 인권을 최초로 성문화한 문서이자 민주주의의 시초로 여겨지는 영국의 대헌장(大憲章),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로 1215년에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1297년에 영국의 왕이었던 에드워드 1세의 인장이 달려있는 것이다. 이 외에 전시실 안에는 링컨이 서명한 노예해방(Emancipation Proclamation) 문서 등의 인간의 권리와 관련된 미국의 많은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가서 두꺼운 문을 밀고 들어가면 '자유의 헌장들(Charters of Freedom)'이라 불리는 중앙홀이 나오는데, 사진처럼 밝은 것이 아니라 굉장히 어둡고 실내온도가 뚝 떨어졌다! 좌우로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중앙에 4페이지로 된 헌법 원본이 있고, 그 왼쪽에 독립선언서, 오른쪽에 권리장전이 특수보관함에 전시되어 있는데, 이 사진에는 없지만 철문 앞에도 경비원이 지키고 서서는 홀 안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고 나면 조금씩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각각 독립선언서와 헌법을 제출하는 장면을 상상으로 묘사한 중앙홀 좌우 둥근 벽면의 포크너 벽화(Faulkner Murals)는 캔버스를 벽에 부착해서 그린 그림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두워서 그림이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였고, 모든 전시박스 앞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서서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관람을 하게 된다.
요즘 미국정치학 수업을 듣는 따님이 왼쪽 구석부터 모든 전시를 꼼꼼히 보신다고 해서, 시간이 한 참 걸려서야 1776년에 작성된 미국 독립선언서(Declaration of Independence) 앞에 설 수 있었다. 크게 씌여진 제목과 제일 윗줄의 문장 그리고 아래쪽 가운데 가장 크고 진하게 싸인한 존 핸콕(John Hancock)의 서명 이외에는 거의 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글자가 희미해졌는데, 옛날에 35년 동안이나 햇빛이 비치는 곳에 잘못 보관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커다랗게 씌여진 "We the People"로 시작하는 1787년에 씌여진 미국 헌법(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4페이지를 휠체어에 앉으신 분까지 총 4명만 보고 있지만, 현실은 우리처럼 제일 앞에서 빈틈을 주지 않고 여기까지 움직여 온게 아니라면 가까이서 직접 읽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뒤에 서있는 사람들이 빈틈이 생기면 바로 침투해 들어옴^^) 또 사람들 뒤쪽에도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기만 해도 바로 제지가 들어왔다.
중요 3문서의 마지막으로 미국의 권리장전(Bill of Rights)은 헌법에서 빠진 인권 부분을 명시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1789년에 이 문서로 12개 조항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 문서의 첫번째와 두번째 조항은 주의회의 다수 동의를 받지 못해서 폐기되었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수정헌법 1조(First Amendment)로 알고 있는 종교, 언론, 집희의 자유 등은 이 문서의 세번째 조항에, 또 미국의 총기옹호론자들이 성배처럼 여기는 무장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Second Amendment)는 네번째에 씌여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I'm going to steal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2004년도 디즈니 영화 <내셔널트레져> National Treasure 앞부분에 주인공이 독립선언서를 훔치기 위해서 문서보관소의 이 중앙홀을 사전답사하는 장면을 위에 보실 수 있다. (독립선언서를 지하 보관실에서 훔치는 장면과 뒷면에 그려진 암호와 지도를 찾는 장면 등의 편집본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이 영화는 중앙홀에서 열리는 파티 장면까지 모두 실제로 여기 문서보관소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개봉 다음해에 방문객이 4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중앙홀을 나오면 그 뒤쪽으로 출입문을 금고처럼 만들어 놓은 Public Vaults가 홀의 뒤를 한바퀴 돌면서 만들어져 있다. 이 외에도 작은 특별전시실을 잠깐 구경하고는 마지막으로 1층의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지난 번 국립 초상화 미술관 포스팅에서도 다른 여성 대법관들과 함께 있는 그림을 보여드렸던 "Notorious RBG"의 기념품 코너가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미국 대법원 건물도 한 번 구경하러 가봐야 되는데, 지금은 낙태에 관한 판결문이 사전에 유출되어 이와 관련한 시위대들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폐쇄된 상태이다.
