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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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지구 The Quiet Earth (1985)
정체 불명의 과학 실험, 그 한 순간의 실수가 불러온 인류의 증발. 설정 면에서 [나는 전설이다] 혹은 [미스트]를 연상할 수 밖에 없는데, 오히려 영화는 절망적인 인류 멸망의 세계관을 다루면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절망이나 폭력이 아닌, 근거없는 희망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 돋보인다. 제목부터가 아이러니하다. 때는 핵의 공포가 남아있던 냉전시대, 그토록 시끌시끌했던 지구가 한 순간에 조용해졌는데 남은 것은 평화 대신 지독한 고독함이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넓은 지구를 독점하게 된 자유로움을 즐기기보다는 타인의 체온에 목말라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처럼, 그렇게 박터지게 싸웠어도 결국 인간은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한다는 거다. 이렇게나 쓸쓸한 반전(反戰) 영화라니!

서바이벌리스트 The Survivalist (2015)
이야기의 긴장을 조성하는 인물은 단 셋. 영화의 문을 여는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영역에 들어간 두 모녀. 이 3인이 갈등하는 이유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배경에 맞게 오로지 생존, 즉 먹고 사는 문제 뿐이다. 사실 장르적인 설정을 걷어내고 보면 영화는 그저 종(種)이 유지되는 방식, "번식"의 메카니즘에 대한 관찰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가 자신의 목숨을 걸어 소녀를 구한 것, 소녀가 엄마를 배신하고 남자를 택한 것은 사랑이나 이기심 따위의 한가로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의 수컷이 목숨 걸고 암컷을 차지하고 암컷 역시 부모자식의 정 보다 이후의 번식을 먼저 고려하는, 지극히 야생적인 선택을 했을 뿐이다. 남자는 자신의 정액을 식물에 거름으로 제공하며 늙은 여인은 자신을 배

워킹데드 701
늘 매 시즌 첫 회는 숨도 못 쉬고 쫄리면서 봤는데, 특히 이번엔 차원이 다르다. 내가 그 자리에 같이 무릎 꿇고 있는 기분이다. 이 다음에 대체 어쩌려고 이렇게 세게 나오지? 니건 까지만 하고 장사 접을 건가? 위스퍼러든 뭐든 나와봤자 TV 드라마에서 이 이상을 할 수 있냐고. 니건은 폭력을 묘사하고 긴장감을 이빠이 끌어내는 "장치"로서는 훌륭하나 "드라마 캐릭터"로서는 현재 낙제점이다. 예컨대 가버너 같은 경우엔 처음부터 흉악한 악당이긴 했어도 그 나름의 개인적인 서사와 최소한의 동정의 여지가 있었다. 말이 통하는 악당이었기 때문에 릭과 맞붙었을 때 "인간 대 인간"의 구도가 생길 수 있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인간 군상극에서 그것은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니건은 시작부터 선을

터보 키드 Turbo Kid (2015)
기본 설정은 간단하다. 핵으로 문명이 붕괴된 세계관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 영웅이 되는 이야기다. 클리셰로 구성된 심플한 플롯 위에 B급 취향을 자극하는 많은 레퍼런스들이 고명처럼 얹혀있는 재미난 영화. 자세한 설정은 언급되지 않지만 핵폭탄 이후의 세상이라는 암시가 있다. 게다가 코믹북의 소재일 뿐인 것처럼 묘사됐으나 사실은 실존했었던 슈퍼히어로 "터보 라이더"와 사악한 로봇의 존재. 대략,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결국 핵까지 터뜨려 공멸한 세계관 쯤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후야 뭐 당연히 '매드 맥스'인 거고. 무법 지대의 위협들을 피해 안전하게 살아가던 소년은 '애플'이라는 소녀를 만나는데 이 둘의 이야기는 제법 산뜻한 틴 로맨스의 구성에도 접근한다. 선댄스

![[일상] Eave 65와 목새 택타일 | 토프레 무접점 느낌 | 타건 영상 있음](https://img.zoomtrend.com/2026/06/07/1780838085-SE-77297eb3-90bf-43a7-9629-75fd8530e37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