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어(1997)
By 로그온티어의 혼란스런 세계관 | 2018년 7월 4일 |
음산하고 그로테스크한 공포영화라고 봤습니다. 확실히 어느 정도는 맞았습니다. 평온한 일상과 불쾌한 비일상의 영역을 나눠놓고, 일상이 비일상으로 밀려들 듯 아닐 듯 줄다리기를 하는 표현력이 압권이었거든요. 특히 완벽히 비정상적이고 음산하면서 위협적인 최면술사가 일상에 스멀스멀 다가오는 모습을 주로 롱테이크로 담아내거나 기이하게 선을 그리며 따라가는데, 이게 또 은근한 불안을 일으킵니다. 다만 동시에, 사건 해결을 이끄는 다카베 형사에겐 정신병걸린 아내가 있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오랜 세월 동안 뒷바라지하는 것에 지침을 넘어 증오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품으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이 진실된 사랑에 의함인지, 그럴 수 밖에 없는 의무감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중후반에
짧은 시간을 찌르는 극강의 긴장감, [미라클 마일]
By 로그온티어의 혼란스런 세계관 | 2017년 8월 10일 |
수많은 핵전쟁 관련 영화가 있지만, 난 이 것만큼 오락성이 뛰어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라클 마일]은 어느날 평범한 한 남자가 공중전화에서 "핵이 발사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핵미사일이 지면에 충돌하기까지 남은 몇 시간 동안 남자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초반에 주인공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씬은 80년도 영화답게 유치하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늦잠을 자서 데이트에 늦고, 공중전화를 받고 난 다음부터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두 가지 욕망을 저울질하며 첫번째 클라이막스를 만들고, 동시에 안타까움도 유발시킨다. 또한 주인공이 속죄를 해야 상황전개가 가능한데, 그게 짧은 시간에 이
*추천작* 서러브레드
By 로그온티어의 혼란스런 세계관 | 2018년 7월 1일 |
이 영화를 명료하게 요약하긴 쉽지 않습니다. 평론가가 [아메리칸 사이코]에 [헤더스]를 곁들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주제나 묘사 방향이 그거랑 틀리기 때문에 확실한 요약은 아닙니다. 사이코 스릴러는 맞지만, 흔히 생각하는 사이코 스릴러는 아닙니다. 보통의 사이코 스릴러가, 사이코가 난장판을 벌이고 정상인이 분노로 사이코를 추격하는 방향1 한 사람의 그로테스크한 내면을 보여주는 방향2 로 구분된다면, 이 영화는 방향2에 가깝습니다. 다만 보통의 영화들이 그로테스크함을 뽐내기 위해 억지로 혐오스런 장면을 보여주고 어느 부분은 공백으로 메워두는 반면에, [서러브레드]는 치밀하게 두 여자의 사고방식이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성장물과 같아보이기도 해서 박찬욱의 최근 두 작품이 생각
어른이들 사이에서 어른이 되다
By 로그온티어의 혼란스런 세계관 | 2017년 7월 18일 |
[스파이더맨 홈커밍] 보고 왔습니다. 일단... 여러모로 노림수가 많은 작품이에요. 영화 자체가 마블팬의 꿈을 이뤄준 케이스인 동시에, 사춘기를 좀 깊게 다루고 있고, 메타적으로 얘기 나눌 것도 많아서요. 스포일러 있습니다만... 뭐 볼 분들은 다 보셨을테니 딱히 경고 안하고 막 쓰겠습니다. 1. 아버지와 자식 여기서는 피터의 영웅심과 행동을 제어하는 인물이 토니 스타크입니다. 토니가 스스로 언급했듯이 토니는 피터의 아버지와 같은 행동을 해요. 후반에는 피터의 출세를 도우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솔직히 피터가 토니의 제안 거절했을 때, 저는 또 자식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노무 자식새끼는 어떻게든 부모 속을 썩여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