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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토니 타키타니>

20161120. <토니 타키타니>

나는 자란다|2016년 11월 20일

이치카와 준 감독,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2005) 토니 타키타니. "고독은 감옥과도 같다." 아름다운 저채도의 화면, 이따금 화면 속 인물의 독백으로 연결되는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내레이션,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인상적이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기듯 오른쪽으로 서서히 팬 되는 화면도 좋았다. 관객으로서 드라마를 정말 순종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5초뒤를 예상하려 들기보다 그때그때의 대사에 충격을 받듯 감상하도록 만들었다. 잘 모르지만 '미니멀'한 구성과 '건축적'인 화면이 이런걸까. 옷을 사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아내. 그녀가 내는 또각또각 구두소리, 클로즈업된 발. "정말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거야?" - "어떻게든 이겨내볼게" 라

담뽀뽀 タンポポ (1986)

담뽀뽀 タンポポ (1986)

멧가비|2016년 11월 17일

카우보이 모자를 쓴 그 남자의 직업은 장거리 트럭 기사. 여정에서 머무는 곳이 곧 집인 그가 발길을 멈춘 곳은 다 쓰러져 가는 한 라멘집이다. 미망인이 된 라멘집 주인에게 반한 카우보이는 패기있게 결성된 팀과 함께 라멘집을 성공 가도에 올려놓고선 다시 방랑의 길에 오른다. 무법지대 마을을 구원하는 서부극 해결사와 같은 뒷모습으로 말이다. 영화는 서부극의 변주임과 동시에 스포츠 영화의 플롯을 일부 빌리기도 한다. 라멘집 주인 담뽀뽀는 카우보이 고로의 트레이닝으로 점차 프로가 되어가는 신인 복서와도 같다. 뻔한 로맨스 대신 쿨하게 각자의 갈 길을 가는 마지막은, 로맨스 커플보다는 사제 혹은 동업자 관계에 가까웠던 이들의 관계를 완성하는 마침표를 찍는다. 서로에게 반했음에도 맛의 추구라는 대의 앞에서 그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꽁치의 맛 秋刀魚の味 (1962)

멧가비|2016년 11월 8일

카메라를 기준으로 인물보다 더 근접한 위치에 굳이 눈에 띄는 피사체를 놓음으로서 중첩(重疊)되는 오즈 야스지로의 카메라 시선은, 본래라면 눈에 보이지 않았어야 할 "공간"을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무언가로 만들어 관객의 눈 앞에 내려놓는 요술을 부린다. 그로 인해 관객은 감독의 의도에 이해 인물에게 닿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지게 된다. 대체적으로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세계관 안에서도 유독 정적인 영화. 마치 첫 눈이 내린 새벽녘처럼 시공간이 멈춘 듯한 인상을 준다. 영화 속에선 이렇다 할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궁금한 전개도, 기대 할만한 결말도 없다. 말로 설명할 수 있을만한 유일한 "일(?)"이라면 히라야마의 외동딸이 마지막에 시집 간다는 것 뿐. 그러나 그것을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멧가비|2016년 11월 8일

영화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관념, 내게 그것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아이러니"다. 장남 코이치와 차녀 시게는 연로한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고 과부가 된지 오래인 삼남 쇼지의 아내, 즉 며느리 아닌 며느리 노리코만이 진심으로 극진히 보살핀다. 바쁜데 왔다며 노부모를 보며 투덜대는 차녀, 그러나 보조 미용사를 둔 동네 미용실 원장이다. 촌각을 다투거나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직업군도 아닐 뿐더러 손님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노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다급한 기색 하나 없던 장남은 애초에 직업이 의사. 언젠가 키타노 타케시가 한,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은 어쩌면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정서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이기적이고 무심한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