위에 잠깐 소개했던 <내셔널트레져>의 편집본을 보면, 진짜 독립선언서를 훔쳐서 돌돌 말아 양복에 숨긴 니콜라스 케이지가 여기 기념품가게를 통해서 밖으로 나가려다가 직원에게 들키는 장면이 나온다. 직원은 사진 아래에 보이는 가짜 기념품을 훔친 것으로 생각한 것이고...^^ 1776년에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장소인 필라델피아의 인디펜던스홀을 예전에 방문했던 여행기에서도 이 영화를 소개했었지만, 미국의 역사를 대중에게 알리는데 나름 크게 기여한 영화로 위기주부는 재미있게 봤던 것 같은데 왜 평점은 별로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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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월초니까 캘리포니아에서 버지니아로 미대륙을 횡단해서 이사온 지도 딱 반년이 되었다. 여기 워싱턴DC 지역에는 그냥 사진만 보여드려도 감탄의 댓글이 달리는 그런 멋진 풍경은 없고, 그 동안 방문한 곳들이 대부분 설명이 필요한 기념물, 유적지, 박물관들이다 보니... 블로그 쓴다고 팔자에 없는 미국역사와 미술사 공부만 '주구장창'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밤낮으로 쉬지않고 늘 계속해서"라는 뜻으로 자주 쓰이는 '주구장창'은 표준어가 아니고, 한문 사자성어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쓰는 것이 맞다고 함. 이제는 국어공부까지^^)
지난 3월 봄방학에 보스턴까지 직접 차를 몰고 올라가서, 지혜를 태우고 2박3일 여행을 하며 집으로 왔던 이야기는 이미 다 해드렸고, 이제 그 때 동네 나들이를 하루 다녀왔던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누어 기록해본다. 어김없이 박물관과 미술관 이야기들이지만 이제 공부는 좀 그만하고 대충대충 쓰련다~
이 날 원래는 저 특이한 외관으로 가장 최근에 개관한 스미소니언 박물관인 국립흑인역사문화관(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을 가족이 함께 구경할 생각이었는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이렇게 길어서 다음에 가보기로 했다. (이 때가 날씨도 좋고 점심때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몇 주 후 흐린 날씨에 문 여는 시간에도 줄이 길었음. 삼세번이라고 다시 세번째 기회를 노리는 중)
방향을 돌려서 어디를 갈까 방황하고 있는데, 경찰차 한 대도 잔디밭에 올라가서 그늘에서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혜는 안 가봤던 스미소니언 캐슬(Smithsonian Castle)을 잠시 구경했는데, 3월이 '여성의 달'이라고 현재 미국의 여러 각 분야의 여성들의 모습을 이렇게 3D 프린터로 만들어서 건물 여기저기에 많이 세워 놓았었다. "이 플라스틱 동상들은 나중에 본인들에게 선물로 주는걸까?"
별 생각없이 우리의 발길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국립미술관 서쪽에 있는 야외 조각정원(Sculpture Garden)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왼편 "Welcome!" 안내판 아래의 그림처럼 정사각형의 정원의 가운데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되는 큰 분수가 있고, 그 주변으로 커다란 현대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테인레스로 만든 커다란 나무와 빨간색 철판조각... 위기주부는 미술공부 좀 쉬기로 했으니까, 이제 소개할 조각들의 작가와 작품명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서 전체 작품들에 대한 사진과 해설을 직접 먼저 보시면 된다.
이 곳에서 제일 유명한 노란 판자집을 대표사진으로 낙점했는데, 판자들 전체가 평면일까? 아니면 안으로 들어갔을까? 밖으로 나왔을까?
옛날 살던 로스앤젤레스의 LA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라끄마(LACMA)에서도 본 적이 있는 시꺼멓고 커다란 조형물과 비슷한 것도 있었다.
바위에 걸터앉아 생각하는 토끼를 아이들이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다. 뒤쪽에 휘어진 쇠막대기도 당연히 조각작품...
시멘트 벽돌을 쌓아서 만든 것 같은 피라미드도 구경했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약간의 착시가 일어나는 것 같다.
사진을 수직을 맞춰서 잘 찍은 것인지 헷갈리는 삐딱하게 세워진 의자들... 서커스에서 진짜 의자를 저런식으로 높이 쌓은 후에, 사람이 저 위로 올라가서 물구나무를 서는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동쪽 입구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커튼 뒤로 다크서클이 심한 여자의 무서운 얼굴이 보인다. 내셔널몰 건너편에 있는 스미소니언의 허쉬혼 현대미술관(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이 외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가림막을 쳐둔 것인데, 저 걸개그림은 지나다니며 자주 봤으니 깔끔하게 공사가 끝나면 저기도 한 번 방문을 해야겠다. 또 미술공부 하려고?
