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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ゴジラ (1954)
벌써 60년 전 작품. 특수 효과의 낙후는 당연히 감안해서 봐야하는 거지만, 시커멓게 덩어리 진 고지라의 생김새와 거친 흑백 화면의 질감이 멋스럽게 어울린다. CG 다루는 수준이 이제 자본의 문제일 뿐 그 기술력 자체는 발전의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닌가 싶은 요즘의 시각으로는 차라리 이 50년대의 장난감 같은 기술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그럴싸해 보이는 기분 마저 든다. 물론 그건 철저히 감성적인 측면일 것이다. 그와 맞물려 시대의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배우들의 극단적인 감정 연기조차도 영화의 어떤 미학적인 부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그 모든 요소들이 기분좋게 맞물리면서 하나의 장르가 창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 썩 괜찮다.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공포가 모티브라고는 하

대결 Duel (1971) - 스필버그의 미국식 공포 영화
다 보고나서도 스필버그 영화인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정확하게는,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토막적인 정보 정도는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그게 곧 잊혀졌던 거다. 다 보고나서 한참 후에 영화를 복기해보다가, 아 이거 스필버그였지?, 라고 새삼스럽게 다시 놀랐던 기억이. 영화가 가진 엄청난 몰입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억에서 박제해뒀던 '스필버그'라는 네임 밸류가 주는 이미지랑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기억하는 스필버그는 별이 흩뿌려진 밤 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를 꿈꾸는 소년의 이미지였다. 그런데 황량한 미국 고속도로에서 정체불명의 트럭에게 쫓기기만 하는 영화라니. '낯선 이'와 '쫓긴다'라는 심플한 위협에서 오는 근원적인 공포를 대사도

몬티 파이손과 브라이언의 삶 Monty Python and The Life of Brian (1979)
예수 전설을 몬티 파이손 방식으로 뒤집어 까는 블랙 유머. 나오는 사람 족족 멍청이들 뿐인데, 반대로 영화 전체는 예리한 지성으로 가득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외계인이라든지 브라이언이 메시아로 오해받는 부분에서 터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지금 봐도 터지는 시치미 뚝 뗀 개그들을 저 70년대에 이미 했다는 점에선 과연 몬티 파이손이다, 라는 감탄을 하게된다. 따지자면 몬티 파이손이 코미디계의 예수인 셈이지. 멀쩡하던 시민들이 갑자기 광신도가 되고, 죄 없는 묵언수련자는 이단으로 몰려 처단되는 등의 날카로운 풍자 역시 볼만하다. 종교에 대한 유쾌한 조롱의 맛. 영국은 음식보다 코미디가 더 맛있다.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2006)
커다란 재난으로 인간이 한 방에 혹은 급격히 멸종하는 상상만 해 봤지, 이런 식의 인류 멸망 스토리는 생각도 못 해봤어서 신선하다.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니, 원인이 어쩌고 그게 말이되냐 저쩌고 하기에 앞서서, 아무튼 설정 자체가 존나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 이 영화는 약간의 종교적인 색채를 깔고 디스토피아 SF로 소화해냈지만, 상상력에 따라서 소재 하나로 온갖 장르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노인들만 남은 미래 지구를 다루는 영국 시트콤조차 가능할 듯. 롱 테이크과 핸드헬드가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쓰였던데, 이는 내가 실제로 저런 암울한 미래를 사는 구성원이 된 듯한 현장감을 준다. 난민 수용소에서의 시가지 전투 장면은 정말 어지간한 전쟁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역동적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