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4년만에 부분개장을 한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미국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NASM)은 1946년에 국립항공박물관(National Air Museum)으로 처음 설립되었지만 별도의 건물이 없다가, 내셔널몰 동남쪽에 지금의 스미소니언 뮤지엄이 오픈한 것은 1976년이다. 워싱턴DC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은 코로나 전까지 방문객 순위가 전세계 박물관들 중에서 5위안에 들었으며, 미국내에서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과 선두를 다투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2011년의 미동부 여행에서 방문한 적이 있고 (당시 여행기를 보시려면 클릭), 그 후 2018년 10월에 시작되어 7년 계획으로 무려 10억불 이상을 들여서 모든 전시실과 건물의 내외부를 싹 다 새로 바꾸는 리노베이션이 현재 진행중이다.
내셔널몰 잔디밭에서 보면 아직도 이렇게 공사 가림막 너머로 타워크레인들이 세워져 있지만, 사진 오른편에 깨끗하게 보이는 건물 서쪽의 8개 전시실은 정확히 4년만인 올해 10월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먼저 부분개장을 했다고 해서, 임시 출입구가 만들어진 Independence Ave의 남문으로 찾아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는데, 처음에 이 사람들은 예매 없이 그냥 기다리는걸로 생각하고, 우리는 2시 입장을 예매했으니까 가운데 보이는 아내에게 씩씩하게 앞쪽으로 걸어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모두 우리처럼 2시 입장 예약자들인 것을 알고는 다시 줄의 끝을 찾아서 되돌아 나와야 했다!
정확히 오후 2시가 되니까 줄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파란 옷을 입은 직원이 예매표의 바코드를 확인하고 들여보내 주었다. 이처럼 오래간만에 부분개장을 하면서 현재는 반드시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므로, DC여행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꼭 홈페이지에서 미리 무료 티켓을 구입하시기 바란다.
임시 남쪽 로비(South Lobby)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타트렉(Star Trek) TV시리즈 제작에 사용되었다는 우주선 엔터프라이즈(starship Enterprise)의 모형이다. 여기서 "This Way"라 써진 왼편으로 가야 현재 구경할 수 있는 전시실들이 나오는데 아래에 안내도를 먼저 보여드린다.
건물 1층과 2층의 지도로 전체 전시면적의 약 1/3 정도만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부분개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월 1일에 방문했었던 버지니아에 있는 항공우주박물관 별관인 우드바-하지 센터(Steven F. Udvar-Hazy Center) 방문기에 썼던 것처럼, 이런 관심분야는 자세히 설명하자면 끝이 없으므로... 오픈한 8개 전시실의 대표사진 2장 정도씩만 간단히 차례로 소개를 한다.
107호 <Wright Brothers>에는 라이트 형제가 직접 제작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로 1903년에 하늘을 날았던 바로 그 '진짜 라이트 플라이어(Real Wright Flyer)' 실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너무 깨끗한게 120년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날개를 덮고있는 천들은 1985년에 모두 새로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씌여있다.
저렇게 엎드려서 온몸으로 조종했던 이 비행기가 실제 날아 올랐던 장소를, 우리 부부가 9월초에 방문했던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비행기 개발과정과 원리에 대한 설명은 여기 국립박물관의 전시가 그 기념공원의 비지터센터보다 훨씬 상세했던 것 같다.
곡예비행기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106호 <We All Fly>의 입구로 '모두 날으는 이것저것'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ㅎㅎ
복도 서쪽 끝의 104호 칸에는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여러가지 드론들에 관한 전시가 새로 만들어졌다.
103호 <Early Flight>에서는 다시 비행기의 역사로 돌아가는데, 열기구 모형부터 이런 글라이더 등도 있지만,
역시 라이트 형제가 미군을 위해서 1909년에 만들어서 시연을 했던 기체의 실물인 이 '밀리터리 플라이어(Military Flyer)'를 여기서 볼 수 있다. 꼬리날개에 그려진 것은 당시 비행기를 발주했던 통신부대(Signal Corps)의 로고인데, 낡아보이는 날개의 천과 재료가 처음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라고 한다.
2층과 틔여있는 102호 홀에는 <America by Air>라는 제목으로 여객운송의 역사를 보여주는데,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비행기와 벽에서 튀어나온 점보기의 앞부분 등은 리모델링 전과 같은 모습으로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하기야 저 힘들게 매달아 놓은 큰 비행기들까지 옮기거나 바꿀 필요는 없을 테니까..."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무심히 올려다 봤던 이 순간이, 이 날 위기주부가 재개장한 국립항공우주박물관에서 가장 놀라운 전시를 처음 마주한 때이다!