반년 전에 1차 대륙횡단을 마지고 지하철로 DC에 놀러와서도 저기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한 잔 사서 마신 것을 이미 보여드렸었지만, 이 조각정원은 저 Pavilion Café를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참, 카페 앞쪽으로 휘어진 가로등(?) 사이에 'Métropolitain'이라 적혀있고 고풍스런 난간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도 별도의 미술작품이다.
아라크노포비아(Arachnophobia, 거미공포증)가 있으신 분은 눈을 감고 지나가셔야 할 커다란 거미도 한 마리 있다.
사람 키의 두 배 크기로 뭔가를 커다랗게 확대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아시거나 실제로 작은 이 것을 본 적이 있으신 분은 최소 오십대일 것이다.
공사장 철골구조물로 만든 알파벳을 서로 분리가 불가능하게 엮어놓은 것 같다. 참고로 바닥에 놓여진 것은 작품의 일부가 아니고, 그냥 작업차량이 지나가는데 잔디가 파이지 않도록 깔아놓은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자조각인데,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가 적혀있다. 그런데 김연자의 트로트곡 제목 <아모르 파티>가 본인은 지금까지 Amor Party 즉, '사랑의 파티'로 알고 있었는데... "네 운명을 사랑하라(Love your fate)" 뜻의 라틴어인 Amor Fati를 한글로 쓴 것이며, 독일철학자 니체의 운명애(運命愛) 사상을 나타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자세로 살아야 된다...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쇳덩이~ 이 외에도 대여섯 작품이 더 있는데, 앞서 소개한 링크를 클릭해서 모두 보실 수 있다.
잔디밭에 불규칙하게 놓여진 까만 대리석들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는, 이제 조각정원 북쪽으로 헌법가(Constitution Ave) 건너편에 있는 저 멋진 건물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래... 내게 주어진 운명을 사랑하라고 했으니, 이것도 내 팔자려니 생각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계속 이것저것 쓸데없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P.S. 여기 국립미술관 조각정원에서는 5월말부터 7월말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Jazz in the Garden>이라는 무료 재즈공연을 하는데, 워싱턴DC의 가장 인기있는 음악행사들 중의 하나라고 한다. 무료지만 반드시 일주일 전 정오에 예매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므로, 금요일 저녁이고 하니까 나중에 지하철을 타고 한 번 구경하러 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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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가기 위해서 반드시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거나, 유명한 화가나 화풍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노래도 못 부르고 다루는 악기는 노래방 탬버린밖에는 없는 위기주부지만, 연주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미술과 음악은 그 분야에 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더라도, 그 고유한 아름다움을 그냥 주관적으로 감상(感想), 즉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적지가 갤러리나 콘서트홀이 아니라 역사박물관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역사(歷史, history)에 관한 전시는 말 그대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서, 모르면 그냥 무의미한 오래된 천과 종이 조각들일 뿐이다.
워싱턴DC의 내셔널몰 북쪽 중앙에 자리잡은 국립 미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은 1964년에 역사과학박물관(Museum of History and Technology)으로 문을 열었다가 198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되었고, 스미소니언 재단에서 운영을 하는 국립박물관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정문 앞에 서있는 조각 '인피니티(Infinity)'는 곡선의 스테인리스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데, 워싱턴에서 공공건물 앞에 세워진 최초의 추상작품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단다. 또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3개로 나누어진 벽면에는 스미소니언 재단의 창시자 James Smithson, 미국 6대 대통령 John Quincy Adams, 그리고 재단의 초대원장 Joseph Henry의 말이 각각 새겨져 있다.
지하를 제외하고 3개 층의 전시장을 보여주는 지도인데, 내셔널몰의 정문은 바로 2층으로 연결된다. 빗금으로 칠해진 부분과 빨간딱지가 붙은 곳은 모두 보수중이거나 준비중으로 거의 절반 가까운 곳을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각 층별로 한 편의 포스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구경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2차 대륙횡단과 지난 주에 다녀온 봄방학 여행 등등 다른 밀린 일거리(?)들도 많으므로... 각 전시실을 소개하는 정도로만 최대한 축약해서 한 편으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기로 했다. (전시장 제목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됨)
미국사박물관을 대표하는 전시는 2층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The Star-Spangled Banner: The Flag That Inspired the National Anthem 전시실로 미국 국가의 유래가 되었다는 성조기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벽면의 뒤쪽으로 전시실이 만들어져 있는데, 유일하게 이 박물관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된 곳이라서 아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을 대신 보여드린다.
