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872 posts
큐어(1997)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공포영화라고 봤습니다. 확실히 어느 정도는 맞았습니다. 평온한 일상과 불쾌한 비일상의 영역을 나눠놓고, 일상이 비일상으로 밀려들 듯 아닐 듯 줄다리기를 하는 표현력이 압권이었거든요. 특히 완벽히 비정상적이고 음산하면서 위협적인 최면술사가 일상에 스멀스멀 다가오는 모습을 주로 롱테이크로 담아내거나 기이하게 선을 그리며 따라가는데, 이게 또 은근한 불안을 일으킵니다. 다만 동시에, 사건 해결을 이끄는 다카베 형사에겐 정신병걸린 아내가 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오랜 세월 동안 뒷바라지하는 것에 지침을 넘어 증오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품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진실된 사랑에 의함인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의무감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중후반에

*추천작* 서러브레드
이 영화를 명료하게 요약하긴 쉽지 않습니다. 평론가가 [아메리칸 사이코]에 [헤더스]를 곁들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주제나 묘사 방향이 그거랑 틀리기 때문에 확실한 요약은 아닙니다. 사이코 스릴러는 맞지만, 흔히 생각하는 사이코 스릴러는 아닙니다. 보통의 사이코 스릴러가, 사이코가 난장판을 벌이고 정상인이 분노로 사이코를 추격하는 방향1 한 사람의 그로테스크한 내면을 보여주는 방향2 로 구분된다면, 이 영화는 방향2에 가깝습니다. 다만 보통의 영화들이 그로테스크함을 뽐내기 위해 억지로 혐오스런 장면을 보여주고 어느 부분은 공백으로 메워두는 반면에, [서러브레드]는 치밀하게 두 여자의 사고방식이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성장물과 같아보이기도 해서 박찬욱의 최근 두 작품이 생각

Mandy (2018)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판토스 코스마토스 감독의 새로운 작품입니다. 왠지 슬슬, 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B급 영화라고 아무 영화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완성도가 저조해도 인상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에 출연한달까. 특히 판토스 코스마토스 감독 영화는 [비욘드 블랙 레인보우]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분은 비주얼이 주는 심상으로 승부하는 감독입니다. 주제들을 70년대에서나 볼 법한 뉴에이지 심상을 곁들여 추상적 표현에 도전하는 감독이죠. 인터뷰 하는 거 보면 심한 B급 영화덕후이기도 하고 (...) 다만 이번 작품은 플롯이 좀 단순해보여서 전작보단 덜 지루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헤로인을 빤 [매드맥스]같달까요. 거기에 니콜라스 케이지라니.

컴 앤 씨 (1985)
"벨라루스 초토화작전"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전쟁영화지만 반전요소보다는, 당시 나치의 광기, 공포와 증오에 의한 인간성의 무너짐같은 걸 다루고 있습니다. 소련 영화여서 그런지,(85년도는 러시아로 바뀌기 이전이었으니.) 검열을 피하기 위함인지 암시적인 장면들이 종종 나와서 좀 난해하지만... 전체가 완전히 암시적이지 않다보니, 따라가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솔직히 전쟁영화를 보고, 공포영화보다 더 겁에 질려보긴 처음입니다. 확실한 점은, 이 영화는 트라우마를 줄 수 있습니다. 일단 역사의 비극을 되짚어 보자는 취지는 좋은데 좀... 그래요. 실제 있었던 일을 정말 날 것 그대로 묘사하다보니, 섬뜩함을 넘어서 아찔합니다. 상황에 대한 묘사는 세세한데, 배경이나 정황이 생략된 점이 많다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