스타워즈(Star Wars)에 나오는 엑스윙(X-wing) 우주전투기가 실물 크기로 2층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오렌지색의 도장으로 봐서 최근 영화 시리즈에서 저항군 리더로 나온 포 대머런(Poe Dameron)의 T-70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엑스윙 전투기는 좌우 날개를 모두 상하로 벌려서 X자 모양인 상태로 전시를 해야 멋있는데...^^
207호 <One World Connected>의 중앙에는 지구가 돌고 있고, 그 주위로 여러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등이 배치되어서, 지구궤도의 우주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를 가운데 터치스크린 화면으로 직접 알아볼 수 있게 해놓았다.
국제 우주정거장 쿠폴라 관측모듈(ISS Cupola Observatory Module)의 육각형 창문을 통해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위기주부... 우주정거장 방문한 셈 치기로 했다. ㅎㅎ
50년도 훨씬 지난 아폴로 계획의 역사를 한자리에 보여주는 206호 <Destination Moon> 전시실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국을 남길 때 입었던 우주복과 지구귀환에 탑승했던 사령선의 실물이 특수보관함에 들어가 있다.
이 전시실은 복층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윗층으로 올라갔는데, 최초로 인간을 달까지 보내는데 사용되었던 새턴V 로켓의 엔진이 거울을 이용해서 5개처럼 보이도록 수직으로 전시되어 있다. (2011년에는 수평 전시였음) 우리 가족은 2013년의 플로리다 여행에서 케네디 우주센터에 전시된 거대한 새턴V 로켓의 실물을 봤었는데, 여기를 클릭하시면 그 감동의 여행기를 보실 수 있다.
박물관 리모델링 전에는 메인홀 한가운데 저 아폴로 11호의 사령선인 컬럼비아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이리로 옮겨졌으니까, 몇 년 후에 리모델링이 전부 끝났을 때 메인홀 중앙에 자리할 전시물이 무엇이 될 지 궁금하다.
206호 <Exploring the Planets>로 들어가면 태양계의 행성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사진 가운데 토성 아래로 우리 지구의 조그만 모습이 보인다. 가장 오른쪽에 회색으로 동그란 것은 행성이 아니고 태양계를 가로질러 비행했던 보이저 탐사선의 모형이다.
역시 화성(Mars)에 관한 전시가 많은데, 차례로 화성표면에 착륙해서 탐사임무를 수행했던 차량들인 소저너(Sojourner), 오퍼튜니티(Opportunity), 그리고 큐리오시티(Curiosity)가 모두 한 곳에 비교 전시되어 있다. (여기를 클릭하면 이 Mars Rover들을 개발한 LA의 제트추진연구소 오픈하우스 방문기를 보실 수 있음)
전시실 가운데 두 개의 원형스크린으로 만들어진 공간의 바닥에 앉아있는 이 분들과 개 한 마리는 지금 섭씨 영하 60도의 화성에서 큐리오시티와 함께 붉은 황무지를 돌아다니시는 중이다.^^
항공우주박물관 포스팅에 갑자기 자동차가 나와서 당황하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203호 <Nation of Speed>에는 비행기나 로켓만이 아니라 육지에서 각종 속도기록을 깼던 차량들도 전시가 되어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러 공상과학 영화에 나왔던 우주선들의 속도도 알려주고 있는데, 오른편 아래에 보이는 밀레니엄팔콘(Millennium Falcon)은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우리집에도 한 대 만들어 놓은 것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대강 다 둘러본 것 같으니까, 커플셀카 한 장 찍어서 보스턴에 있는 딸에게 보내주고는 1층의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다.
실제 우주인에게 간식으로 공급되는 것과 똑같은 제품이라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가게 곳곳에서 굉장히 많이 전시해서 팔고 있었는데, 한 번 사먹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혹시 이걸 사서 드셔보신 분이 계실까? 어떤 맛인지 알려주시는 분이 없으면, 다음에 가게 되면 꼭 한 번 사먹어 봐야겠다!
1층의 기념품 가게는 지하로 바로 연결되어 계속 이어지는데, 내려가니까 이렇게 레고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을 만들어 놓았다. 헬멧에 비친 다른 우주인과 착륙선까지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고, 그 옆으로는 우주와 관련된 각종 레고 제품들을 여기서 바로 살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나는 2028년쯤에나 하나 더 살 수 있겠군~" 그 이유는 직전의 링크를 클릭하셨다면 아실 것이다.
지하 마스카페(Mars Cafe)에서 커피를 마신 후에 전시실 비디오를 찍어 올려볼까 하다가 관람객이 너무 많아 그냥 관두고 1층 출구로 향했다. 아직 리모델링이 진행중인 동쪽 내부는 이렇게 옛날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선과 월면차, 그리고 성조기를 들고있는 우주인의 그림으로 가려져 있는데, 2025년 여름에야 공사를 완전히 끝내고 모든 전시실을 개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전날 밤에 인류가 50여년만에 다시 달로 향하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ject)의 첫번째 SLS 로켓이 오리온 우주선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가 되었는데, 내년에 유인 달궤도 비행의 2차 발사를 거쳐서,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인 두 명이 다시 달에 발을 딛는 3차 발사도 같은 202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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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Seong-Jin Cho)과 국립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케네디센터(Kennedy Center)에서 관람
워싱턴DC 지역에 살면 많은 국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을 공짜로 자주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은 이미 언급했었는데, 그에 더해서 클래식 음악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국립 관현악단(National Symphony Orchestra, NSO)'의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유명한 음악가가 출연하는 케네디센터 연주회의 티켓 가격이 LA 디즈니홀이나 뉴욕 링컨센터에 비해서 싼 것이 큰 이득으로, 이미 소개했던 바이올리니스트 길샴(Gil Shaham)에 이어서 일주일만에 또 다른 연주자의 공연을 보러갔다.
