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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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 - 아크앤젤 Arkangel
아이를 잃어버렸던 엄마의 트라우마는 그로 하여금 그릇된 선택을 하게 만들고,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결국 자식을 영영 잃고 만다는 내용의 패러독스 부조리극. 엄마는 딸에 대한 사랑만큼 어리석었으며, 딸은 엄마의 어리석은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호기심이 왕성했다. 작중 등장하는 '아크엔젤' 서비스는 좋게 말하면 보호 차원이요 까놓고 말하면 감시 체제다. 자식의 시각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때로는 부모의 의지로 자식이 봐도 될 것과 안 될 것을 취사 선택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식은 공포와 혐오감 등 인간이 성장하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부정적인 정서들을 체험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신체로 따지면 통각이 마비된 상태로 자라는 셈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느끼고 배워야 할 것들을 마치 댐이 터지듯이 체험

테이크 쉘터 Take Shelter (2011)
제프 니콜스 감독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 느낀 위기감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또한 특정된 경험을 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지점을 건드리기도 한다. 주인공 커티스는 거대한 폭풍의 꿈을 꾼다. 꿈을 어째서 강하게 신뢰했는지 영화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귀띔하지 않는 것은, 커티스에게는 그것이 그저 꿈이 아닌 현실을 예견하는 무언가인 게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당연한 것을 설득하는 일은 고된 일이기도 하지만 간혹 그 필요성조차 잊는 것이기도 하다. 꿈은 커티스로 하여금 생존주의자로의 태세 전환을 모색하게 만들고, 그런 커티스의 급진적인 모습은 주변에 마치 망상을 동반한 광기로 비춰진다. 커티스는 자신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고 조롱하며 백

케이블 가이 The Cable Guy (1996)
90년대, 바야흐로 케이블 방송의 황금기다. "바보상자"라는 멸칭은 어쩌면 케이블에 열광하는 세대들을 위해 미리 존재했던 것처럼 예언적이다. 정보 처리의 기술적 진보는 물론 양적 확장이 특히나 폭발력을 갖기 시작한 시대의 산물 같은 영화. 우유부단한 주인공 스티븐은 공짜 케이블 한 번 보려다가 소시오패스 괴물 "케이블 가이"를 삶에 끌어들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대머리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만 만만찮게 끔찍하다. 보고 들을 것 많아지면 그저 막연히 삶이 즐겁고 풍요로워질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는 비판적 은유가 담긴다. 스티븐은 그렇게 케이블 가이의 도발적이고 흉악하며 의뭉스러운 꿍꿍이에 말려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대목에서 짐 캐리의 신경쇠약적인 소시오패스 연기에 불이 붙는다. 억울한

엘르 Elle (2016)
미쉘은 강간 피해자다. 강간의 마지막 순간으로 영화가 시작하니 이것은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미쉘에 대한 설명이다. 영화가 관찰하는 그녀의 삶, 생부는 유명한 살인자고 남편과의 이혼은 폭력 때문이며 하나 있는 아들조차 수틀리면 주먹을 들어 올리는 망나니다. 불륜 상대가 뻔뻔하게 요구하는 게 하필 구강성교인 것은 상징적이다. 폭력적인 남성성에 둘러쌓인 삶에서 그녀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방법이란, 누군가의 힘을 빌릴 바에는 자신 스스로가 폭력성의 일부로 섞여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추측이고 동정이다. 팩트는, 그녀 자신의 의지로 가련한 피해자로 남길 거부한다는 것. 그리고 그녀 역시 너저분한 욕망의 아수라(阿修羅) 중 하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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