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 자신을 미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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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돈 다이 (2019)

아마도 이런 영화는 짐 자무시(요즘은 '짐 자머시'라 불러야 맞는가 보던데)만이 찍을 수 있지 않을까.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틸다 스윈튼, 스티브 부세미, 대니 글로버 같은 대배우들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고 어쩌다 힙스터들이나 인스타 사진찍으러 들르는 촌동네 구석에서, 시답잖은 농담을 하고 멍을 때리다가 하나씩 죽어간다. 심지어 셀레나 고메즈나 오스틴 버틀러는 뭐가 있는 척 나왔다가 죽는지도 모르게 죽어버리고, 이기 팝은 좀비 역으로 나온다는데 끝까지 누가 이기 팝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아 참, 장르는 아포칼립스 좀비물... 이다, 일단은. '동성서취'의 장르가 어쨌든 무협이었듯이. 거장 감독의 친목 과시 스케일? 세상에서 제일 바쁠 것 같은 미국 유명배우+뮤지션들을 거장 감독의 영화 프

더 배트맨 (2022)

워너브라더스의 슈퍼히어로물은 늘 대사와 각본이 문제다. 이 점은 경쟁사라 할 디즈니 계열의 마블 슈퍼히어로물이 워낙에 재기발랄 통통 튀는 각본과 대사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한층 두드러진다. 워너 히어로물은 종종 불필요하게 장황하고, 뜬금없이 심각하며, 여튼간에 총체적인 말빨이 너무 떨어진다. 그 점이 쿨함에 강박증이 걸린 양 속사포로 달려가는 '스파이더맨'류 마블 영화에 비해 좀 더 진중하고 진실된 듯한("그 형이 참 사람은 진국이야...") 느낌(착시?)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참 '말을 못 한다'는 점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 '더 배트맨' 역시, 각본만으로는 사실 '원더우먼1984'에 뒤지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특히 '다크나이트' 속 조커의 인셀버전 짝퉁 같은 리들러가 이야기의 전면

듄 (2021)

21세기는 경이롭다. 도저히 영상화가 가능할 것 같지 않던 20년째 미완성 대작이 8시즌짜리 HBO 드라마로 완결되더니, 이제는 '저게 영화관 영화로 가능하기는 한 거야?' 싶었고 실제로 데이빗 린치를 거의 격침시켜 버렸던 프로젝트가, 그것도 코로나 시대에 그럴싸하게 실현된다. 여러 조건들을 생각할 때 영화의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이다. 원작이 반 세기가 넘게 옛날 작품이고, 스케일과 영향력만 따지자면 '반지의 제왕' 내지 '얼음과 불의 노래(왕좌의 게임)' 수준이다. 그걸 대략 90분에서 150분 사이 러닝타임의 독립된 이야기로 재구성하는데 그러면서 60년 전 감각의 오리지날리티와 21세기 정서 양쪽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뭐... 상상만으로도 대략 정신이 멍해지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제작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2021)

보는 내내 "제임스 건, 저런 쌍노무시키를 봤나!" 탄복했다. 디즈니에서 짤렸던 한을 영화혼으로 승화시켰는지, R등급 슈퍼히어로물이란 자고로 이래야 한다고 영화내내 악을 빡빡 쓰는, 아니 숫제 슈퍼히어로 장르를 하늘높이 들었다놨다 저글링해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한 손에는 히어로물의 (위선적인)비쥬얼공식을, 다른 손에는 세상의 모든 악에 대한 가장 너드스럽게 위악적인 상상력을 들었다. 두 가지는 사실 정당한 죄책감 없이는 화해가 거의 불가능한 정서일 텐데, 제임스 건은 그걸 허공에 던져놓고 현란하게 돌림으로써 두 가지가 장대하게 어우러지는 큰 원을 (이건 곡예자가 조금만 삐끗해도 한 번에 무너져버릴 곡예이다) 위태로우면서도 화려하게 그려 보인다. 제임스 건이 미우니고우니 해도 해당 장르에서

블랙 위도우 (2021)

주인공들이 최종보스의 던전(?)에 돌입할 때까지는 제법 재미있었다. 나타샤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엘레나 역의 플로렌스 퓨 사이 합이 생각 외로 잘 맞았고, 그래서 자매의 애증관계도, 초반 티격태격이 좀 과하고 의무적이다 싶었지만 감칠맛이 있었다. '윈터솔저'를 재탕한 듯한 첩보물 컨셉도, 십 년 전이라면 감탄스러웠을 것이고 이삼 년 전이라면 이채로웠겠지만 지금도 그냥저냥 괜찮았다. 가장 좋은 부분은 역시 가족드라마 부분이었는데, 소련에서 슈퍼솔저 계획의 일환으로 기획했다는 프로젝트 속 가짜가족들이 이십여 년만에 재회해서 서로의 복잡한 감정을 토로하기까지의 과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세팅이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보스전 돌입 이후. 클라이막스 액션 부분이 영화 전체에서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