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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과 오리선지국

난징과 오리선지국

난징에 오면 오리 선지국(鴨血粉絲湯)을 먹는다. 굳이 일부러 찾지 않더라도 난징의 빽빽한 오동나무 골목을 돌아다니다 문득 다리가 아파 잠깐 앉아있고 싶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분명 오리 선지국 집이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다. 허기진 더운 여름날, 그럴듯한 식당에서 거하게 먹는 번잡함이 귀찮을 때, 밥 때는 아니지만 왠지 출출할 때, 얼른 간단하게 한 그릇 뚝딱하고 다시 길거리 탐험을 계속하고 싶을 때, 시안에서라면 량피(凉皮)가, 우한에서라면 러깐미엔(熱干麵)이, 광저우라면 깐차오뉴허(乾炒牛河)가, 그리고 난징에서라면 오리 선지국이 제격이다. 왜 하필 오리 선지국이냐고? 그건 바로 난징의 오리 사랑 때문이다. 난징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별칭이 많은 도시지만 택시기사에게 묻는다면 분명 압도(鴨都), 오

통런

통런

"나는 항저우, 선양, 시안, 우타이산, 푸투어산에 가봤어요.""와, 대단하네요.""그리고 인도에도 가봤죠.""인도요? 우와, 정말 안 가본 곳이 없군요.""우리 민족은 인도에 가서 공짜로 공부할 수 있거든요. 교육비, 숙식비가 다 무료예요. 그래서 나도 인도에서 세 달 정도 지냈죠. 그런데 너무 덥고 가족들도 그립고 그래서 돌아왔지요.""혹시 달라이 라마가 살고 있다는 거긴가요? 레... 였나? 거기 이름 알았는데....""아니에요, 델리라고 하는데, 인도의 수도죠." 나는 처음에 그가 특혜받은 계층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깨끗한 하얀 셔츠에 단정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싼타나 2000을 몰았으며, 티벳 사람 치고는 표준 중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항저우의 영은사

실패한 여행

실패한 여행

코넛플레이스의 식당, The embassy. 아그라의 윈드햄 그랜드 인도는 두번째 방문이었는데도 첫번째보다 훨씬 힘들었다. 12일에 돌아왔는데 거의 이틀을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어제 겨우 조금 정신을 차려 오늘에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지를 원망하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느껴본 적은 한번도 없는데 이번엔 정말 그랬다.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실패한 여행이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공항에서, Y는 "게임의 스테이지 하나를 클리어한 느낌"이라며 "이제 진짜 인도를 해치웠으니 다른 데로 눈을 돌려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Y도, 지난 번에 갔던 인도 남부는 남부라는 이유로 "진짜 인도가 아닐 수도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남부 인도가 진짜 인도인지

인도로

2/4~2/12 (사실은 비행시간이 애매해서 2/5~2/11이나 마찬가지)여행 준비를 하는둥 마는둥 하다가 어제 결국 벼락치기로 쪼끔 했으나 결국 잠들었음.비행기 안에서 벼락치기 해야 할 듯... 왜이렇게 게으르니 ㅎㅎㅎ결국 첫날 숙소를 예약하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준비 안했음. 어떻게든 되겠지.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일은 지사제 구입..... 근데 왠지 난 안 쓸 거 같다 ㅋㅋ 비행기는 악연이 너무 많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차이나 에어,이번에도 역시나 공항에 가기도 전에 이미 40분 출발지연 예고.눈 때문일 것 같은데 과연 40분 지연으로 끝날 것인가...지난번에 내가 두 번이나 강조했는데도 결국 가방 안 싣고 출발하고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게 기억나서이번엔 그냥 가방을 들고 탈까 고민..

미얀마 - 바간, 묘묘

미얀마 - 바간, 묘묘

아침 여덟시 반,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서 중국식 국수를 먹고 묘묘를 만났다. 그는 어제 나를 만나고부터 계속 버스표를 사든지 숙소를 예약하든지 하라고 보채고 있었다. 이제 새로운 마을에 도착했는데 벌써부터 다음 목적지 걱정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지금 안하면 또 갈 데가 없어진다는 그의 말을 "아, 그래요?" "알겠어요, 나중에 할게요."하며 귓등으로 흘렸다. 오늘도 그는 만나자마자 그 소리였다. 나는 양곤에 사는 H의 친구에게서 확답을 받기만 하면 바로 양곤으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묘묘는 좀 웃기는 사람이었다. 숙소가 없어 절절매든 말든 그건 내 사정이니, 내가 됐다고 하면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하면 될텐데, 처음엔 불안해하고 초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