그 전에 토요일 점심을 맛있게 먹었던 우리 동네 식당을 잠깐 소개하면, 미션비비큐(Mission BBQ)는 "The American Way"를 모토로 하는 바베큐 전문 레스토랑이다.
가게 주차장에는 검게 도색하고 성조기를 뒤에 꽂은 군용 트럭이 세워져 있는데, 짐칸에 실린 거대한 바비큐 그릴에서 알 수 있듯이, 출장 케이터링 서비스에 이용되는 차량이라고 한다. 그 옆에 주차된 하얀 경찰차는 물론 장식용이 아니고...
보안관(sheriff)들이 점심을 사먹으러 타고 온 것이다~ 이웃 메릴랜드에서 시작된 이 체인점은 미동부를 중심으로 현재 130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데, 창업자 두 명이 텍사스에서 캔자스시티, 캐롤라이나에서 세인트루이스까지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BBQ는 전부 먹어보고 가장 '미국적인 맛'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었단다.
또 일부러 첫번째 점포를 9·11 테러 10주년에 맞춰서 오픈할 정도로 애국적인 테마로 운영이 되어서, 군인과 경찰 및 소방관 등을 기리는 장식들로 꾸며져 있고, 그들에게 할인이 제공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주문한 텍사스 정통 브리스켓(Brisket)과 베이비백립(Baby Back Ribs)은 둘 다 기대이상의 맛이었고, 특히 백립은 대륙횡단을 하면서 세인트루이스(St. Louis)에서 먹었던 그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점심을 잘 먹은 후에 오래간만에 차를 몰고 케네디센터에 도착해,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면 바로 만국기가 좌우로 걸려있는 Hall of Nations 통로가 나온다. 왼편의 태극기가 이 날따라 특히 눈에 띄었던 이유는 협연자가 조성진(Seong-Jin Cho)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클래식 검색을 좀 했더니 페이스북에 알아서 떴던 광고 화면인데, 조(Cho)와 조(jaw)의 두운(頭韻, alliteration)을 맞춘 표현이 재미있어서 가져와 봤다. 조성진은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현재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한국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단다.
저녁 8시 공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꼭대기의 케네디 대통령 전시실을 먼저 잠깐 구경했다.
국립 공연장인 케네디센터(Kennedy Center)는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의 기념관 역할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기를 클릭해 보시면 된다.
케네디 재임시절인 1963년 1월에 루브르의 모나리자를 여기 DC의 내셔널갤러리에서 대여 전시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체험시설이 새로 생겨서 보여드리는데, 세로 화면 앞에 서서 카메라를 쳐다보면, 예전에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서 봤던 케네디 대통령 그림과 같은 스타일로 각자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서비스였다.
위기주부의 얼굴이 그려지는 모습을 짧은 영상으로 보실 수 있는데, 마지막 QR코드를 스캔해서 파일로 다운로드를 받는 것도 가능했다. 이렇게 공짜 초상화도 하나 건지고, 카페에서 간단히 샐러드로 저녁을 먹은 후에 다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콘서트홀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인데, 이 날은 특히 검은 머리... 그 중에서도 한국분들이 아주 많이 오셨다.
우리 좌석은 1층 관람석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나중에 피아노를 치는 조성진의 앞머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ㅎㅎ
오랜만에(?) 부부 셀카 한 장 찍어 뉴욕에 있는 딸에게 보내주고, 처음 들어보는 Carlos Simon의 "Wake Up! Concerto for Orchestra"라는 곡으로 음악감상을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이번 공연의 모습으로,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Beethoven’s Piano Concerto No. 4)을 연주했다.
앵콜곡으로 역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Pathetique)'의 2악장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이다. 1부를 마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앉아 기다려야 하는 앵콜 공연이라서 당연히 하나만 했는데, 솔로 콘서트에서는 재미있는 곡으로 많은 앵콜이 가능하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관객들이 빠져나간 2부에서 쇼스타코비치 5번 교향곡(Shostakovich’s Fifth Symphony)의 모든 악장을 마치고 NSO 지휘자와 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이다. 현재 내셔널심포니의 음악감독인 지아난드레아 노세다(Gianandrea Noseda)는 영국의 런던심포니 객원 지휘자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이듬해인 2016년에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하고, 처음으로 스튜디오 녹음으로 음반을 낼 때 협연한 런던심포니를 지휘한 인연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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