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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 영화

요즘에 본 영화를 정리해보자. 예전에는 영화 편식도 심했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나 좋아하는 영화관이 있으면 멀리 있어도 가는 수고를 마지 않았는데 요즘은 집 회사 집 회사의 반복 루트. 얼마전 끝난 부천 국제영화제도 참석 못하고..ㅜㅜ 어쨌든 몇일간 책과 함께 몇편의 영화도 보아서 기록할 겸 기억 할 겸. (별 다섯개 만점) 1. 이미테이션 게임: 별네개 대사가 많거나 클라이막스가 있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본 영화다. 나는 중간 중간 끊어지는 강한 호흡의 영화보다 비슷한 호흡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게 좋게 말하면 잔잔하고 나쁘게 말하면 지루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비슷한 호흡을 유지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실화에 근거하고 있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암호

고백 告白 (2010) - 완벽한 복수극

고백 告白 (2010) - 완벽한 복수극

멧가비|2015년 7월 29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한 복수극. 복수는 복수의 주체마저도 피폐하게 만든다는 그 흔한 복수극이 아니라서 좋다. 주체인 모리구치는 복수자를 넘어 복수의 신처럼 보일 정도. 복수라는 걸 처음 발명한 사람도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 복수의 과정이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너무 맛깔나게 짜여져있다. 도입부인 '유코의 고백'만으로도 하나의 영화가 완성될 듯 하다. 복수의 신 모리구치가 지옥을 설계하는 치밀한 과정이 너무 아름다워 소름 끼친다. 부글부글 끓는 활화산같은 분노를 차가운 얼굴로 가두고, 훈련 잘 된 무용수처럼 유려하고 우아하게 복수하는 모습은, 그간 많이 봐 왔던 칼잡이 복수자들을 조무래기처럼 보이게 만든다.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완벽한 복수자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リトル・フォレスト 夏・秋 (2014)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リトル・フォレスト 夏・秋 (2014)

멧가비|2015년 7월 29일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풍경에서 눈을 떼고 주인공 이치코의 모습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좀 괴담같다. 스무살 남짓 됐을까 싶은 아가씨가 덤덤한 얼굴로 농사를 척척 해 내는 모습은 초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혼자 살고 있으면서 왠지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왠지 그로테스크하다. 프로 농부처럼 모든 일들을 손 쉽게 해내고 자연의 수확물들로 즐기는 식도락에 경도된 모습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본질은 여기에 있지 않다고 스스로 여기는 모습은, 마치 영혼은 텅 비었는데 인간의 껍질을 쓰고 식도락을 흉내내지만 뭔가 인간이 아닌 존재처럼 느껴져서 위화감이 든다. 그러다가도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엔, 영화 내내 유지하는 무표정함에 아주 미묘한 외로움을

슈퍼 Super (2010)

슈퍼 Super (2010)

멧가비|2015년 7월 16일

킥애스 시리즈에서 활극성과 유머를 싹 걷어내면 이 영화같은 물건이 남을 듯 하다. 일생 통틀어 아내를 만난 게 유일한 행운인 한심한 남자가 그 아내를 뺏기고 엄청나게 빡친다. 그 빡을 해소하기 위해 가면 쓴 자경단이 되는데 그 결정적인 결심의 계기도 한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 모두 한심하다. 너무 한심해서 불쌍한데, 불쌍하지만 한심한 남자. 어쩌면 현실보다도 더 시궁창같은 삶을 사는 남자가 가면 하나 쓰고 폭력의 세상에 들어가다보니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처절한 전개가 펼쳐진다. 만화처럼 극적인 파워업, 믿음직한 사이드킥도 없다. 사이드킥을 자처하는 리비는 분노조절장애 환자라서 없는 게 낫지 싶을 정도. 한심한 영웅이나 아슬아슬한 사이드킥이나 용기만 가상하지 결코 그 이상이 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