영미전쟁(1812~1815, 또는 1812년 전쟁) 중이던 1814년에 볼티모어 포트맥헨리(Fort McHenry)에서 펄럭이던 이 깃발을 보고, 프랜시스 스콧 키(Francis Scott Key)가 쓴 시가 소위 "성조기여 영원하라"로 불리는 미국의 국가이다. 가로 길이가 10미터가 넘는 예상보다 굉장히 큰 깃발이라서 놀랐는데, 지금은 보존처리가 되어서 암실 유리벽 안의 특수장치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 깃발의 이야기는 나중에 포트맥헨리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그 때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넘어간다.
2층 동쪽의 Girlhood (It's complicated) 전시실의 입구 모습으로 걸그룹 '소녀시대'에 관한 전시는 아니고... 미국 역사속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왜 소년들에 관한 보이후드(Boyhood) 전시실은 없는거야? 이건 성차별인데..."
2층 서쪽 전시실들의 입구에는 로마의 신과 같은 복장으로 하늘을 향해 똥침을 찌르는 분이 계신데, 바로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워싱턴이다. George Washington Sculpture는 1840년에 만들어져서 처음에는 국회의사당 중앙홀에 설치되었다가 야외로 옮겨졌고, 1908년 이후로는 스미소니언 박물관 내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American Democracy: A Great Leap of Faith 전시실은 식민지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지금 아내가 보고있는 것은 여러 대통령선거의 소품과 장면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여러 시위에 사용된 피켓들이 보이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물품을 수거한 것이다. 스미소니언 재단은 작년 1월 6일의 '의사당 습격' 직후에도 당시 사용된 피켓과 깃발 등도 미국역사의 한 부분으로 최대한 수집을 했다고 하는데, 앞으로 시간이 흘러서 어떤 식으로 이 박물관에서 전시가 될 지 궁금하다.
맞은편에 미국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Many Voices, One Nation 전시실에는 두 벌의 한복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전시되어 있다. 하나는 이민자로 미국인이 된 여성분이 2015년의 결혼식에서 입었던 이 빨간 한복이고, 다른 하나는 2004년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가 입고있던 작은 어린이 한복으로 1950년대부터 한국에서만 20만명이 넘는 아동이 미국으로 입양되었다는 설명이 함께 있었다...
그 옆의 Within These Walls 제목의 전시실은 메사추세츠 입스위치(Ipswich)에 있던 2층집을 통째로 가져다 놓고, 지난 2백년간 이 집에서 살았던 평범한 미국 가정들의 모습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참신했다.
3층으로 올라와서 중앙홀을 내려다 보는데, 내셔널몰에 나란히 있는 국립 자연사박물관이나 국립 미술관에 비하면 정말로 한산한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역사는 과학이나 미술에 비해서 비인기 과목이라는 것을 여기서도 느낄 수가...
3층 서쪽은 대중문화와 관련된 전시공간이지만, 여기 1939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쥬디 갈란드(Judy Garland)가 실제 신고 도로시를 연기했던 빨간 신발이 전시된 Ruby Slippers and American Culture Displays 공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리노베이션 중이었다.
현재 미국사박물관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은 여기 3층 중앙의 The First Ladies 전시실로 역대 영부인들이 입었던 옷과 백악관에서 사용된 그릇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학창시절 역사 과목을 가장 싫어하셨다는 사진 속의 우리집 영부인께서도 아주 꼼꼼하게 오랫동안 관람을 하신 곳이다.^^
재클린 케네디 등이 입었던 드레스들이 먼저 나오고, 다음으로 초대 영부인부터 제일 오른편 멜라니아까지 흑백사진과 함께, 그녀들이 직접 선택한 백악관에서 사용된 그릇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8명의 영부인들이 취임식 저녁의 연회에서 입었던 드레스가 그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영상과 함께 전시가 되어 있는데, 왼쪽 화면에 트럼프와 춤을 추는 멜라니아가 입고 있던 그 드레스가 제일 오른쪽 끝에 보인다.
다음으로는 뛰어난 활약을 보인 몇몇 영부인들을 소개하는 칸이 나오는데, 작년 여름에 우리가 방문했던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그 이름이 남아있는 레이디 버드 존슨(Lady Bird Johnson)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가웠다.
물론 그녀들의 남편, 즉 대통령에 관한 The American Presidency: A Glorious Burden 전시실도 당연히 그 옆에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기 입구의 작은 홀만 공개가 되어있고, 뒤쪽의 메인 전시는 모두 보수중으로 입장이 불가했다.
