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Elle (2016)
By 멧가비 | 2017년 12월 23일 |
![엘르 Elle (2016)](https://img.zoomtrend.com/2017/12/23/a0317057_5a3de4fbd7517.jpg)
미쉘은 강간 피해자다. 강간의 마지막 순간으로 영화가 시작하니 이것은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미쉘에 대한 설명이다. 영화가 관찰하는 그녀의 삶, 생부는 유명한 살인자고 남편과의 이혼은 폭력 때문이며 하나 있는 아들조차 수틀리면 주먹을 들어 올리는 망나니다. 불륜 상대가 뻔뻔하게 요구하는 게 하필 구강성교인 것은 상징적이다. 폭력적인 남성성에 둘러쌓인 삶에서 그녀 자신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방법이란, 누군가의 힘을 빌릴 바에는 자신 스스로가 폭력성의 일부로 섞여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추측이고 동정이다. 팩트는, 그녀 자신의 의지로 가련한 피해자로 남길 거부한다는 것. 그리고 그녀 역시 너저분한 욕망의 아수라(阿修羅) 중 하나라는 것.
<롱 폴링> 배우 욜랭드 모로의 놀라운 연기
By 내가 알고 있는 삶의 지침 | 2012년 10월 26일 |
![<롱 폴링> 배우 욜랭드 모로의 놀라운 연기](https://img.zoomtrend.com/2012/10/26/c0070577_5088c0eb27a23.jpg)
몇 년 전 숨겨진 천재 여류화가의 인생과 아름다운 작품을 스크린에 담아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작품상 등 7개 부문 등 다수의 영화제 수상을 휩쓸었던 영화 <세라핀> http://songrea88.egloos.com/4978054 의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과 주연배우 욜랭드 모로가 다시 만난 작품 <롱 폴링> 시사회를 다녀왔다. 한 기구한 삶을 짊어진 여인의 안타까운 모습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이 이야기는 전형적인 극오락 영화의 틀에서 약간은 벗어난 구도와 극적 카타르시스나 결정적 임팩트 없이 허무한 결말로 끝을 내어, 대중적인 호응이나 이해도에 있어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하겠다. 하지만 영화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주인공 '로즈' 역의 배우 욜랭드 모로의 압도적인 캐릭터
썬다운
By DID U MISS ME ? | 2022년 9월 3일 |
영화가 끝난 직후, 극장 상영관의 조명이 켜질 때 생각했다. '뭐 이딴 영화가 다 있어?' 그렇게 조금의 실망감을 간직한 상태로, 나는 <썬다운>의 주인공 닐처럼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극장에서 집까지 가는 그 도보 20분 길. 그 길을 걷는 동안 <썬다운>에 대한 내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영화가 끝난 직후엔 감히 이해되지 않던 닐의 삶이, 집의 현관문을 열 때쯤엔 이해되었다. 그게 비록 영화 속 가상 인물의 삶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을 이해하려 하는데에 20분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바로 영화의 마법 같았다. 조금씩 걸으며 진군 했던 그 20분동안, 누군가가 가졌던 극단적 삶의 태도를 이해해보게 되는 경험. <썬다운>의 결말은 내게
란 乱 (1985)
By 멧가비 | 2016년 9월 17일 |
![란 乱 (1985)](https://img.zoomtrend.com/2016/09/17/a0317057_57dd308f95362.jpg)
제목이 뜻하는 바 처럼, 어지러운 것은 열도의 정세도 가족의 질서도 아닌 다이묘의 통찰력이다. 난세를 헤쳐 온 늙은 권력자의 눈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종자로 붙어있는 익살꾼조차 정확히 보고있는 것들을 마치 하늘에 구름 끼듯 흐려진 통찰력으로 인해 모두 놓치고 만다. 큰 아들 타로는 우유부단했으며 둘째 지로는 피를 보는 성정이었다. 각각 노란색, 빨간색의 기치(旗幟)는 그들의 그러한 성품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하늘색 기치를 내세우는 셋째 사부로는 세 아들 중 유일하게 정직한 대장부였으나, 새파란 하늘에 적란운이 뭉글거리는 도입부 장면은 사부로의 앞날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모르긴 몰라도 며칠을 꼬박 기다리며 영화 스탭들을 고생시키며 찍었을 게 뻔한 그 (고요하면서도 아찔한) 장면이야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