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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posts고민
설날 인도에 가려고 12월 초에 이미 델리행 비행기표를 끊어놨었는데 어제 이걸 그냥 취소해버릴까 하고 정말 한참 고민했다. 내가 굳이 이런 후진국의 관광업에 돈을 써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쩌면 나도 버스를 타야 할 수도 있는데 저런 일이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후진국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참 조심스럽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에 있어서 인도는 정말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결론은... 모르겠다. 안가고 싶은데 이런 일로 위축돼서 안가는 게 더 우스운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인도가 언제는 안전했나, 이번에 정말 "다행히도" 이런 일이 생겨서 크게 알려진 거지. Y가 이왕 끊어놓은 걸 날리기 아깝다고 하기도 하고, 비자 때문에 거의 20만원을 쓰기도 해서 아마도 그

미얀마 - 아바 강기슭에서 만난 여자아이들
아바에 가고 싶었던 것은 사실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아바는 내 십대의 적지 않은 부분을 쏟아 부었던 항해 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오는 도시 이름이었다.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빙 도는 지리한 항해를 견뎌낸 항해자가 아라비아 반도 끝의 작은 섬 소코트라에서 동풍을 타면 인도 반도의 캘리컷이나 고아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 몰루카 제도를 향해 두근대는 마음으로 벵골만을 다시 가로지르면, 어느새 갈매기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도시가 바로 아바였다. 버전에 따라 아바 대신 그보다 남쪽인 이라와디 하구의 도시 페구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바가 됐든 페구가 됐든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 끝에서 만나는 이 도시는, 먼 길을 달려온 항해자에게 있어 드디어 인도가 끝나고 동남

미얀마 - 만달레이에서의 긴 대화 (2)
미얀마에서 좋았던 것은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디를 가든 눈 닿는 끝까지 넓게 펼쳐진 지평선에 가슴이 트였다. 사가잉 언덕은 그 중에서도 특히 하이라이트였다. 바라보는 곳마다 새하얀 기단에 올라 앉은 금빛 탑의 세계가 펼쳐쳤고 끝 없는 계단으로 이어진 하얀 사원들은 내세에 대한 염원이 담긴 만리장성 같았다. 언덕 너머로는 거대한 범람원을 끼고 이라와디강이 도도히 흘렀다. 불국토가 있다면 이런 곳일까. 나는 그 끝이 없는 계단을 힘겹게 올라온 참이었다. K는 이번에도 나를 언덕 밑 계단 입구에 내려 놓고는, 자신은 밑에서 오토바이를 지키고 있을 테니 혼자 올라갔다 오라며 자기만 쏙 빠졌다. 아마 한시간 반 정도면 다 볼 수 있을 거라면서. 나는 그와 두 시 정도까지 다시 내려오

미얀마 - 만달레이에서의 긴 대화 (1)
사가잉 힐에서 바라본 아바 대교작은 아치로 장식된 오른쪽 다리는 영국 식민지 시기에 건설된 다리이다. 아바와 사가잉을 잇는 대교 앞에 섰다. K는 멀리 좁은 아치로 장식된 다리를 가리키며 거의 백년 전에 영국인들이 지은 것이라고 했다. 사진을 찍도록 잠시 세워줄 수 있겠냐고 하니 그는 흔쾌히 다리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만달레이와 사가잉은 이라와디 강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라와디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 배들이 보였다. 강을 바라보는 K는 기분은 복잡해 보였다. 그는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주머니에서 포장된 담배 가루 비슷한 것을 꺼내 입에 넣었다. 빈랑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멀리 보이는 배들을 가리키며 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저 안

미얀마 - 만달레이, 마하무니 사원의 아침
탁발을 하는 여승들 기껏 찾아간 숙소에는 또 방이 없어서 누군가 체크아웃하고 나오기를 한참 기다려서야 방을 받았다. 버스 안에서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일까, 방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고 점심을 먹을 때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숙소 주변을 생각 없이 걷다가 피곤해지면 방에 들어와서 쉬기로 마음 먹었다. 저녁에 일본인 히로와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최소한 기껏 놀러 와서는 빈둥대다 간다는 죄책감은 피할 수 있었다. 만달레이는 어디를 가든 경적 소리로 요란해서, 잠시 앉아 멍하니 주변을 둘러 볼 곳도 없었다. 그래도 근처에서 샨족 식당을 찾아내 국수를 한 그릇 먹고 어린 탁발승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시주를 받는 것을 잠깐 구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