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Posts
786 posts
오니바바 鬼婆 (1964)
전국시대. 병사 징집으로 둘만 남은 키치의 어미와 아내는 탈영병의 시체에서 얻은 장구류와 병장기를 조정에 되파는 시체 파밍 비즈니스를 생업으로 삼는다. (디아블로 2 하던 시절 생각나서 속으로 웃었다.) 죽은 키치를 두고 살아 돌아온 마을 청년 하치의 등장으로 이 고부(姑婦)간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아직 젊은 며느리는 하치와 정을 통하기 시작하고 시어미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다분히 리비도에 따라 움직이는 며느리의 단순한 욕망과 달리 시어미의 것은 복잡하다. 아들을 잃은 슬픔, 아들을 버리고 온 하치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 자신도 가진 성욕이 뒤엉킨다. 금세 다른 남자에게 넘어가는 며느리가 밉고, 며느리를 빼앗으려는 외간 남자가 밉고, 남자에게 안길 수 없는 늙은 몸이 한스럽다.

데인저 디아볼릭 Danger: Diabolik (1968)
아르센 뤼팽을 방불케하는 괴도 디아볼릭. 그러나 어떤 면에서 그는 슈퍼히어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쾌락주의자들 기준으로 보면, 도덕이고 나발이고 어떻게든 돈을 획득해서 마음껏 펑펑 써제끼며 정부를 엿먹이는 까만 옷의 슈퍼도둑이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대리만족을 충족시켜주는 슈퍼히어로가 아닐까. 훔친 돈으로 지하 기지에 숨어 뿅 간 약쟁이들과 함께 뒹구는 모습, 그리고 그 뒤로 흐르는 사이키델릭 음악. 너무나 이탈리아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60년대스럽다. 배트맨처럼 까만 옷에 까만 차를 타고 온갖 신묘한 테크닉으로 자신을 쫓는 자들을 따돌리다가도, 자신의 기술이 스스로 취하거나 범죄의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너무나 악당스럽게 웃어제끼는 모습은 또 조커와 닮아있다. 그 호방한 악당 웃음에 빠지다보면

괴담 怪談 (1964)
단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말하려는 게 아니라, 60년대 당시 기준으로 봐도 현대적인 분위기의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정통 호러로서 공포를 조성하기 보다는 고전미를 풍기는 기담(奇談) 모음집에 가깝다. 영화는 일본의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를 닮아있다. 음침하게 생긴 온나노멘이나 한냐 등의 캐릭터 가면 대신 배우의 맨얼굴로 시연된다는 점만 다를 뿐. 평면성과 여백의 미를 통해, 설녀나 귀신 등 기이한 존재들을 위로하는 처연한 기담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제거된 사운드. 특히 배우들의 움직임이 격해지는 장면에서 더욱 사운드는 깊이 숨는데, 시각이 아닌 청각에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하는 대단한 예술적 시도라고 생각한다. 평면적인 카메라 앵글과 함께, 더더욱 노를 연상

알프레도 가르시아의 목을 가져와라 (1974)
Bring Me the Head of Alfredo Garcia 1974 총알도 피해가는 콧수염 쾌남의 멜로드라마. 다니는 곳은 어디 하나 말끔한 구석이 없는 멕시코의 촌동네들이며 격한 상황의 총격전에서도 폼은 엉성하다. 일말의 후까시가 없는 생짜 폭력의 장. 영화에서 느껴지는 건 관료제 아래에서 희생하는 을들의 비애다. 보스는 가르시아의 목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돈을 내어준다. 심지어 가르시아의 자식이 태어나자 성대한 파티를 열 정도로 기뻐할 정도니, 가르시아의 목은 그냥 맥거핀이고 사실은 보스의 변덕에 서로 쏴 죽이는 의미없는 폭력들. 거 돈 몇 푼 벌자고 모든 걸 잃어버린 남자에게선 하청업자의 분노가 느껴지기도 한다. 비슷했던 '황해'와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