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여행의 계기는 어느날의 늦은 오전시간, 여느때처럼 앙굴렘 시청쪽으로 향하여 성벽위를 빙 둘러 돌아서 작업실로 갈 생각으로 터벅터벅 걷다가 어느덧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징하는 계절은 정반대였지만, 언젠가 옮겨적은 적이 있었던 홉킨스의 소네트가 생각났다. 보라, 둑과 덤불을.이제, 울창하게 잎으로! 다시 레이스를 두른 듯 하구나.신선한 바람에 흔들리는 처빌을 보라. 새들이 둥지를 만드는구나.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구나. '다시는 프랑스의 여름을 보지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뭐 운좋으면 언젠가 다시 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훅 들어온 주먹처럼 알지도 못하는 새에 차가워진 공기가 얼