취임식 연단에서 V자를 하고 있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3층의 동쪽은 대통령과 함께 The Price of Freedom: Americans at War 제목의 전쟁사 전시가 중요하기 때문에, 두 전시실이 보수를 마치고 새로 개장을 했다고 하면 다시 방문할 생각을 하고 있다.
원형의 벽면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과 이름이 차례로 모두 붙어있는데, 바이든 왼쪽에 있던 빈 공간에는 앞으로 누구 사진이 붙을지? 오른편으로는 차례로 트럼프, 오바마, 부시, 클린턴, 또 부시, 레이건 등등... 얼마 전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역대 대통령들을 차례로 쭉 붙여놓은 것을 보는 느낌이 남달랐다. "체내의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표백제를 주사하자고 했던 저 트럼프도 대통령 했었는데 뭐..."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서쪽의 Inventive Minds와 Places of Invention 전시실에서 눈에 띈 것은 80년대 최초의 개인용 IBM PC와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였다. 이외에도 역사적인 최초 발명품들이 많이 있었지만 방대한 전시에 슬슬 지쳐가기 시작...
맞은편의 The Value of Money 전시실은 입구부터 진짜 초대형 금고의 출입문으로 만들어져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금고 안의 전시물들은 당연히 미국의 돈과 화폐에 관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American Enterprise 전시실에는 미국의 산업과 경제 발달에 기여한 인물과 회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이 1879년에 만들었다는 전구(light bulb)는 예상을 했지만, 그가 1890년에 사진과 같은 '말하는 인형(talking doll)'을 만들었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는데, 설명에 따르면 유명한 발명가인 에디슨의 대표적인 실패작이라고 한다!
현대로 와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Bill Gates)와 폴 알렌(Paul Allen), 그리고 너무 빨리 고인이 된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Different Thinker"로 소개되어 있다.
1층 동쪽으로 건너오면 제일 먼저 FOOD: Transforming the American Table 전시실이 나온다. 미국인들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와 함께 미국내 와이너리와 브루어리의 역사 등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선박과 해상운송의 역사를 보여주는 On the Water: Stories from Maritime America를 지나서 육상교통의 역사를 소개한 America on the Move 전시실로 증기기관차 실물은 물론이고 작은 기차역까지 재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조명으로 새겨진 그리운 루트66(Route 66) 사인과 함께 등장하는 자동차 문화의 역사들이다.
구경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도시의 운송수단으로 지하철의 등장을 설명하면서 아예 객차를 하나 가져다 놓았는데, 뒤쪽 화면에 당시 사람들이 함께 타고있는 것 같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 지하를 달리는 것처럼 덜컹거리면서 창밖의 조명이 스쳐지나가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사진 속의 자동차는 GM에서 1996년에서 2004년까지 만들었던 최초의 상용 전기차인 EV1이라고 한다. 앞서 산업 전시실에서도 테슬라 이야기가 없어서 아직은 역사박물관에 등장하기에는 너무 이른가 생각했는데, 여기 안내판에 테슬라 슈퍼차지 충전소 사진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Lighting a Revolution 전시실은 거의 토마스 에디슨의 개인 기념관처럼 꾸며져서 연도별로 만들어진 수 많은 전구들이 전시실을 밝히고 있었다. 이 안쪽으로 별도의 Power Machinery 전시실도 있어서 각종 초기 동력기계들도 구경을 할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옛날 대통령 인형부터 최근의 우주왕복선까지 미국역사와 관련된 정말 많은 물품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다.
어린이용 위인전을 판매하는 북코너에 여러 대통령들의 캐리커쳐가 표지에 그려져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편도 출간되었을까? 직원에게 트럼프 위인전은 혹시 없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참았다...^^
그리고 미국 각주의 옛날 번호판을 이어붙여서 만든 미국지도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왼편 아래에 작게 씌여진 정가는 3,900달러이다.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번호판 2개는 있으니까, 나머지 주들의 번호판을 이베이에서 사서 하나 직접 만들어볼까 고민중이다~
이렇게 2시간여의 국립 미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History) 구경을 마치고 1층 북쪽 출구로 밖으로 나왔다. 미국사박물관 앞의 도로는 일반차량의 주차는 불가하고 아마도 푸드트럭과 기념품 판매대의 전용공간으로 생각이 된다. 원래는 바로 옆의 다른 박물관 한 곳을 연달아 더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역사공부를 더 했다가는 다리는 물론 머리에도 쥐가 날 것 같아서 그만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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