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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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Joker (2019)

조커 Joker (2019)

멧가비|2019년 10월 11일

배트맨 세계관 컨텐츠들에는 과거를 캐묻고 싶어지는 주박 같은 것이 걸려 있는 걸까. 로빈-딕 그레이슨의 프리퀄 드라마가 만들어지려다 엎어졌는데 한참 지나서 결국 짐 고든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나오고 말았잖은가. 아니 왜, 그러다가 나중에는 '마사'가 웨인 가에 시집 오기 전을 다룬 프리퀄도 나오겠어. --- 남자가 화장을 하자, 도시는 맨얼굴을 드러냈다. 요컨대, "그 고담"은 조커와 함께 탄생했습니다 하는 일종의 전설의 고향이다 이 소리지. 과하다. 고담을 고담으로 만든 사나이, 따위의 수식 없이도 조커는 이미 고담의 광란과 무질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그에게 그렇게 까지의 큰 소명(召命)을 덧대어주기 위한 영화였어야만 했는가. 영화 속에서 조커가 탄생하기 전 까지의 고담은 우리의 현실

도그빌 Dogville (2003)

멧가비|2019년 3월 15일

"은총"이라는 이름의 이방인은 개들의 마을에 흘러들어와, 개들을 일시적으로 구원하고 그 스스로 금단의 열매가 되어 개들을 매료했으며, 개들로 하여금 타락을 앞에 놓아 선택하도록 시험에 빠뜨렸고, 마지막에는 개들을 불태움으로써 타락을 부끄러워하지 않음을 단죄하며 다시 아버지 곁으로 떠난다. 교화를 가장해 타락을 독려한 위선자의 피는 직접 손에 묻히고,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개에게는 죄를 묻지 않는다. 생소하게도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영화 속 마을의 미장센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충되는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체험케 만드는 장치다. 목불인견의 추잡한 인간군상의 타락, 소름끼치는 집단적 폭력을 목격함에 있어서 관객은 연극적 공간이 주는 거리감에 힘입어 모든 폭력의 순간에서 조금은 안전하게 물러나 있을 수 있다

맨 프럼 어스 The Man From Earth (2007)

멧가비|2018년 11월 27일

언제였는지 기억도 희미하지만 '바닐라' 사진을 처음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아이스크림 표준 맛 쯤 되는 그 바닐라 말이다. 말갛고 보드랍게 생겼을 줄 알았던 실제 바닐라는 시커먼 나뭇가지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닐라라는 단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장담컨대 백이면 백 아이스크림 색깔을 떠올릴 것이다. 이게 내가 일상에서 직접 체험한 최초의 "시뮬라크르"였다. 이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이상으로 시뮬라크르에 대한 이야기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 한 시뮬라크르, 간단히 말 해, 본질과 기호 사이의 헤게모니에 대한 관념이다. 본질을 흉내내어 기호화 된 가짜가 오히려 본질의 가치를 압도해버리는 현상, 쯤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주인공 존은 혈거인이다. 그러나 혈거인이 아니다. 우리가 혈거인이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나를 찾아줘 Gone Girl (2014)

멧가비|2018년 10월 16일

영화의 가장 놀라운 지점은 충격적인 전개도, 반전도 아니다. 추리극도 사이코 스릴리도 치정극도 아닌, 아니 사실은 그것들을 모두 품은 "코즈믹 호러"가 실질적인 장르였다는 점에서 기겁한다. 내용이 아니라 장르 자체에 놀라다니. 잠깐 미시적으로 보자면, 영화는 적절한 징벌에 대해 하나의 대답을 제시하고선 관객들 사이에서 논쟁이 생산되는 것을 꾀하는 듯 보인다. 우선은 남자의 잘못이다. 불륜은 그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벌 받아 마땅한 죄지. 그러나 그에 따라 남자가 받게될 사적 응징의 정도가 너무 과하다면 과할 것이고 마땅하다면 마땅할 것이며 이는 전적으로 관객의 입장과 주관에 달려있다. 법이 심판하지 않는 죄, 그것을 사적으로 벌할 때에 그 수준을 과연 누가 정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